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Waving to you 04화

바닷물 잔뜩 머금고

by LenaMilk

North Coast in Gili Air


발리에서의 첫 3일을 보내고 길리 섬으로 가는 보트를 타기 위해 파당바이 항구(padangbai port)로 향했다.

길리섬은 3개의 다른 길리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도네시아 롬복섬에서 북서쪽에 떨어진 길리 트리완가(Gili Trawangan) , 길리 아이어(Gili Air) 그리고 길리 미노(Gili Mino) 섬들은 각각 고유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길리 트리완가는 파티의 섬으로 유명하다. 주로 발리와 길리섬에는 호주 관광객들이 많은 듯하다. 지리적으로도 가깝다 보니 젊은 호주인들이 파티를 목적으로 찾는 섬으로도 알려져 있다.

출처: https://bluewater-express.com/schedules/?gclid=Cj0KCQjwio6XBhCMARIsAC0u9aGqGhv8zCXV3CH8BHtD3FJBU



아무래도 남편은 사람이 많은 파티보단 조용히 앉아서 자연을 감상하거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기에, 길리 트리완가 보다는 한적한 길리 아이어(Gil Air)를 선택했다. 한국에서 제주도 외에 이렇게 섬을 여행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렇게 스피드 보트를 타고 섬에서 섬으로 움직이는 것도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렇게 보트를 타고 2시간 정도 움직이니 금방 길리 섬에 도착했다. 평소에도 차 멀리 배 멀미 심지어 가끔은 비행기 멀미도 하는 사람이라 배를 타기 전에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이른 아침부터 움직인지라 배안에서 푹 잠을 잘 수 있었다. 이른 새벽부터 움직였더니 배도 고프고 너무 피곤했다. 그리고 길리 섬의 날씨는 발리보다 더 뜨거웠다. 그렇게 큰 배낭을 메고 길리섬에서의 첫 하루를 시작했다. 해변의 북쪽에 위치한 숙소로 가기 위해 열심히 걸어가던 중 로컬 음식점을 발견했다.


에세이의 뒷부분에서 인도네시아와 발리의 음식문화에 대해서만 따로 자세히 다룰예정이지만, 예상외로 관광객들이 많은 곳에서 전통 발리 음식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러던 중 발견한 인도네시아 음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약간 먹는 방식은 사장님이 접시에 밥을 주시면 10가지 정도 되는 반찬들을 골라서 밥과 함께 먹는 음식이었다. 나는 계란 카레와 알 수 없는 채소 볶음 그리고 쫀득쫀득하면서도 무엇인지 알 수 없던 반찬 그리고 템페(tempeh)를 선택했다(템페는 인도네시아의 발효 식품으로 콩을 발효시켜 만든 음식이다. 한국의 청국장과 비슷하지만 무르지 않고 단단하다. 겉모습은 두부와, 맛은 견과류나 버섯과 비슷한 편이다. 발리와 인도네시아 음식에서 자주 발견된다. 비건 샐러드에도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 그리고 매운 음식이 간절했기에 매운 소스나 매운 음식이 있느냐 물었더니, 매운 삼발 소스를 덜어주었다. 그렇게 한 접시에 담긴 다양한 반찬들을 매운 소스와 함께 비벼서 한입 먹었다. 매운 소스는 저말 매웠지만 맛있게 매운 그런 맛이었다. 모든 반찬들이 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들이었으나 정말 맛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먹고 나니 졸음이 쏟아졌다. 빨리 숙소로 가서 샤워를 하고 한숨 자고 싶었다. 인도네시아와 발리의 로컬 음식은 정말 너무 저렴하다. 이렇게 해서 남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한 접시에 2천 원 정도 하는 돈을 지불하고 나니 이렇게 저렴한 음식으로 배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 동남아 여행의 큰 장점이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 물론, 위생이 염려되는 여행객들은 현지의 스트리트 푸드와 로컬 음식을 도전하는 것을 꺼리기도 하지만, 발리 여행을 통해 모든 스트리트 푸드가 비 위생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느꼈다. 새로운 음식을 도전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식당에서부터 10분 정도를 더 걷다 보니 숙소가 등장했다. 숙소까지 걸어가는 길의 절반은 깨끗하고 편안한 도로가 아닌 잡초와 풀이 무성한 시골길이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걷다가 뱀이 나타난다거나 생각지도 못한 벌레한테 물린다거나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지만 그럴 일은 없다고 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남편이 도착하기 전부터 이번 여행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좋은 숙소라고 뿌듯해했기에 나도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빌라에 도착하자 인상 좋은 젊은 청년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우리의 첫 풀빌라로 들어서자 보기만 해도 시원한 개인 풀장과 2개의 방 그리고 매력적인 거실이 있었다. 전형적인 더운 나라의 집처럼 보였다. 너무 아늑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아무래도 섬이고 자연친화적인 환경이다 보니 지렁이와 도마뱀이 곳곳에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 섬 생활의 한 부분이니 받아들이고 지렁이가 방으로 들어와도 죽이지 않고 피해 다녔다. 처음에 벽에 무언가가 후다닥 움직이기에 너무 놀라 외마디 짧은 비명을 질렀다. 도마뱀이었다. 남편은 도마뱀은 무해하고 사람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가까이 오지 않을 테니 무서워하지 말라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무서웠다. 그래도 어쩔수 없이 여행 기간 내내 여러번 마주치다 보니 너무 귀여웠다. 심지어, 납작하게 벽에 붙어 빠른 속도로 벽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니 만져보고 싶었다.


길리 섬을 찾아오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아름답고 투명한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스노클링을 한 후 일광욕을 즐긴다. 특히, 동서남북으로 펼쳐져 있는 해안가는 각각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먼저, 숙소에서 가장 가까웠던 북쪽의 해안가로 향했다. 감사하게도 숙소에서 걸어서 8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해변가는 강렬한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거리는 바다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예상외로 북적거리지 않는 해변가에서 마음에 드는 바(bar)겸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는다. 음료수와 스낵을 하나 시키고 아쿠아슈즈로 갈아 신은 후 바다에 발을 담갔다. 자갈과 죽은 산호가 가끔은 아주 날카로운 경우가 많아서 꼭 아쿠아슈즈를 신어주는 게 안전하다. 발리에서는 음식이 내 테이블까지 서빙되는데 서울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무래도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듯했다. 인도네시아 맥주와 감자튀김이 나오기까지 그래도 20분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싶어 먼저 바닷물에 몸을 적셨다. 언제나 그렇듯, 처음은 너무 차가웠지만 한두 번 잠수를 하고 나니 너무 상쾌했다. 바닷물은 짰지만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에서 다시 한번 바다 수영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


매우 오랜만에 나온 해외여행이라 아쉽게도 못 챙기고 온 물건들이 있다. 바다 수영을 하면 할수록 수영 안경이 간절했다. 바닷속을 구경하고 싶었으나 오랜 시간 눈을 뜨고 있으며 바닷물에 눈이 아파왔고 무엇보다 수영 안경 없이 바닷속을 구경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음에 동남아에 나올 때는 꼭 수영 안경을 가지고 나오리라 다짐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장비 발'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지 않을까 싶었다. 이렇게 아쿠아 슈즈 하나 신는 것만으로도 혹시나 발에 상처가 나지 않을까 싶은 불안감을 덜어주니 말이다.


North Coast in Gili Air Island

아쉬운 대로 바다의 파도를 즐기고 얕은 곳에서 수영을 하며 그렇게 바다가 주는 자유를 즐겼다. 우리가 자리 잡은 곳에서 조금만 수영해서 가면 바다에 설치된 그네가 있었다. 너무나 낭만적이지 않은가. 바닷속에서 그네를 탄다 라는 아이디어가 너무나 새로웠다.


바닷물 속에서 20분 정도만 열심히 놀아도 금세 배가 고프다. 특히나 무더운 여름 땡볕 아래서 열심히 수영을 하며 몸을 움직이고 놀다 보면 금세 목이 마르고 허기가 진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물놀이 후에는 컵라면도 좋지만 바로 튀긴 뜨거운 감자튀김을 먹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원래도 감자튀김을 너무 좋아하지만 특히 갓 튀긴 감자튀김과 맥주를 물놀이 이후에 먹는 건 환상적인 맛이다. 이 감자튀김 옆에 뜨끈하고 칼칼한 열라면이나 육개장 라면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쉬운 데로 차가운 맥주와 갓 튀긴 칩스는 안성맞춤이었다.


생각보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물속에 들어가기보단 수영복을 입고 태닝을 즐기는 듯이 보였다. 발리에는 가족단위로 온 관광객이 많았다면, 길리 섬에는 젊은 남녀 커플이나 친구들끼리 온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동양인들은 주로 피부가 타는 것에 예민한 편이다. 특히, 한국이나 중국 같은 문화권에서는 밝고 투명한 피부에 붉은 입술이 전통적인 미인을 결정짓는데 중요한 요소인 것만 봐도, 건강미 넘치는 구릿빛 피부보다는 맑고 투명한 하얀 피부를 선호하는 듯하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국에서도 미의 기준이 조금씩 확장되는 것을 보면 건강한 구릿빛 피부에 건강미 넘치는 몸도 많은 사랑을 받는 것 같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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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오기 전 선크림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브랜드와 종류도 너무 많았을뿐더러, 바다에 들어갔을 때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는 친환경적 소재를 찾다 보니 더더욱이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길리 섬 바닷가에는 거북이와 다양한 아름다운 물고기들이 많이 산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되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다행히 해변가에 플라스틱이나 쓰레기가 보이지는 않았다. 문득, 매 여름마다 뉴스에서 흘러나오던 부산의 한 해안가가 젊은 취객 들로 인해 하룻밤 사이에 쓰레기장으로 변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이번 여행에서의 한 가지 꼭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최대한 휴대폰보단 책을 보는 것이었다. 서울에서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 그리고 넷플릭스와 같은 미디어의 홍수에 질식하는 기분으로 살았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많은 정보를 모으고 다른 이의 삶을 보며 자극받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한 번도 만나본적 없는 누군가의 삶을 사진 한 장으로 판단하거나 나의 삶이랑 비교하는 행위들이 결코 건강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특히, 나는 남의 삶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거나 내 삶이 초라해 보인다거나 하는 것보다는 나의 삶을 주변인들과 과도하게 공유하는 것이 가장 큰 압박감이었다. 그냥 사진과 글 올리기를 멈추면 되는 걸 알면서도, 어딘가 허전한 마음을 친구들에게 나의 이야기와 나의 하루를 공유함으로써 채워 나가기 시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는 사이버 세상보다 현실세계에 집중해서 나의 마음을 채워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발리에 왔다.


여행을 떠날 때 챙겨 온 책은 총 4권이었다. 그중 한 권은 아이패드에 저장해온 이북(ebook)이기에 무게가 부담스럽지는 않았지만 다른 책 3권이 합쳐지니 꽤 무게가 나갔다. 여행길에 가장 먼저 읽기 시작한 책은 일본 작가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라는 소설이었다. 제64회 요미우리문학상 수상작인 이 책은 꽤나 두꺼웠다. 서울에서부터 읽던 책이라 책의 삼분의 일정도 읽은 상태였다. 많은 이들이 여름의 일본을 좋아한다. 잔잔하면서도 소소하고 감성적인 일본의 여름을 다룬 애니메이션과 영화 그리고 소설은 수수하고 담백하다. 이번 여름이 그렇게 잔잔하고 담백하길 바라면서, 일본의 여름을 담은 소설을 가져왔다. 젊은 건축 수습생과 나이 지긋한 원로 건축가 그리고 그들의 건축과 삶에 대한 열정과 여정을 담은 긴 소설이다. 작가의 담백한 문체와 잔잔한 이야기가 중반부를 지나니 약간은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꾹 참고 한두 장씩 넘기다 보니 다시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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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 중 가장 더운 오후의 시간을 해변가와 바닷물 속에서 보낸 후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는 열심히 풀을 뜯어먹는 소와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관광객 그리고 현지 사람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바닷물을 가득 머금은 수영복과 신발이 피곤한 몸을 더욱 무겁게 만들지만, 자연의 풍경은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

나는 발리와 길리의 현지인들이 너무 좋다. 그들은 눈이 마주치면 부끄러운 웃음과 ‘헬로’를 외치며 인사를 건넸다. 가끔은 그냥 눈이 마주치면 서로 웃어 보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동요됐다. 그들의 순박한 웃음과 외부인을 경계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는 서로 인사를 한다. 처음 마주한 얼굴에게 손을 흔들며 웃는 얼굴과 친절한 마음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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