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공평사이
공청회가 끝난 후, 진우와 소희는 건물 앞 커피숍에 마주 앉았다. 둘 사이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당신은 이상주의자예요."
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세상의 모든 불평등을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은데, 그건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할 뿐이지, 완벽할 수는 없어요."
"당신은 냉소주의자고요."
소희가 받아쳤다.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있어요. 안 된다고 말하는 순간, 정말 안 되는 겁니다.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서 불가능하다고 단정하는 건 비겁한 거예요."
"비겁하다고요? 내가?"
진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는 10년 넘게 이 분야를 연구했어요. 수백 편의 논문을 읽었고, 수십 개 나라의 정책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내린 결론이 명확한 규칙의 필요성이에요. 당신처럼 감정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와 논리에 근거한 판단입니다."
"데이터가 전부는 아니에요."
소희는 차분하게 말했다.
"데이터 뒤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통계의 각 숫자는 누군가의 인생이에요. 당신은 그걸 잊고 있어요."
"당신은 개별 사례에 매몰되어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있어요."
둘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커피는 식어가고 있었다.
"진우 박사님."
소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 둘 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잖아요. 더 나은 사회, 더 공정한 세상. 다만 방법이 다를 뿐이에요. 왜 서로를 적으로 봐야 합니까?"
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정하기 싫었다.
"내일 최종 보고서를 원장님께 제출해야 합니다."
진우가 말을 돌렸다.
"원장님은 명확한 결론을 원하십니다. A안 아니면 B안. 당신의 가중치 시스템과 내 단순 비율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꼭 하나를 선택해야 할까요? 절충안은 없을까요?"
"절충하면 어정쩡해집니다. 정책은 명확해야 해요."
"명확하지만 불공평한 정책과, 복잡하지만 공평한 정책. 당신은 전자를 택하는 거군요."
"당신은 후자를 택하고요."
두 사람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