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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울위의 도시(5)

공정과 공평사이

by seungbum lee

그날 밤, 진우는 서재에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최종 보고서 초안이 놓여 있었다. 그는 펜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지영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에는 따뜻한 차 두 잔이 들려 있었다.
"아직도 고민 중이야?"
지영이 차를 건네며 물었다.
"응. 내일 아침까지 결정해야 하는데."
진우는 차를 받아들고 한모금 마셨다. 캐모마일 차였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변호사로서 말이야."
"법의 관점에서?"
지영이 진우 옆 의자에 앉았다.
"법은 명확성을 추구해. 법률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고, 해석의 여지가 적어야 하지. 그게 법치주의의 기본이야. 그런 의미에서 당신 안이 맞아."
진우는 안도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영이 덧붙였다.
"법에는 형평성이라는 개념도 있어. 영미법의 equity, 우리말로 형평 또는 공평이지. 똑같은 규칙을 적용했을 때 부당한 결과가 나오면, 법원은 형평의 원칙을 적용해서 조정해. 법률과 형평, 둘 다 정의를 이루는 요소야."




"그럼 결국 답이 없다는 거잖아."
"답이 없는 게 아니라, 답이 하나가 아닌 거지."
지영이 진우의 손을 잡았다.




"당신은 늘 정답을 찾으려고 해. 하지만 사회 정책에는 정답이 없어. 최선이 있을 뿐이야. 그리고 최선은 상황에 따라 달라져."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해?"
"솔직해져야지. 당신의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한소희 연구원의 관점에도 일리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거야. 그게 성숙한 거야."
진우는 침묵했다. 지영의 말이 가슴에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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