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는 설렘을 심는다

주말농장 이야기

by 하민영

서울시에서는 도시농부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서 친환경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해마다 2월에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시스템을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올해로 6년째 주말농장을 시작하는 나는 친환경 농장을 신청하기 전부터 마음이 설렜다. 2015년은 고양시,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양평군에서 농사를 지었고, 올해는 광주시에서 주말 농부가 되어보기로 했다. 몸이 좋지 않고 거리상의 이유로 지난해는 한해 쉬었는데, 일 년 내내 아쉬웠다. 자연이 주었던 소소한 즐거움이 아련하게 그리웠다.


농장에 갈 때는 작업복을 입고, 작업용 장갑과 장화, 꽃삽과 호미 등도 챙겨가는 것이 좋다. 괭이나 쇠스랑, 물조리개 등은 농장에 가면 구비되어 있어서 도시농부가 준비할 도구는 자잘한 도구 정도만 챙기면 된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 시골에 농사짓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실천하려면 대단히 큰 결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시에서 운영하는 농장을 분양받아서 체험하면 사소한 결심과 자잘한 도구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 가격도 저렴하다. 1구획(16.5㎡)에 3만 원이고, 3 구획까지 신청 가능하다. 나는 2 구획을 신청하고 6만 원을 결재했으니, 아주 저렴한 값을 치르고 도시 농부가 되었다. 10만 원 이내의 투자로 농지가 없어도 농사짓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도시농부는 조금의 땀방울만 보태면 된다.


주말 농장에 갈 때는 아침 일찍 떠나야 한다. 주말에 이동하는 차량이 많기 때문에 교통정체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마음이 설레는 것과는 달리 어물쩍거리다 늦은 아침을 먹고서야 길을 나섰다. 농장가는 첫날이라 할일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여유를 부린 것이다.

농장가는 길이 교통체증으로 한 시간이나 더 소요되었으나, 도로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며 기분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따로 꽃구경을 가지 않아도 기분은 업되었다. 4월은 역시 꽃의 계절이다. 목련과 개나리가 지는 자리에 벚꽃뿐 아니라 해당화, 산수유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잘 가꾸어진 공원에는 철쭉도 피기 시작했다.숲 사이사이로 피어난 진달래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막 돋아나기 시작한 연둣빛 나무의 새순들이 고개를 내밀고 싱그러움을 더하고 있었다. 농장으로 일하러 가는 길이라는 사실도 잊고 꽃들의 향연으로 봄꽃 여행을 떠나는 사람같이 마음이 설레었다.




교통체증과 초행길이라 길을 잘못 들기도 하여 농장에는 예상시간보다 한참 늦게 도착했다. 농장 이장님으로부터 안내를 받고 안내책자, 씨앗과 모종을 받아 들었다. 이제 도시인에서 농부로 변신한다. 운동화 대신 장화로 갈아 신고 장갑을 꼈다. 햇빛을 가릴 모자도 꾹 눌러썼다. 가지고 온 모종삽과 호미를 들고, 농장에서 대여해 주는 쇠스랑과 괭이도 챙겼다.

땅은 농장 이장님이 트랙터로 갈아엎어놓았고 지프라기와 거름도 충분히 주었다. 농장 이장님의 노고가 느껴졌다. 남편은 쇠스랑과 괭이로 땅을 다시 고르면서 돌과 비닐을 골라냈다. 남편이 땅을 고르는 사이 나는 호미로 작은 고랑과 구덩이를 만들었다.

씨 뿌리기 채소는 마구 흩뿌려도 되지만, 그렇게 심으면 재배할 때 힘들다. 그래서 고랑을 만들고 줄 간격을 맞춰 뿌리거나 점뿌리기로 하는 것이 좋다. 모종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작은 모종이지만 점점 자랄수록 커지기 때문에 성장을 예상하고 드문드문 심어야 한다. 상추모종은 보통 성인의 한 뼘 정도(20cm) 정도 간격으로 심는 것이 좋다. 욕심껏 심으면 오히려 채소들이 잘 자라지 못한다.

씨앗은 자라면 솎아먹으면 되니 한 봉지를 서너 고랑에 뿌렸다. 처음 할 때는 이걸 어떻게 심는 것이 좋을지 몰라 이장님께 물어보거나 옆에서 농사짓는 다른 사람을 보면서 했다. 남편은 농사일은 생전 처음이었고, 나는 시골에서 농사짓는 부모님을 보고 자라서 농사일이 영 낯선 것은 아니었으나 내가 주인이 되어 농사를 처음 지을 때는 허둥대기 일쑤였다. 그래도 6년 차나 되었다고 이제는 알아서 척척 해냈다. 지나가던 이장님께 잘 심었다고 칭찬까지 들었다.


1 구획이 16.5㎡(5평)이니 여기에 작물을 심으면 4인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얻기에 충분하다. 가끔 날이 가물거나 장마가 심할 때는 수확량이 적어지기 때문에 나는 2구획을 신청했다. 2구획이면 네 가구가 나눠먹을 정도로 충분한 양의 채소를 수확하여 키우는 기쁨과 나누는 기쁨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며칠 전에 비가 와서인지 땅은 안쪽으로 살짝 촉촉했다. 그래도 씨앗과 모종을 심기 전에 물을 먼저 주었다. 과거의 경험을 살려보자면 물을 충분히 주고 심는 것이 씨앗의 발아를 돕고 싹을 틔우며 뿌리내리기가 훨씬 수월한 것 같았다.

근대, 쑥갓, 열무, 당근은 씨를 뿌렸고 청상추와 적상추, 당근은 모종을 심었다. 시장에서 사 온 치커리, 파, 깻잎, 겨자채도 함께 심었다. 다양한 채소의 향연이 펼쳐질 풍성한 밥상을 상상하니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빈 땅에 씨앗과 새싹 채소를 심은 것이 아니라 자연이 주는 ‘설렘’을 심었다.


한낮의 햇살을 받으며 일을 하니 잠깐인데도 땀이 흘렀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가슴속까지 시원해졌다. 주중에 비 온다는 기상예보가 없었기 때문에 씨앗을 파종하고 난 후에도 물을 충분히 주기로 했다. 봄철에는 건조하고 가물어서 물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남편은 호스를 이용해서 물을 주었다. 물 뿌리개로 주어도 되지만 호스를 이용하니 힘들이지 않고 물을 금방 주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농기구를 제자리에 갖다 놓고, 쓰레기는 되가져 가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몇몇 사람들이 농장에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농장 한쪽에 그대로 놓여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도시농부는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것 이외에 화학비료, 합성농약, 비닐멀칭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이웃에 피해를 주는 작물은 심지않아야 하고 이웃 농작물에 손대거나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도시농부는 친환경으로 작물을 재배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훼손하지 않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농사일을 마치고 마시는 물 한잔은 갈증을 해소하기에 딱이다. 잠깐의 농사일로 허기진 배를 고구마와 감자로 달랬다. 농사일을 하고 나면 예전에 시골에서 부모님이 농사지을 때 먹던 새참이 어찌나 생각나는지. 맛난 국숫집을 찾아서 쌩쌩 달렸다. 다음주를 또 기다리며.



서울시에서 지급한 씨앗과 모종
가지고 간 꽃삽과 호미 vs 농장에 비치 된 쇠스랑과 삽, 괭이
작업용 장화를 신고, 이 조그마한 씨앗을 뿌린다
이것은 자연이 주는 설렘이다.
머지않아 이 빈땅이 초록으로 물들 것이다.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https://yeyak.seoul.go.kr/web/main.do 시스템을 통해 신청을 받았다.

‘함께서울 친환경농장’ 참여자에 농장임차료 1구획(16.5㎡)당 3만원과 소농기구 구입비 50%를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1인 최대 3구획까지 참여 구획수를 제한한다. 서울시민과 서울시에 주소를 둔 단체(기관)도 참여 신청이 가능하다. 단체(기관)는 별도의 신청서와 참여자명단을 서울시 도시농업과로 제출하면 참여인원당 최대 3구획까지 신청 가능하며, 신청서 양식은 서울농부포털 또는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2021 함께서울 친환경농장 안내 페이지 바로가기

다만, 3월 2일까지 선착순 분양이 마감되지 않는 농장은 3월 3일부터 구획 수 제한 없이 신청 가능하며, 기존 신청자도 추가 신청이 가능하다. 내가 갔던 농장도 아직 분양되지 않은 구획이 있었다.

농작물 재배 시기에 맞춰 봄ㆍ가을에 모종, 씨앗, 유기질퇴비 등 농자재를 무료로 제공하고, 농장에 친환경 병해충 방제를 진행해 초보 참여자도 손쉽게 도시농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한다. 참여시민은 농장 구획당 3~7만원(남양주ㆍ양평ㆍ광주 3만원, 시흥 5만원, 고양 7만원)의 임차료를 부담해야 하며, 신용카드 결제, 가상계좌 입금 중 한 가지 방식으로 임차료를 납부할 수 있다.

기타 문의 사항은 서울농부포털이나 서울시홈페이지, 다산콜센터(120번), 서울시 도시농업과(02-2133-5398, 5373)로 문의하면 상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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