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책 리뷰 ] "그리고 이야기하다"
이 동시집은 정겨운 골목길 풍경과 골목길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준관 시인은 도시는 아파트 단지로 변해가고 있지만 아직 남아있는 골목길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소리를 통해 시를 지었다. 이 책은 조푸름 화가의 예쁜 그림과 함께 총 4부, 60여 편의 동시가 실려 있다. ( 1부 떡볶이 집에서, 2부 골목길 가면, 3부 수업 마지막 종이 울리면, 4부 엄마가 사 온 강아지)
이 리뷰에서는 각 부에서 인상 깊은 동시를 옮겨와 내 감상을 적어 본다.
[ 1부. 25쪽 "아이들이 다니는 길에" ]
이제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찾아왔다. 들길에 코스모스가 피기 시작했고, 하늘에는 구름 지도가 펼쳐졌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 등을 다니느라 계절의 변화를 잘 느낄 새 없이 지나치는 것이 안타깝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작은 들꽃도 보고, 푸른 하늘, 반짝이는 별들도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아이들이 다니는 길에
아이들이 다니는 길에
맨 먼저 꽃이 피지
봄에는 민들레가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맨 먼저 피지
바라봐주는
아이들 눈길 때문에
만져봐주는
아이들의 손길 때문에
[ 2부. 57쪽 "골목의 참새" ]
동네에 아침을 알려주는 참새의 '짹짹짹' 소리가 언제부터 잘 들리지 않는다. 아침 산책을 하면 잿빛 비둘기들이 모이를 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참새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나의 어린 시절, 전깃줄과 지붕 위에 있던 많은 참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내가 발견하지 못해서 일까?
골목의 참새
참새는 오늘도 바쁘다
골목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느라고
감나무에 앉아서
전깃줄에 앉아서
지붕에 앉아서
훈이네 집에 동생이 태어났다고 짹짹짹
민이네 엄마 병이 나았다고 짹짹짹
연이네 언니가 결혼한다고 짹짹짹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다
참새가 짹짹짹 돌아다니면
골목엔 짹짹짹 기쁜 소식이
생겨난다
하루에 꼭 하나씩!
[ 3부. 73쪽 "나는 일곱 살" ]
나는 시를 비롯한 글의 소재를 책이나 일상에서 얻는 편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아니더라도 우리의 소중한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발견하고, 생각하며 상상해 본다. 약간의 변주가 필요하기도 하다. "나는 일곱 살''이라는 동시도 세상에 있는 일곱 개의 사람과 사물 그리고 자연을 소재로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일곱 살
나는 일곱 살이에요
그래서 세상엔 일곱이 많나 봐요
무지개 일곱 빛깔
북두칠성 일곱 개 별
숲속에 사는 일곱 난쟁이
참새가 노래하는 아침 일곱 시
담장에 핀 장미꽃 일곱 송이
아, 그리고
내 생일날에 켜는
일곱 개의 촛불!
[ 4부. 94쪽 " 가을 들녘" ]
가을비가 촉촉히 내린 완연한 가을이다.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결실의 계절, 10월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가을 들녘에 세워진 허수아비와 벼알 조금 쪼아먹고 날아가는 참새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의 일상에도 좋은 결실이 일어나기를 바라본다.
가을 들녘
허수아비는
참새들이
이 들녘의 한식구라는 것을 알기에
'요오 녀석들!'
몸을 흔들며
겁만 줍니다
참새들은
허수아비의 마음을 잘 알기에
쪼금만,
아주 쪼끔만
벼알 쪼아먹고
후루루 날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