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의 매운맛을 보여주다
언어, 피부색깔이 같으면 갖은자가 없는자를 홀대하여도 외부인이 찾아와 같이 살자고 해도 불평없이 함께 어울러 잘 산다. 그러나 피부색깔이 다른 사람이 끼어들면 영역 침범 이라면서 홀대하고 괴롭혀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한다. 이를 인종차별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영역으로 뛰어든 사람들은 개선장군이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보다 좋은 환경, 잘 사는 곳에서 더불어 살아보겠다고 찾아간 것이다. 그러나 삶의 현장에서 부딪힌 현지인들의 거부반응은 참으로 냉혹했다.
내가 그동안 귀동냥해서 배운 바에 의하면 백인들은 샤핑을 하거나 식당을 찾을 때면 신용과 서비스를 중요시한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물건을 살때 흥정이라는 것이 없다. 또 식당에 가면 종업원들의 서비스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하고 상냥하다. 이럴 때면 팁 20%가 결코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성을 다해 손님을 모시면 언젠가는 인정을 받아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백인동내 위주로 시장조사를 했더니 다행히 경쟁업자들의 수가 다른 곳에 비해 적어 도전해 볼 만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 연유로 백인 동네에다 샵을 열어놓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서로 상부상조하며 잘살아 보자고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 다소 거부 반응이 있을지라도 진심을 담아 노력하면 이해하고 협조해줄 거라는 나의 탁상 논리는 여지없이 어긋났다.
그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 하나는 저건 뭐야? (무슨 동양인이 나타났어?)
@ 다른 하나는 여기가 어디라고--- (얼마나 버티나 보자-----)
그래도 "내가 누군데? 나는 한국에 의지의 사나이야" 하고 코를 씩씩 거리며 아침에는 커피와 도넛을 사들고 찾아가기도 하고, 점심시간에 맞춰 피자도 사주며 친해보려고 지극정성을 들였다. 이렇게 몇 개월 아니 일 년을 찾아다녀도 아무도 거들떠보지를 않는다.
하루는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 곳에서 비즈니스를 하던 주인이 찾아와서 "이 영업장 곧 문 닫는다며?" 누가 그런 얘기를 하더냐고 물었더니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한다. "아 이게 텃세구나" 했다. 봉급쟁이 하다 사업을 해 보겠다고 그것도 내가 자라면서 살던 곳이 아니라 피부가 다르고 문화가 다른 남의 나라에 와서 처음 겪는 텃세. 이제 시작 이러니 했다.
비즈니스 홍보차 동네 신문과 잡지에 광고를 냈다. 적잖은 비용을 들여 일 년 내내 광고를 했는데 손님이 겨우 한 명 찾아왔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광고회사에 문의했더니 이제 일 년밖에 안 됐는데 너무 성급하다면서 최소한 2-3년을 끊임없이 광고를 해야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난다고 한다. 그 이유가 여기는 백인동내라 구매처를 쉽게 바꾸지 않는 습성이 있다나? "이러다가는 내가 내 명대로 못살겠네. 아-아!!! 이래서 이 동네를 보수적이라고 부르는구나"했다.
내가 무슨 애국자라고 한국에 있을 시 다녔던 회사제품(자동차 타이어)을 팔아 보겠다고 간판도 제품도 모두
한국 것이다. 모처럼 찾아온 손님이 KXXXX는 누가 만든 제품이냐고 물으면 한국산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저도 "made in Korea"라고 덧 붙이면 그들은 웃는다. 좋아요, 내가 당신이 팔고 있는 제품을 사야 할 필요성을 설명해 보시요. 나는 당황해한다. 그냥 좋은 제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한심하다. "아~아 세일즈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했다. 좋은 제품에 좋은 가격이면 그만일 것이라는 것은 한국식의 사고방식이었다. 그들은 세일즈맨으로부터 제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자 한다. 내 설명을 듣고 나서는 집으로 돌아가 인터넷으로 제품에 대한 조사를 해보고 또한 경쟁업자의 가격도 비교하고나서 결정을 한다. 그들은 샤핑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낯선 곳에서 나의 첫출발은 탁상논리와 용기 만으로는 감당키 어려웠다. 매일 새로운 것을 접하고 배우느라 불평불만은 엄두도 못 내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하루하루를 허둥대다 보니 10년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는 제법 자신감과 용기를 회복한 코리안 아메리칸이 됐다.
오늘은 내가 운전하는 트럭 엔진오일을 교환해 오라고 종업원에게 심부름을 시켰더니 트럭 옆구리를 긁혀 가지고 돌아왔다. 오일을 교환하려고 트럭을 샵 안으로 움직이다가 트럭 옆구리를 벽에 부딪혀 스크레치를 냈다고 한다. 백인 샵 주인이 수리를 책임지고 해 주겠다기에 당연히 그래야지 하고 기다렸다. 3-4일 지나니까 누가 찾아와서 오일 샵 주인이 보내서 왔다면서 차를 자기 샵으로 갖고 가야 하니 자동차 키를 달라고 한다. 미국에 와서 내가 배운 것은 이게 아니지. 그들은
* 명함을 내밀면서 먼저 신분을 밝히고
* 정부로부터 사업인가를 받고 영업을 하고 있다는 영업면허증을 (business license) 보여줘야 한다
* 그리고 예상되는 수리비를 사전에 알려주고
* 고치는데 소요되는 기간도 평가해줘야 한다.
내가 주저하고 있으니 "당신 차 안 고칠 거야?" 다그친다. "당연히 고쳐야지". 견적(예상비용)이 얼마냐고 물으니 $150 이라 한다. 내 경험으로는 부품을 교체하는데에 비용이 줄잡아 2,000-3,000 정도 들 거라고 예상했는데 황당한 가격이다. 오일샵 주인장이 나를 아주 얕잡아 보고서는 스크래치 난 곳에 페인트만 덧칠해 주면 되겠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동안 여기 와서(미국에 와서) 배운 실력을 발휘할 때가 온 것이다. 당신들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줬으니까.
* 당신 가격이 매우 좋군요,
* 그럼요, 그 어디 가서도 이 가격에는 못 고칠 거요?
* 좋습니다. 어디 당신 주정부 영업 면허증 좀 봅시다.
* 차를 고칠 생각이 없나 봐요?
* 당신 가격이 좋아서 고치겠습니다. 그러니 영업 면허증을 보여 달라고요
내 차를 고쳐 주겠다고 찾아온 이는 줄행랑을 쳐 버린다. 무면허로 값싸게 대충 고쳐주고 종적을 감춰 버리는 street service man 이었다.
이틀 후에 오일 샵 주인이 전화해 그러면 나더러 견적을 받아 오란다. 나는 자동차 딜러를 찾아가 견적을 받았다. 여기서는 자동차 메이커의 오리지널 부품으로만 수리를 해주는 곳이다. 견적 가격이 $3,700 나왔고 고치는데 소요 기간이 최소한 일주일 걸린단다. 나는 두툼한 견적서류를 인편으로 오일 샵 주인에게 보냈다.
내 견적서류를 받아본 그 백인 주인은 나에게 곧바로 전화하여 견적가격이 너무 높아 그렇게는 고쳐줄 수 없다고 사정하는 게 아니라 통보한다. 나는 왜냐고 다툴 필요도 없고 다툰다고 해서 귀 기울여 줄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렇게 통보하고 나면 그다음에 내가 어떻게 하는가를 지켜볼 속셈이었으니까.
"그래요? 그렇다면 당신 사업장 보험증서를(business insurance) 내놓으세요"
미국에서는 사업장 보험이 있어야 종업원 상해, 영업장 내에서 사고 및 도난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 없이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 보험증서만 있으면 내가 직접 상대방의 보험회사에 자동차 수리비용 청구가 가능하다. 당황한 백인 주인이
"우리 타협합시다. 자동차 딜러 가격은 너무 비싸니 나를 도와 주시요.
적정 수준의 가격으로 잘 고치는 샵에서 견적을 받아오면 제가 기꺼이 지불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으면서 "자식, 진작 그렇게 나왔어야지. 내가 누구여? 이래 봬도 이동내에서 산전수전 다 격고 공중전까지 마쳤는데"
나는 인터넷에서 자동차 수리 업체의 "리뷰와 가격"을 조사하고 나서 가격이 비싸지도 싸지도 않으면서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수리업체로 부터 새로이 견적을 받았다. 이번에는 견적이 $2,000이다. 오일 샵 주인이 흔쾌히 수용하면서 고쳐 주겠단다.
"한 가지 더 있어요. 트럭을 수리하는 동안 차가 필요하니 내차와 동일한 트럭을
일주일간 렌트를 해줘야겠어요".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얕잡아 보고 도도했던 고 자세는 온데간데 없고
"아무렴요 당연히 해 드려야지요"
누가 나를 이토록 똘똘하고 야무진 코리안아메리칸으로 만들었을까? 바로 당신들이 이렇게 하는 거라고 가르쳐 준거야.
얄미운 오일 샵 주인 이야기를 주위에 벌써 몇 번째 자랑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곳 문화와 시스템에 익숙지 못한 우리 이민자들은 예기치 못한 일을 당하면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른다. 해서 우리는 경험담을 서로 공유하면서 생활의 지혜를 쌓아가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