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오픈 03
때는 2018년 더위가 한 풀 꺾이던 시기... 전국의 아르바이트생들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일이 생겼는데... 그건 바로 그 무서운 '종이봉투 유. 상. 판매'
환경 보호를 위해 정부에서는 봉투를 유상판매 했고, 매장마다 다를 수도 있는데 내가 일한 매장의 경우 비닐봉투는 50원, 종이봉투는 100원에 판매했다. 이제는 모두가 봉투값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 취지에 맞게 다회용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당시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어서오세요' '멤버십이나 할인 카드 있으세요'만큼 '저희에게 얘기하셔도...'를 많이 말할 줄은 몰랐지 정말!
사실 안 내던 돈 100원을 내라고 한다면 짜증이 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내 안의 흑염룡을 꺼낼 정도는 아니지 않나 생각하는데, 나만의 생각이었다보다.
봉투값을 받는다고 말할 때 손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아 그래요? 네 주세요.' 혹은 '아 그럼 괜찮아요'라는 수긍형은 첫 번째 유형으로 가장 많은 반응이기도 했다.
'이젠 봉투값 받아요?'라고 묻기도 했는데, 악의가 담긴 게 아니라 정말 몰라서 묻는 느낌이고 그때 나는 정말 안타깝듯 '네 환경 부담금이라서요'라고 응대하고는 했다. 지금 생각하면 뭐 그렇게나 안타까운 일인듯 반응했나 싶긴하지만 그래도 크게 문제제기 안 하고 넘어가서 좋았다.
두 번째 유형은 말보다 행동이 먼저인데, 보통 두 손으로 계산대에 놓인 빵을 가리키던가 으쓱한다. 그 뒤 귀신 씻나락 까먹는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그럼 이걸 어떻게 갖고 가요' 라고 말해 의아형이라고 정해봤다.
한 번은 어떤 분이 빵을 한 가득 사셨는데, 종이봉투값 있다고 하니 괜찮다며 양손 가득 빵을 올리고 나가셨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에 들어온 분이 이 의아형이었다. 봉투 없이 빵을 들고 나가는 것은 이 세상에 없는 방법이라는듯 어이없듯이 내게 물으셨고 '네~ 그럼 드릴게요~'라며 포스기를 눌렀다. 바로 전의 손님과 대비되어서 속으로 웃었다.
마지막은 사실 수적으로는 가장 적지만, 뇌리에 깊게 남는 불만형이다. '아니 원래 주셨잖아요. 왜 받아요?'는 놀랍게도 봉투값 유상판매를 시작한 지 한 달 뒤까지 들었던 말이다. 손님... 빵집 오랜만에 오셨군요? 높은 확률로 이 뒤에는 '아니 봉투값까지 받아'라는 말이 붙는데, 나는 일개 아르바이트생인데도 억울하게 만드는 마법의 말이었다. 봉투 유상 판매는 절대 가게가 이익을 내려는 수단이 아닌데...
이런 유형의 손님이 꽤나 비일비재한데, 한 번은 옆에서 다른 언니가 손님이 가신 뒤에 작게 '그럼 국민 청원에 올리시던가요~' 해서 크게 웃었다. 그래요, 저희에게 얘기하셔도 달라지는 건 없다고요!
프렌차이즈 가게에서 일하면 결제 전에 해야 할 말이 많다. 특히나 할인과 적립, 그리고 기프티콘 사용까지 다 순서가 있어서 주의해야 되는데 이때 해야 되는 말이 더 늘었다. '종이 봉투 100원인데 필요하세요?'라는 새로운 멘트를 가장 먼저 말해야 했는데 할인되는 가격에 포함도 안 되어서 꽤나 번거로운 녀석이었다.
새로운 멘트가 입에 익을 때 쯤, 그 상황에 익숙해진 손님들도 있었다. 여느 때처럼 기계적으로 물었는데 집에서 갖고 온 종이 봉투를 펄럭 꺼내며 '아뇨 갖고 왔어요'라고 씨익 웃던 손님이 생각난다. 마치 '이 상황을 대비했지'라는 듯한 당당한 그 미소. '한 번 쓰기엔 아까워서요'라고 말하셔서 '마자요. 두꺼워서 더 그렇죠!'라며 신나게 반응했다. 준비성이 철저하시다고 생각하며 슬쩍 속으로 박수를 치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