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체결
한달 후, 독일 바이어와의 계약이 정식으로 체결됐다.
서연의 팀은 전사 우수팀으로 선정됐고, 인사팀은 포상 휴가까지 내려주었다.
그 금요일 오후, 서연은 잠시 바람을 쐬러 옥상 정원에 올랐다.
초가을의 하늘은 거짓말처럼 맑았고, 잔잔한 바람은 여름과 가을의 경계처럼 부드럽게 스쳤다.
잠시 후, 수진이 커피 두 잔을 들고 올라왔다.
“여기 있었네. 찾았다.”
“언니도 잠깐 쉬어요. 여기, 공기 되게 좋아요.”
둘은 난간에 나란히 기대어 아래로 펼쳐진 도시 풍경을 바라봤다.
유리창 사이로 반짝이는 빛이 지평선까지 이어지고, 서연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가볍게 흔들렸다.
“서연아, 너 진짜 변했어.”
“제가요?”
“응. 예전엔 늘 긴장한 것 같았어. 뭐랄까… 계속 증명해야 한다는 표정?
근데 요즘은… 그냥 편안해 보여.”
서연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는 안도와 단단함이 동시에 깃들어 있었다.
“맞아요. 그땐 정말 시달렸어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외모만 보는 건 아닐지,
정말 실력으로 인정받는 건지…
그걸 증명하겠다고 계속 애썼죠.”
“그래서? 뭐가 달라진 거야?”
“이번 프로젝트 하면서 알게 됐어요.
진짜 중요한 건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것’이더라고요.
그리고… 혼자 성장하는 것보다, 같이 성장하는 게 더 의미 있구요.”
수진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래서 우리한테 계속 도움을 청했던 거구나.
처음엔 형식적으로 하는 줄 알았는데… 진심이었어.”
“진심이죠. 언니 아니었으면 시장 분석 못 했을걸요.
민준 오빠도, 재희 선배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예전처럼 혼자 끌어안으려 하지 않았어요.”
“너 이제 진짜 팀장감이야.”
서연은 부끄러운 듯 웃었다.
그 순간, 옥상 문이 열리고 민준이 올라왔다.
“여기 있었네요. 부장님이 서연 씨 찾으세요.”
김 부장실에 들어가자 그는 조용히 한 장의 서류를 내밀었다.
“다음 달부터 자네 팀장으로 승진이네. 축하해.”
“정말요…?”
“실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은 거지.
그리고 한 가지—
지금처럼 해.
혼자 가려 하지 말고, 함께 가. 그게 자네 강점이니까.”
서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장님 말씀… 큰 힘이 됐어요.
‘시달리지 말고 이끌리라’고 하신 그 말.”
김 부장은 웃었다.
“그건 내가 준 힌트일 뿐이고,
깨달음은 자네가 스스로 얻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