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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오십에 책 출간

자서전 함께 쓰기 프로젝트

by 하민영

**자서전 쓰기 연재 30화로 꽉 찼습니다. 이어서 오십대부터 발행 합니다.**


2020년 처음 계획했던 시간보다 병원을 더 일찍 퇴사를 하고 보니 실패한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안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었다. 오십이 넘었으나 아직 일할 나이였고, 하루를 쉬고 나니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바로 일자리를 찾았다. 병원으로 돌아가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쉬어간다는 생각으로 보조 업무를 할 수 있는 일을 지원했다. 코로나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학교보건강사 자리가 있어 학교 보건실에서 일하게 되었다. 학교는 10여 년 전에 해보았기 때문에 업무는 익숙했다. 주 3일만 출근하니 부담도 적었다. 아이들을 좋아해서 즐겁게 일했다. 병원에서 다친 마음을 추스르며 오십에 은퇴를 했다고 생각하고 인생 2막을 준비해 보자는 마음이었다. 새로운 인생 준비가 책출간은 아니었으나 시간적으로 맞아떨어졌다.


<인생 2막에 책출간>


언제부터인가 내 이름 석자 박힌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기장을 뒤적이다 보니 아이를 낳고 육아일기를 쓰면서부터인 것 같다. 2014년도 일기장 맨 앞에 책출간을 하고 싶다고 적어놓았다. 2015년 책 쓰기 협회 일일 특강에 갔다가 뭐에 홀린 듯 몇천만 원 하는 책 쓰기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도 했다. 강의에 갔을 때 작가라고 불러주는 것이 좋았다. 책을 좋아해서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독자에서 작가로 변신하고 싶었다. 책을 소비하는 소비자에서 책을 생산하는 생산자가 되고 싶었다.


큰아이에게 대학 입학 선물로 책을 선물하겠다고 호헌 장담했다. 아이와 약속을 했으니 어떻게든 책을 쓰려고 했다. 아이와 약속은 책 쓰기의 동력이 되었다. 아이는 엄마가 책을 출간하여 선물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아마 아이와의 약속이 아니었다면 책을 출간하지 못했을 것이다.

책 쓰기는 하루 7~8시간씩 글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책을 쓸 때 보건 강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업무적으로 바쁘지 않아서 집중할 수 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책 쓰기 욕심을 낼 수 있었다.


첫 책으로 직업관련한 책을 쓰려고 준비했는데 십 여편을 쓰고 나니 할 말이 없어졌다. 다시 설계를 하여 엄마가 대학에 입학하는 아이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써 내려갔다. 아이보다 인생을 먼저 산 어른으로서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썼다. 처음에는 두서없었지만 점차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엄마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십대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십 대는 열정과 활력이 넘쳤고, 꿈과 에너지가 가득했던 시기로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시기였다. 빛나는 청춘을 시작할 아이에게 축복과 희망을 주고 싶었다. 첫 책을 구상하며 다음 책으로는 간호사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신규간호사의 경험과 유휴 간호사로 병원 생활이 두 번째 책 쓰기에 좋은 재료가 되었다.


책 주제를 선정할 때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가장 오래 해온 일을 찾았다. 자식을 키우고, 간호사로서 일한 것은 20년간 해왔기 때문에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는데 딸에게 이야기하듯, 후배 간호사에게 들려주듯 글을 썼다. 진정성을 담아서 사랑을 전달하는 마음으로 써 내려갔다. 첫책 <딸아, 행복은 여기에 있단다>는 이십 대 청춘에게 엄마의 사랑을 전하고자 썼다면, 두 번째 책 <간호사, 무드셀라 증후군처럼>은 간호사의 일상을 알리고 응원하고자 출간하게 되었다.

다음은 책을 출간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어떻게 책을 쓸 수 있었는지 비법을 <딸아, 행복은 여기에 있단다> 내용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https://naver.me/5ixjOlcP


https://naver.me/xOdxGNZu






<엉덩이의 힘으로 글을 쓰라>


어쩌면 너는 책을 쓰면 좋은 점은 알겠는데, 인생 첫 책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책을 쓰는 방법과 비법이 분명 있을 거야.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작가 나탈리 골드버그는 멈추지 말고 무조건 쓰라는 걸 강 조하지. 무조건 쓰는 것만이 글을 쓰는 유일한 방법이란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거든. 『태백산맥』을 쓴 조정래 작 가는 글쓰기는 ‘엉덩이 힘’이라고도 말했어. 글쓰기는 머리가 아닌 손으로 쓰는 노동이란다. 계속해서 실천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작업이야. 글쓰기에 왕도는 없단다. 조정래 작가 역시 글쓰기는 오직 글쓰기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고 했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써야 실력이 키워진단다. 글쓰기는 몸이 하는 실천이야. 달리기를 잘하기 위해서 몸 근육을 만들 듯 글쓰기를 위해서 글쓰기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기억해. 소설가 이외수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반드시 사랑이 필요하다고도 말했어.


<글쓰기의 비결은 사랑과 진정성이다>


『내 인생의 첫 책 쓰기』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와. 글쓰기 비결은 ‘사랑과 진정성’이라는 거지. 자신의 글을 읽는 독자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써야 하는 거야. 자신의 것이 아닌 걸 멋 지게 말하려고 하면 다 티가 나거든. 진실을 담아서 써야 해. 그래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좋은 글이 나온다는 거지. 책은 작가와 분리되어 있지 않단다. 좋은 삶을 만들어 놓아야 좋은 책을 쓸 수 있고, 진정성을 가지고 책을 써야 좋은 책이 나오는 거라고 할 수 있겠지. 작가의 생각과 삶이 책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야. 책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 혹은 지혜를 담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과정이야. 책을 통해서 사랑을 나누는 과정이 되는 거지. 사랑이 없으면 글을 쓸 수 없단다. 내가 책 쓰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가정해 보자. 책을 쓰니 좋은 점이 많아서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 주고 싶어. 다른 사람도 나처럼 책을 내서 좋은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책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쓰게 돼.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기쁨을 누렸으면 하는 마음이 없으면 비법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없을 거야. 엄마는 가끔 ‘내가 20대에 책을 썼다면 내 인생이 지금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상상해 본단다.


<책 쓰기를 버킷리스트에 담아라>


지금 당장 책 쓰기가 어렵다면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해 보는 것이 좋아. 버킷리스트에 ‘29세에 인생 첫 책을 출판한다.’라는 목표를 담아보자. 그리고 오늘부터 ‘매일 30분씩 글쓰기’를 시작하렴. 일기든, 여행이든, 영화든, 책이든, 주제가 있든 없든 펜이 움직이는 대로 무조건 글을 써 보는 거야. 잘된 글인지, 좋은 글인지, 논리적 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글을 써 보자. 몸 근육이 잡힌 듯 글 근육이 생길 때까지 계속해서 쓰는 거지. 쓰는 습관이 잡히면 자신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사람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할지 생각해 보자. 너 혼자 간직하기는 아까운 것, 다른 사람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찾아보렴. 네가 잘 알고, 사랑하는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눈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란다. 글쓰기가 막히면 다른 사람의 글을 필사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쓴 책도 읽어보는 거야.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면서 내 글을 쓰고, 또 생각해 보고, 다시 글을 쓰는 거야. 네가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쓴다면 작가라는 부캐와 강사 혹은 전문가라는 이름도 덩달아 따라올지도 몰라.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단다. 네 이름 석 자가 새겨진 책 하나 갖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었으니 얼마나 기쁘겠니.




<책출간과 광고>


책이 출간되면 인생이 완전히 바뀔 수 있을 것 같은 상상을 하지만 실제로는 별반 차이가 없다. 주변에서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인사말정도 들을 수 있다. 도서관이나 학교 혹은 관공서와 기업 등에서 초청강사로 많이 불러주는 작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작가가 더 많다.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는 더 드물다.


책을 출간한 후 고민은 책을 알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책을 알아야 사든 말든 할 일이다. 출판사 광고는 돈이 될 것 같은 대형 작가들에게 편중되어 있다. 한두 권 출간한 새끼 작가는 스스로 책을 어떻게 알릴지 생각해야 한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부끄럽고 어색하고 낯설고 어설프다. 작가가 이런 일까지 해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당연히 작가가 광고도 해야 한다. 잘하지 못해도 작가 스스로 광고하지 않으면 아무도 자신의 좋은 책을 알지 못하니, 책을 팔려고 광고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글을 나누겠다는 마음으로 알려야 한다.


셀프 광고는 지인을 통해 알리고 SNS 활동이 대표적이다. 지인 광고는 지인들에게 문자나 카톡을 무차별(?)적으로 보내서 알린다. 어쩐지 멋쩍지만 주소록에 저장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보내고, 동창회 소모임등 참석하지 않은 모임에도 알려본다. 스스로 하기 부끄럽다면 친구에게 부탁해 본다. 출판사에서 작가와의 대화 자리를 마련해 준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만들어보아도 좋다. 줌에서 진행해도 되고 소그룹으로 오프모임에서 진행해도 된다. SNS에 모집 광고를 내고 진행하거나 지인들을 모집해서 작가와의 대화를 실시하면 된다.


새끼 작가에게 가장 좋은 광고는 뭐니 뭐니 해도 SNS광고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페이스북, 틱톡, 유튜브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본다. SNS가 없다면 계정부터 만들고 책광고를 올린다. 매일 책광고만 하기는 쓸거리가 금방 동나니 꾸준히 올릴 수 있는 주제를 잡아 플랫폼에 글을 올린다. SNS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한데 쉽지는 않다. 그래도 이삼 년은 꾸준히 매일 올려본다. 하다 보면 독자들에게 강사초청 연락이 온다. 지인들 중에서도 뒤늦게 강사초청을 제안해 오기도 한다. 책 출간이 가져다준 새로운 소소한 일상이 펼쳐진다. 오십 대에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고 노후에도 지속할 수 있는 취미활동으로서 글쓰기가 더 좋아진다.


<업이 되는 글쓰기>


책을 출간하고 가장 좋은 점은 글쓰기가 더 좋아졌고, 작가로서 또 다른 꿈이 생긴 것이다. 글로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좋은 것을 함께 하겠다는 작은 소망을 실천할 수 있게 되었다.


책 쓰기는 쉽지 않다. 초안을 작성하기도 어려운데 고쳐쓰기는 더 어렵다. 최소 오십 번 이상은 고쳐쓰기를 한다. 엉덩이에 종기가 나도록 보고 또 보게 된다. 일기 쓰기나 블로그 쓰기와는 또 다른 고된 작업이다. 이일을 왜 시작했을까 후회가 들 때도 있다. 책을 내고 나면 기쁨과 뿌듯함보다는 다시는 책을 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다시 하게 되는 일은 글쓰기다. 크든 작든 글쓰기는 자신을 가꾸는 업이 된다.






#하나만 #라라크루

#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다_엄마에세이

#간호사무드셀라증후군처럼_간호사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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