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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PLAN Dec 28. 2021

막연한 기다림

초보 플로리스트가 만드는 감성 꽃말

보라색 꽃을 가장 좋아한다.

그중 청색을 살짝 가미한 청 보라톤의 꽃을.


택배로 배송받는 꽃 농장의 라인업 확인 중

아네모네가 입고되었다는 소식에 주저함이 없이

청보랏빛 아네모네 한 다발을 주문 넣는다.


10송이 중 먼저 핀 두 송이.

꽃잎의 오묘한 빛깔은

손에 묻어 나올 것처럼 찐하고

하늘하늘한 꽃잎은 색화지처럼 얇아

손이 닿으면 망가질 듯 아슬아슬하다.



서둘러 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난방이 안 되는 방에 두었던 아네모네를

따스한 방으로 옮겨 하룻밤을 보내고

배송받은 지 6일째인 오늘 아침.


여덟 송이 중 세 송이가

조심스럽게 꽃잎을 펼치고 있어

반가운 마음에 한참을 들여다본다.



배송 중 추운 날씨에  냉해를 입어서인지

5일 동안 추운 방에서 냉해를 입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잔뜩 오므리고 있는 다섯 송이 아네모네도

찐하고 신비로운 색감과 겹꽃잎의 풍요로움으로

 환히 피어나길 기다리고 있다.



사 온 지 하루 이틀 만에 활짝 피던 아네모네가

올 겨울에는 왜 이렇게 더디게 피는지.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는  이 겨울.


내년 이맘때쯤

보랏빛 아네모네를 만나게 되면

올 겨울의 막연한 기다림이

 지나간 기억이  되어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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