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Waving to you 05화

하루에 다섯 번

by LenaMilk



그런 날이 있다. 아무리 좋은 곳에 있어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그런 날. 방 안에 틀어박혀서 우울함을 즐기기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메모장과 휴대폰에 끄적이다가 깜빡 잠이 들고 싶은 그런 날.


일찍이 동쪽의 해변가로 향했다. 너무나 무더운 날씨와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 그리고 그날따라 왠지 모르게 소통이 되지 않던 남편과의 거리감, 무언가 탐탁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상태로 동쪽 해안가에 도착했지만 그냥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북쪽 해안가가 물놀이에 적합한 바다였기에 스노클링으로 유명한 동쪽 해안가의 분위기가 그냥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침부터 숙소에서 빌린 스노클링 장비를 들고 온갖 짜증이 나는 걸 꾸역 구역 마음속에 담다 보니 안 그래도 더운 날씨가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있는 짜증 없는 짜증을 부리며 다시 20분을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혼자 숙소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풀장으로 들어갔다. 짜증 나는 마음이 곧바로 풀릴 만큼 시원하고 상쾌했다.

IMG_2448.JPG

그렇게 혼자 물놀이를 즐기고 선배드에 누워 책을 읽다 보니 해변가에서 혼자 놀고 있을 남편이 약간은 안쓰러웠다. 이것을 계기로 나의 내적 분노와 한 번씩 밀려오는 짜증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일요일은 서울에서는 교회를 가거나 팬데믹 이후로는 집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리는 그런 차분한 날이어야 한다. 하지만 여행을 핑계로 나에게 중요한 시간을 갖지 못하니 마음이 요동치고 괴로웠다. 여행을 와서도 나의 미래와 세상에 대한 염려로 가득 찬 마음은 수영으로 날려보냈다. 물론 평소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기도와 명상 그리고 목사님들의 설교를 통해 최대한 날려버리고는 했다. 여행을 다니면 그런 신앙적 행위가 어려울 때가 많다.


인도네시아는 무슬림 국가이다. 2020년 기준, 인구 267만 명 중 87%의 인구가 무슬림, 7%가 기독교 그리고 3%가 가톨릭, 나머지 1.5%가 힌두교였다. 그리고 그 1.5%는 발리에 사는 발리인들에 해당한다. 길리는 길리 제도의 섬이고 인도네시아어를 사용하는 인도네시아의 또 다른 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거주인들이 무슬림 신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에 5번 기도를 하는 무슬림들의 문화가 보존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선배드에 누워 종교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어느덧 그들의 기도소리인 아잔(adhan)이 길리에 울려 퍼졌다.


아잔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매일 5번 기도시간을 알리는 기도 소리를 뜻한다. 이 사운드는 대부분의 무슬림 국가의 음경(音景, soundscape)적 특징이다. 사실, 무슬림 국가를 여행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것을 이날 깨달았다. 물론 영국에서 20대의 초중반을 보내며, 무슬림 사원과 무슬림 신자들 그리고 아잔을 종종 보고 듣기는 했어도 항상 도시에서의 경험이기 때문에 온갖 소음과 뒤섞여 하나의 소음 공해로만 다가왔다. 길리에서는 차와 오토바이가 없고 인구수가 적기 때문에 자연에 뚤러싸인 빌라에 누워 길리 전역에 울려 퍼지는 아잔을 듣고 있다 보니 그 소리가 매우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약간은 한국의 애환이 담긴 전통 가요의 느낌이 들기도 했다. 신에게 간절히 나의 염원을 전하고 신의 응답을 간구하는 그러한 어떠한 소망과 절박함이 전달되면서도 신을 경외하는 웅장함 또한 느껴졌다. 그리고 서구권에서 만들어진 테러와 관련된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중동의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항상 이런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중동의 모습과 아잔의 소리가 사용되고는 하는데, 그런 이미지에 익숙한 비 무슬림권 사람들은 이런 소리를 들을 때에 부정적이 이미지가 떠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은 불공평하다는 생각과 함께, 종교가 한 국가 혹은 지역의 문화와 인간의 삶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https://www.youtube.com/watch?v=iaWZ_3D6vOQ

아잔(adhan) 유튜브 영상

매일 5번 꼭 기도를 해야 한다는 것을 태어날 때부터 가르침 받은 길리 섬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시간이 없음에 아쉬웠다. 국가의 종교는 그 나라의 문화와 삶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기독교와 천주교의 이념 아래 발전했으며, 미국은 현재도 65%의 인구가 기독교 그리고 가톨릭을 믿는 '크리스천(christian)'이다. 이 크리스처니티(christianity) 미국의 문화와 정치 이념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길리섬에서 다시 발리로 돌아가는 여정을 소개하며 발리의 힌두교와 힌두교를 품은 문화에 대해 자세히 써보려고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길리 섬이 약간은 경직되면서도 잔잔한 느낌이라면 발리는 '다양성'과 함께 자연을 숭배하는 숭고한 분위기의 섬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며 무엇을 믿는지는 그 사람의 인성과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사회 집단이 비슷한 믿음을 가지고 한 곳을 향해 달려간다면, 그 사회의 가치관과 규율도 집단의 믿음과 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을 믿으며 정직하게 살아가고, 몸으로 일을 하며 하루하루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서구화된 도시인들의 삶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도시인들은 자신을 믿는다. 많은 종교의 의미가 퇴색되고, 많은 이들이 물질을 숭배하고 자신을 믿으며 돈에 의지해 살아간다. 그렇기에 경제가 흔들리고 나의 집값의 오르 내림에 따라 나의 마음도 같이 휘청거린다. 누구나 물질과 돈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으나, 항상 너무 물질화돼가는 서울의 삶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금융 치료'라는 말처럼, 직장에 치여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자신의 욕구와 지친 마음을 풀기 위해 백화점으로 향하고 시내의 고급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긴다. 내가 열심히 일해 축척한 자산으로 쇼핑을 하고 쉼을 가지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단지, 삶의 방향이 '소비'에 집중되어 있는 도시의 삶이 약간은 아쉬울 뿐이다.


나는 나와 다른 믿음의 소리를 들으며, 나의 신을 마음속으로 불러보았다. 내가 믿는 신의 거룩함은 잔잔한 일요일의 오후와 내가 그날 먹은 음식들 그리고 자연 속에 깊숙이 깃들여져 있었다.

keyword
이전 04화바닷물 잔뜩 머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