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인종차별에 깔끔하게 대처했다

by 문 내열

부모와 형제들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이주하기 위해 우리의 계획을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어머니 깨서 “잘 사는 나라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라고 흔쾌히 승낙하셨다. 어머니의 “잘 사는 나라”는 무슨 의미였을까?


#.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회? 좋은 차에 좋은 집에서 물질적으로 여유롭게 사는 것

# 선진화된 사회? 법과 질서가 잘 확립돼 있고 노력한 만큼 공정한 대가를 보상받을 수 있는 사회.


둘 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사회임은 확실해 보인다. 열심히 일하고 부단히 노력하면 삶의 질이 달라지는 사회다. 특히 한국에서 이주하여 온 우리 동포들은 생활력과 교육열이 남달라 생활의 기반도 빨리 잡고 2세 교육도 한국 못지않게 정성을 다 하다 보니 사회 요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생활의 행동반경도 넓어져 주말이면 골프 치는 한국 교민들이 소수민족 중에서는 단연 일등이다. 한인들이 밀집해 있는 플러튼 인근에 골프장이 2-3개 있는데 주말에 나가보면 여기가 한국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한국사람들이 북새통이다. 이민 와서 주말에 골프를 즐기면서 행복한 이민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자랑스럽고 보기에도 좋다. 생활에 쪼들리고 빈촌에 모여사는 다른 이민자들과는 크게 대조된다. 그들은 골프 후에 인근에 있는 한국식당을 찾는데 주차장에 차량들은 고급차 벤츠, BMW, 렉서스들이 즐비하다.


나도 그들과 함께 미국 생활을 즐기고 있는 이민자가 됀지도 꽤 오래됐다. 친구도 많이 사귀었고 그들과 여행도 함께 하고, 골프도 치고, 파티도 하면서 사는 게 이제는 일상이 돼었단다.


어느 날은 부촌에 있는 “코스타 메사”라는 골프장을 친구들과 함께 찾았는데 조금은 위압감을 느낄 만큼 주차장에는 고급차들이 즐비하고 손님들은 백인 일색이다. 미국에 와서 살고있는 세월도 벌써 10여 년이 넘었고 서투른 영어지만 살아 가는데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클럽하우스에 들어간 순간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체크인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는데 두 젊은 백인 청년들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잡담을 계속하고 있다. 2-3 분을 기다려 줬을까? 여전히 눈길도 주지 않는다. 여러 골프장을 돌아다녀봤지만 이런 무례한 경우는 처음이다.


- 당신 여기서 일하고 있는 사람 맞아?

@ 그래 용건이 뭐야?


골프장에 골프 치러 왔지 우리가 왜 여기에 와 있겠어? 참으로 황당하다. 그래 성당에 교우들이 갈 때마다 홀대를 받았다는데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었군. 예약자와 예약시간을 을펐더니


- 다 들 도착했나?

@ 모두 다 왔다

- 당신 일행 전원을 안으로 데리고 오너라

@. 당신 내 말을 못 믿는구먼?


별 수없어 일행을 클럽하우스 안으로 불러들였다. 지금껏 골프 치면서 일행 모두를 불러오라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거기에다 한술 더 떠 골프피(골프 값)를 지불 키 위해 크레딧 카드를 제시했더니 “현금”만 받는단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미국에서, 그것도 대도시에서, 이곳 골프장에 오늘 하루 손님만 해도 수백 명 일진 대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받은 듯 한참이나 정신을 가다듬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골프는 치고 싶어 그쪽에서 요구한 대로 순응했다. 영수증도 집어던지다시피 한다.


골프 치는 4시간 동안 분을 삵일 수가 없다. 오늘 골프는 망쳤다. 집으로 귀가하여 오늘 당했던 차별과 홀대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 위해 매니저에게 전화를 했더니 지금 자리에 없단다. 여직원이 무슨 일이냐고 묻기에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고객 불만입니다.” 그렇게 메시지를 남기고 기대 반 포기 반 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아침 새벽 5시에 매니저로부터 전화가 왔다.


- 무슨 불만이라도 있었은지요?

@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당신들은 미국 국세청과 특별한 관계가 있나 봐요? 골프피를 현금만 받고 크레딧 카드는 받지 않더군요. 지난 10년 동안 골프 치면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당신 회사를 상대로 시 와 구청에도 불만을 제기하겠소


둘째는, 인종차별을 당했습니다, 카운터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을 거들떠보지도 않던데요. 그리고 우리 일행 모두를 클럽 하우스로 불러오라는 것도 당신 회사가 처음이요. 이는 분명코 고객을 차별하는 것입니다. 이는 비록 나에게만 있었던 게 아니고 우리 성당 내 다른 교우들도 똑같은 취급을 받았답니다.


매니저 대답은 “분명코 잘못됐습니다. 반드시 시정할 터이니 다시금 방문 할시는 저를 찾아 주십시오. 제 이름은 Booth입니다” 글쌔 이것 믿어도 되나? 당신네들 모두 다 한통속 일 텐데.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시간이 흘러 한 달 반 만에 이곳을 다시 찾았는데 크게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전 직원이 새로운 사람들로 바뀌어 있었다.


체크인을 하기 위해 내 이름을 댔더니 옆에 관리자로 보이는 젊잖은 사람이 다가오더니만 자기가 매니저 Booth 란다.


- 놀랍네요. 사람이 모두 바뀌었네요

@ 예, 모두 해고했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애용하겠습니다


오늘은 왜 이리도 골프가 잘 되는지. 기분이 좋다.

살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이를 지적하고 불편함이 있어 항의하면 곧바로 시정되는 사회 이게 우리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던 “선진화된 사회” 임에 틀림없다


그 이후로 이 골프장을 찾을 때마다 카운터에 들어서면

“Mr. Moon, welcome back. you have a nice play 문 선생님, 다시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골프를 치십시오” 모르면 몰라도 다른 한인 손님들도 예전과는 다른 대우를 받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하루는 골프화(골프 신발)를 못 챙겨 신발을 사려고 클럽하우스에 들어갔더니 매니저가 직원에게

“ 이 손님은 회원에게 주는 특별 할인 가격으로 드려라” 지시하면서 나를 쳐다보고 눈을 깜박거린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나는 특별한 손님으로 취급받고 싶지도 않고 그저 당신네 백인 손님들에게 대하듯 평범한 손님 중에 한 고객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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