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서재 (53)

마음이 머무는 자리

“소연 님, 이 책…
저한테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책방에 들어온 젊은 여성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책을 꼭 안고 있었고,
눈가엔 살짝 붉어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소연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그 문장들이…
당신의 하루에 조용히 스며들 수 있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그날, 책방엔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왔다.
혼자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
누군가와 함께 와서 문장을 나누는 사람,
그리고 소연에게 직접 고마움을 전하는 사람들.

준혁은 커피를 내리며 조용히 말했다.
“소연아,
이 공간이 진짜로 사람들의 마음을 품고 있어.
너의 글이 그걸 가능하게 했어.”

소연은 창가에 앉아
책방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제는…
내가 만든 문장이 아니라,
이 공간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

그날 저녁, 두 사람은 책방 문을 닫고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초가을의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고 있었고,
책방 안엔 잔잔한 재즈가 흐르고 있었다.

“준혁아.”
소연이 말했다.
“우리, 이 공간을 조금 더 넓혀볼까?
더 많은 이야기가 머물 수 있도록.”

준혁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좋아.
이제는 우리 둘만의 공간이 아니라,
마음이 머무는 자리가 되었으니까.”

그날, 두 사람은
책방이라는 작은 세계 속에서
더 넓은 이야기를 향해
조용히 문을 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