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Waving to you 12화

통돼지의 섬세함과 파인 다이닝

식도락 여행 - 4

by LenaMilk

여행 초반부터 바비 굴링(babi guling)을 찾아 헤맸다. 앞의 글을 읽은 독자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발리 사람들이 주로 점심에 먹는 돼지 요리 이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잘 맞춰서 찾아가야 했고, 더군다나 생각보다 바비 굴링을 판매하는 전문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발리의 여정에서 가장 마음이 편안했던 문둑(Munduk, 이곳의 이야기는 뒷부분에서 자세히 언급할 것이다)에서 우부드(Ubud)로 옮기는 과정을 이미 한번 이용했던 택시 기사님께 부탁드렸다. 그리고 2시간 정도 걸리는 여정을 하는 과정에 혹시 바비 굴링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잠시 멈추어 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렇게 발리 로컬 드라이버 분의 안내로 방문한 바비 굴링 전문점에서 첫 바비 굴링 를 맛보았다. 감사한 마음에 드라이버 분께도 바비 굴링 한 접시를 대접했다.

한국으로 따지면 아무래도 경기도 외각 부근의 닭갈비나, 닭백숙, 닭볶음탕 맛집 정도 될 것 같은 곳이었다. 식당의 부지가 꽤 넓었고 점심시간인데도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바비 굴링 3 접시를 주문하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다른 음식점보다 비교적 일찍 음식이 서빙되었는데, 아무래도 오랜 시간 통돼지를 조리하는 요리이다 보니 미리 많은 양을 만들어놓는 듯했다.

잠시 바비 굴링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바비 굴링-Babi guling은 구운 새끼 돼지의 인도네시아 버전이다. 다른 인도네시아 지역에서는 흔하지 않지만 힌두교가 주종교인 발리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요리 중 하나이다. 굽기 전에 돼지의 피부는 일반적으로 심황으로 문지르고 동물은 보통 심황, 고수풀, 레몬그라스, 샬롯, 갈랑갈, 칠리, 새우 페이스트 및 마늘을 포함하는 바사 게데 향신료 혼합물로 채워진다고 한다. 그런 다음 돼지고기를 꼬치에 올려놓고 불에 구워낸다. 이 발리의 진미는 일반적으로 특별한 경우와 공식적인 모임에서 제공되지만 인도네시아의 전통 캐주얼 식당인 와룽(식당)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이 요리는 발리에서 매우 인기가 있다, 미국의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한다. 돼지를 구울 때 선명한 호박색 피부를 조심스럽게 제거하고 고기를 덩어리로 자른다. 바비 굴링 는 종종 찐 쌀, 신선한 야채, 삼발로 알려진 매운 인도네시아 조미료 덩어리와 함께 제공된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접시 한 군데에 이 조리된 돼지의 다양한 부분과 돼지 육수로 만든 약간은 시큼한 수프와 밥이 함께 나온다. 그냥 맛있었다. 새롭게 경험해보는 맛이었지만, 그냥 맛있었다. 돼지의 심장 그리고 튀긴 껍질(약간 베이징 덕의 껍질 같은 느낌), 그리고 살코기와 돼지고기 사테(satay), 허파 등등 약간 순대같이 변형된 음식도 있었다. 점원이 주문을 받을 때 맵기 조절에 대해 물어본다. 우리는 당연히 한국 음식에 익숙한 사람들이니, 맵게 해달라고 했다. 삼발소스도 같이 나오기 때문에 더 맵게 먹고 싶으면 삼발을 추가하면 될 것이다. 맵기는 딱 맛있게 매운 적당한 수준이었다. 정말로 정성과 노하우 가득한 한 끼였다.


이후에 우부드에서도 유명한 바비 굴링 집을 찾아 도전했었다. 물론 시골 외각보다 살짝 가격을 더 지불해야 했지만, 그곳의 바비 굴링 맛도 일품이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여러 군데에서 바비 굴링 를 시도해보고 싶었다.

Nusantara ubud

@ https://www.instagram.com/restaurantnusantara/


지금까지 직접적으로 내가 방문했던 로컬 음식점의 위치 혹은 상호명을 공유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지극히 주관적인 기억과 경험 때문에 그 음식점들이 피해를 입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하지만 이번 챕터에서 공유하는 곳들은 이미 발리 내에서 그리고 많은 관광객들에게 소개가 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발리의 시골에서 보냈기에, 예쁘고 세련되게 잘 차려진 식당에서 먹을 기회가 많지가 않았다. 하지만 우 부드로 나온 이후로 4군데의 흥미로운 레스토랑을 방문할 수 있었다. 그중 3 군대는 인도네시아 음식과 퓨전 인도네시아 음식 그리고 나머지 한군대는 인도음식 퓨전 레스토랑이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곳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이곳의 외관은 매우 발리스러우면서도 세련되었다. 바깥에는 열심히 치킨과 돼지고기를 굽는 아저씨가 계신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면 깔끔한 여성 점원분들이 자리를 안내한다. 우리는 점심시간에 갔기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프랑스와 호주 그리고 영국인 중년 부부 분들과(그들의 억양으로 판단한 것이게, 그들의 국적이 아닐 수도 있지만...) 동양인 남성 두 분이 계셨다.


누산타라 레스토랑은 인도네시아와 발리 전역에서 사라져 가거나 사라진 레시피를 복원하는 식당이다. 점점 사려 저가는 음식과 이미 사라져 버린 인도네시아 음식을 파인 다이닝의 퀄리티에 맞게 아주 섬세히 선보이는 곳이다. 플레이팅 또한 내가 매우 애정 하는 나무 접시와 나무 식기 들위에 이루어졌으니, 정말 내 취향에 안성맞춤이었다. 이 레스토랑은 점심시간에 방문 했음에도 음식의 양이 꽤나 컸다. 따로 점심 특선메뉴가 있지는 않고, 점심-저녁 통일된 세트 메뉴 및 단품메뉴를 주문할 수 있었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첫 스타트는 음식의 설명이 적혀있는 명함 사이즈의 설명서와 함께 발리의 반찬 그리고 주전부리 같은 음식들이 나왔다. 그리고 삼발이 다양하게 준비되는, 맵기의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별로 맵지 않은 삼발과 중간 단계의 삼발 그리고 아주 매운 삼발을 주문하면 이 맵기의 정도에 맞는 삼발 소스를 준다.

맨 오른쪽의 설명서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중간에 깻잎 같은 식물은 아마란스(Amaranth)라는 잎인데, 약간 깻잎보다 향이 가벼웠다. 개인적으로 CemCem leaves(8번에 위치한)는 한국에서 먹어 본 듯한 양념이었다. 야채를 튀겨서 약간 매운 양념을 묻혀서 인지 맥주 생각이 나는 안주 느낌에 가까운 반찬이었다. 모든 반찬 하나하나가 정성 가득했다. 무엇보다, 한국 반찬과 약간은 비슷한 느낌이 나는 반찬들이 있었기에, 역시 아시아는 비슷한 조리법을 공유하는구나 싶은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한국의 멸치 볶음이랑 거의 흡사한 반찬도 있었다(7번).



그렇게, 처음 스타터 요리를 다 먹어 갈 때쯤 벌써 배가 차는 느낌이 들었다.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며 위가 줄어든 느낌이었다.

메인 음식이 등장했다. 다양한 야채 볶음과 오리 카레(duck curry) 그리고 삼발 소스, 갓 지은 따듯한 밥이 식탁에 등장했다. 인도네시아 음식의 대부분의 기름에 볶은 것이기에 약간은 느끼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야채를 먹을 때는, 살짝 야채를 데치거나 그냥 있는 그대로 생으로 먹는 것을 선호하기에 이렇게 모든 것을 양념과 함께 볶아버리는 방식이 약간은 과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야채가 없는 게 있는 것보다 낫기에 감사한 밥상이었다. 물론, 야채의 신선도와 소스의 강도가 중요한데, 고급 레스토랑인 만큼 신선도는 좋았고 소스의 맛도 강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양이 꽤 많았다.

이번 레스토랑의 아이디어가 매우 인상적이다.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사라져 가는 음식 혹은 이미 조리하기를 멈춘 레시피를 복원하여 밥상을 차려주는 것은 매우 이상적이고 똑똑한 아이디어가 아닌가 싶었다. 맛도 일품인데 인테리어도 세련된(물론 그 세렴 됨은 언제나 서구식 인테리어지만..) 내부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식사가 끝나고 인도네시아식 빙수를 주문했다. Es teler라는 디저트인데, 인도네시아에서 Es로 시작하는 다양한 차가운 수프 디저트를 찾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빙수와 가장 비슷해 보이기도 하면서도 유일한 빙수 디저트였던 Es Teler를 구글에 검색해보면, 인도네시아 과일 칵테일이라고 소개된다.

Es Teler

코코넛 향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낯설고 강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코코넛 밀크(아! 인도네시아 방문한다면 코코넛 밀크를 꼭 드셔 보길 바란다.. 정말 눈이 휘둥그레지는 맛이었다. 내가 마셨던 우유의 이름도 기억이 안 난다, 아쉽게도 그 그렇다고 모든 편의점에 판매하는 건 아니었지만.. 가능하다면 코코넛 밀크를 종류별로 시도해보시길..)와 코코넛 넛 알맹이들 그리고 열 대과 일고 쫀득쫀득한 젤리까지. 정말 너무나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었다. 디저트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먹고 싶은 디저트 중 하나이다.













Hujan Locale

@ https://www.instagram.com/meyrickwill/?hl=en

@ https://www.instagram.com/hujan_locale/?hl=en


시간 순서상으로는 포르투갈 태생의 유명 스코틀랜드 스타 셰프 윌 메이릭(Will Meyrick)의 트렌디한 레스토랑인 후잔 로컬(Hujan Locale)을 먼저 방문했으나, 저녁 다음의 공연 스케줄로 인해 약간 급하게 저녁을 먹은 기억이 있어, 나산 타라(Nasantara)를 먼저 소개했다.

이후에 소개할 발리 전통 춤 공연을 3일 연속으로 관람했다. 주로 공연이 7시 반에 시작했기에, 6시에 도착한 레스토랑에서 1시간 1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인도네시아 식당은 한국의 1.5배 정도의 시간이 걸려 음식이 서빙된다..) 동안 다양한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사진 또한 급하게 찍었다. 인물 모드를 켜놓고 찍었기에 또렷하지 않은 사진에 양해를 드리며..


일단 당연히, 우부드에서 가장 유명한 인도네시아 퓨전 다이닝 레스토랑이었기에 사람도 많았고, 맛도 아주 훌륭했다.

당연히 플레이팅도 깔끔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나, 한국에서 먹는 퓨전 음식들은 굉장히 한국화가 되어있다. 물론, 한국에서 먹는 음식들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지만, 진정한 퓨전의 느낌을 받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인도네시아 음식을 서양 혹은 다른 아시아 음식의 음식과 결합하여 독특하고 똑똑한(clever라고 표현하고 싶다)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퓨전 하면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아닐까 싶다. 이런 방식으로 표현해낸 음식 하나하나가 매우 인상 깊었다. 남편이 먹고 싶어 시킨 깻잎 같은 잎으로 만든 요리는 베텔 너트(betel nut)라는 잎 위에 레몬 바질과, 잭푸르트 그리고 코코넛 등 다양한 과일 및 채소로 만든 스터핑(stuffing, 속)을 올린 것이다. 일단, 스터핑의 재료만 나열하더라도 국내에서 보기 힘든 조합이 아닌가. 맛도 탁월했다.

우선,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이 글을 작성하며 다시 한번 군침을 삼킨다. 그 정도로 특별하고 맛있었다. 특히, 크랩 튀김(soft shell crab)이 정말 황홀했다. 당연히 부드럽고 바삭바삭하다. 그리고 부드럽고 바삭해야 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그 바삭함과 부드러움의 정도가 완벽했고 부드러운 소스와 향신료 가루의 매운맛이 잘 어우러졌다. 그래도 여전히 튀김음식이라 아무리 맛있어도 저렇게 두 마리의 작은 게를 다 먹고 나면 약간 느끼한 감이 있다(나만 그럴지도), 그럴 때 연어가 들어간 샐러드를 먹으면서 샐러드 특유의 상큼함과 신맛으로 입맛을 돋워 주는 것도 방법이다.

전체적으로 균형감각이 잘 맞는 요리였다. 하지만, 음식의 양이 엄청 푸짐한 느낌은 아니다, 아무래도 가격대가 있는 (발리치고는..) 파인 다이닝 식당이기에 한 접시마다 큰 양을 기대할 순 없으나, 한 접시 한 접시 비우고 나면 포만감이 느껴지는 걸 보니 한 접시 한 접시마다 딱 필요한 양의 음식이 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연애시절부터 아무리 배부르게 무언가를 먹었을지라도 꼭! 디저트를 먹어줘야 하는 나의 식성(살찌기 딱 좋은 식습관...)에 녹아든 남편이 블랙 스티키 라이스(sticky rice) 디저트를 주문했다. 하얀색 쌀로 만든 스티키 라이스는 봤어도, 블랙 스티키 라이스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나는 스티키 라이스를 좋아하지 않아 살짝 맛만 봤지만, 역시나 달콤하면서도 살짝 짠맛이 섞인 신기한 맛이었다.


지금까지 먹어본 퓨전 음식들 중에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런던에서 많은 퓨전음식을 시도했다. 물론, 그때는 내가 진정한 푸디(foodie)가 되기 전이었기에, 느끼한 음식이나 약간은 특이한 음식에 큰 감흥을 받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렇게 30대와 20대의 취향이 바뀐 지금, 다시 음식 경험을 쌓아가고 있고, 그 사이에 이런 비교를 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최고였다. 허겁지겁 먹고 떠나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나보다 훨씬 미식가인 남편은 메뉴판을 받아 들자 거의 10분 동안 메뉴를 정독하며 큰 고민에 빠졌었다. 메뉴 자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발리에서의 음식 경험이 다채로웠던 것은 아니다. 한식이 그리워 그린 카레에 매운 고추를 넣어먹었고, 바비 굴링 를 2번 먹고, 피자도 2번인가 먹었고, 파스타는 계속해서 먹었다. 나시고랭이나 미고랭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 고랭 인스턴트 누들을 집에서 종종 해 먹고는 했는데, 사실 내 입맛에는 그 인스턴트 맛이 더 잘 맞았다. 그래도 발리 하면 미 고랭이라던데.. 그래도 맛있는 미고랭을 먹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찾게 된 생면으로 만든 미고랭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갔지만, 그 메뉴는 사라져 버리고 인스턴트 누들로 만든 미고랭만 주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맛은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발리와 길리를 돌며 먹어본 미고랭 중 최고였다. 내친김에, 오징어 먹물 나시고랭도 주문했다. 매우 독특한 맛이었다. 맛은 있었지만 계속 먹으니 물리는 맛이었다(아마도 앞에 미고랭을 먹어서 그럴지도..).


이렇게 짧게 간추린 식도락 여행기를 마친다. 그다음 편에서는 계속해서 인상 깊었던 지역들과 발리의 전통 공연 그리고 정글 탐방 이야기 등 다시 여행 이야기로 넘어가고자 한다.


keyword
이전 11화삼발 소스와의 궁합 그리고 로컬 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