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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피 Dec 26. 2021

인스타스러워서 좋겠다

인스타그램에 대한 짧은 생각: 보여지는 삶에 관하여

노력만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과 사회적 성공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인지한 세대는 일상의 행복을 느끼는 것에 집중하고 그 행복을 사진으로 담고자 한다. 내가 가본 예쁜 장소, 맛있는 식사, 색다른 경험... 그 순간을 '채집'해서 사진으로 '소유'한다. 


세상은 '인스타그램스러워'졌다.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공간에 가서 열심히 사진을 찍는 것이 이 시대에는 잘 논 것이 되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 전에 그럴듯한 케익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었으며 여행을 가도 그 순간의 느낌은 짧게 느끼고 '느낌 있는' 사진을 찍는 데는 많은 시간을 쏟는다. 오히려 사진이 얼마나 잘 찍혔는지가  그 시간의 가치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래도 잘 찍어놓으면 만족스럽다. 사진은 감성이다.


고급 취미를 즐길 때는 소위 '있어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골프장에 골프공은 안 가지고 가더라도 옷은 3벌씩 챙겨가야 한다. 시차를 두고 다른 옷을 입고 있는 3건의 게시물을 포스팅한다. 골프장에 자주 가는 사람처럼.

다이렉트 메시지(DM)로 낯선이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건 어색한 것이 아니다. 외모, 라이프스타일 등을 비교적 다양하게 파악할 수 있고 상대방 입장에서도 거절하는 게 어렵지 않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최근 10년간 셀럽과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스타그램 문화가 크게 발전하면서 '인플루언서'라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화려한 사진으로 많은 팔로워들을 보유한 이들은 마케터들의 관심을 부른다. 포스팅 한 건에 적게는 수천 건에서 많게는 수십만 건의 노출을 보장한다. 그것도 인플루언서의 특성에 맞게 타겟팅되어있는 팔로워들 대상이다.

광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만연하지만 포스팅 한 건에 수백만 원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좋은 상품을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소개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광고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기존 광고산업의 돈이 인스타그램으로 많이 이동하면서 메가 인플루언서들이 생기고 신흥 부자들이 탄생했다. 사기꾼도 많아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유명해지지 않으면 부자가 될 수 없는 세상이다. 


잘난 사람 많고 많지 누군 어디를 놀러 갔다지 좋아요는 안 눌렀어 나만 이런 것 같아서 저기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속엔
DEAN - instagram(2017)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인스타그램은 부작용이 있다. 먼저, 보여지는 삶에 대한 집착이 너무나 심해졌다. 인스타그램에 올려지는 사진을 중심으로 자신의 인생을 살게 된다. 삶에 대한 진정성이 위협받고 자기객관화가 어려워진다. 사진을 찍기 위한 여가로 인생을 채우게 된다. 자신만의 기준이 없고 '인스타스러운Instagrammable' 것에 집착한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마케팅에 아주 쉽게 휘둘린다. 오늘은 컵라면을 먹더라도 호텔신라의 6만 원짜리 망고빙수는 1시간을 기다려서라도 먹어야 한다. 그게 잘 먹는 거다.

다음으로, 인스타그램 속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 노출되다 보니 자신의 현실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상대적 박탈감이다. 얼마 전 페이스북 출신 프랜시스 하우겐은 "(인스타그램은) 다른 어떤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비해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지만 페이스북은 10대를 위한 인스타그램 제품 개발을 최근까지 강행하려 했었다"라고 내부고발했다. 아주 잘 꾸며진 남의 인생을 보면서 본인은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 있게 말하건대 사실 남들도 별 것 없다.


아마도 시간이 흐르면 인스타그램도 과거의 유산이 될지도 모르겠다. 싸이월드가 그랬고 지금의 페이스북이 그렇게 되고 있는 것처럼 새로운 플랫폼과 문화가 탄생한다면 말이다. 틱톡이나 유튜브 등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SOV(share or voice) 싸움이 치열하다. 인스타그램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가는지도 재밌는 구경거리가 될 것 같다.


그렇게 시간 낭비를 하네 네 인스타그램 속에서 
DEAN - instagram


무튼 인스타그램에 대한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를 한 번은 간단히라도 정리해보고 싶었다. 보여지지 않아도 스스로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을 해봤는데 쉽지는 않아 보인다. 업무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편리한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일상으로 스며드는 오늘날, 결국 나라는 사회적 존재를 인식시키려면 나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 단지 그것이 많이 왜곡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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