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당신은 향기였다. 한번 각인되면 잊을 수 없는 향기처럼 나에게 각인되어 어디서든 따라다니는 향기였다. 당신의 향기가 나의 삶 이곳저곳에 흩뿌려져서 자주 사무치게 되는 이유를 찾곤 했다. 아마도 나는 당신이라는 향수병에 걸려 이렇게 오래도록 새로운 인연을 만들지 못한 채 당신이 내게 쥐어준 향기 속에 머물며 하염없이 그리워하는 이 마음은 그저 미련일 뿐일까. 그대 향기를 언제쯤 잊을 수 있을지 헤아릴 수 조차 없다. 이따금 잊어갈 때면 저 멀리서 불어오는 선바람을 타고 당신의 향기가 불어와 기어코 눈물이 맺힌다. 행복했던 순간의 향기는 더 이상 행복하지 않고, 날이 선 채로 날카롭게 콧등을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