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올재를넘으며
곧올재를 넘으며
묘량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았다. 곧올재(―峴)만 넘으면 되었다.
새벽 안개가 자욱한 고갯길을 두 사람은 묵묵히 올랐다. 이산갑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밤새 동굴회의로 기력이 소진된 데다, 나이도 이미 쉰을 넘긴 터였다.
"산감님, 잠시 쉬어가시지요."
산돌이 부축하려 했지만, 이산갑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해가 뜨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 낮에는 왜놈들의 눈이 있으니."
두 사람은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고갯마루에 올랐을 때,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저기 묘량 마을이 보입니다."
산돌이 아래를 가리켰다. 안개 사이로 기와집 몇 채가 어렴풋이 보였다.
"오 아제 댁은 저 큰 기와집일 것이다."
이산갑이 말했다. 오상호는 출소 후 십여 년간 악착같이 농사를 지어 묘량에서 손꼽히는 대농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결코 부를 자랑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검소하게 살았다. 그리고 남는 재산은 모두 독립운동 자금으로 내놓았다.
"산돌아, 오 아제 같은 분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다."
이산갑이 고갯길을 내려가며 말했다.
"총을 들고 싸우는 것만이 독립운동이 아니다. 후방에서 자금을 대고, 사람을 숨겨주고, 정보를 전하는 것도 독립운동이지. 오히려 그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왜 그렇습니까?"
"전선에서 싸우는 것은 적이 명확하다. 하지만 후방에서 돕는 것은 언제 발각될지, 언제 배신당할지 모르는 두려움과 싸워야 한다. 그 두려움을 이기고 계속 돕는다는 것은... 보통 용기가 아니다."
19살 산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산갑과 함께 다니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