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 내열 Feb 21. 2024

Torres del Paine 공원의 비경 (제10화)

칠레 파타고니아를 가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또레스 델 파이네 (Torres del Paine) 공원을 찾고자 프에르토 나탈레스에 왔다. 칠레의  끝자락 케이프 타운이 그리 멀지 않은 칠레의 최남단이다. 해돋이가 5시 30분, 일몰이 밤 10시 10분. 하루 해가 17시간.  나 같은 사람이 여행 와서 놀기에 딱 좋다.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십여분 걸리는데 버스 기사분이 해피무드다. 웃는 얼굴로 우리 승객들을 반기고 시내로 들어오는 중에 쉬지 않고 이곳 관광지를 설명하신다. 그렇지 않아도 파타고니아 대명사격인 또레스 델 파이네 공원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설레인데 버스 기사분이 벌써 이내 가슴을 흔들고 있다.


호텔 체크인을 위해 카운터에 접근하니 주인장이 카운터 밑에 T.V. 를 켜놓고 보고 있다. 한국말이 들린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느냐고 물으니 그렇다면서 온 가족이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단다. 와우!  K 열풍이 칠레 최남단에까지------.  그동안 칠레에 머물면서 만났던 관광객들이 나더러 어데서 왔느냐고 묻기에 Korea라고 대답할 때마다  "K-pop"  하면서 엄지 척을 해 줬으니까.   BTS가 월드투어를 중남미에서부터 시작했다는 것도 실감이 난다.


호텔 체크인을 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현금을 지불하면 20%를 깎아 준다 한다. 소지하고 있는 현금을 털어 호텔비를 계산했다. 20% 디스카운트, 큰돈이다, 오지다. 이 동네는 탈세로 먹고사나 보다. 국토가 길다 보니 저 윗동네와는 사뭇 다르네-------.


여장을 풀자마자 또다시 동네 탐방에 나섰다. 길거리엔 왜 이리도 사람들이 많은지. 유명한 곳인가 보다.  사거리 횡단보도에 신호등도 웃긴다. 파란 신호등에서 빨간 신호등으로 바뀌면 빨간 등 안에 사람이 넘어 질듯이 기울어 있다.  “건너지 마세요. 건너다 다치면 이렇게 넘어집니다 “라는 메시지 인가 보다. 인도가 차도보다 넓어 보이는 것도 인상적이다.


내일 또레스 델 파이네 공원 투어를 위해 여행사를 찾았다. 여기서도 현금으로 20% 디스카운트를 받았다.  칠레 페소, 미국 달러를 구분 않고 현금이면 다 좋단다. 투어 예약을 마치고 곧바로 찾아간 곳이 이곳에 와서 먹어보지 않으면 후회한다는 양고기를 맛보기 위해 소문난 식당을 서둘러 찾았다. 식당에는 빈자리가 없을 만큼 손님들이 많다.  부엌 한편에는 돼지 뒷다리만한 양고기가 시뻘건 불판 위에서 이글 거리고 있다.  군침이 돈다. 망설임 없이 양고기를 주문했다. 그런데 먹어보니 다소 실망스럽다. 오더를 잘못했는지 아니면 고기를 너무 많이 구워서 인지 우리 동네 사거리에서 파는 전기통닭구이 만도 못하다. 트란쿠일로 백숙이 생각난다.




또레스 델 파이네 공원에 와 있다니


관광버스가 호텔문 앞에서 우리 일행을 픽업해 준다.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손님들을 태우다 보니 버스에 빈자리가 없을 만큼 가득하다. 30분가량 달리니 길이 갈라 지는데 다른 편 도로에는 커다란 건물 두동이 도로 위에 서있다. 저 건물이 아르헨티나로 가는 검역소라 한다. 그 뒤에 7-8채의 집이 보이는데 아르헨티나 마을이란다. 여행 중에 만났던 여행객 중에 칠레와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나 들면서 관광을 하고 있다고 하더니 무슨 뜻이었는지 이해가 된다.


호수가 보인다.  근처에 높은 산이 있으려나? 그동안 돌아다녀본 바에 의하면 산이 있는 곳엔 호수가 있고 호수가 있는 곳엔 항상 높은 산이 있었다.  20분 정도 달리니 공원입구가 나온다. 숲이 울창하게 우거진 깊은 산속을 상상하고 왔는데 민둥산 기슭에다 한국에 휴게소처럼 커다란 빌딩을 지어놨다.  글쎄다. 주변에 멋진 풍광이 있으려나? 공원입구에는 관광버스와 사람들로 북적인다.  


민둥산을 넘으니 사진으로만 봤던 또레스 델 파이네 바위산 3개가 저 멀리서 나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드디어 너를 만났구나.

너를 보고 싶어 서울에서 18시간 비행을 했고 칠레 국내에서 일곱 번이나 비행기를 갈아타면서 찾아왔다는 것을 너는 알고나 있는지?  

점점 더 가까이 접근하니 또레스 델 파이네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안내원이 오늘 하루동안 저 산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 계획이라 한다.


또레스 델 파이네는 원주민들의 언어로 창백한 블루 타워라는 의미다. 시간이 갈수록, 산을 돌면서 앵글을 달리하니 바위산은 천의 얼굴로 그 모습이 조금씩 바뀐다. 종일 내 구름이 산봉우리를 보여 줬다가 덮어 버리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날씨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저 산밑에까지 접근하기 위해 트레킹을 하는데 당일코스, 삼 일간 걷는 W 트레킹코스 그리고 일주일간 산을 한 바퀴 도는 코스 세 종류가 있다. 트레킹을 다녀오신 분께 어떠하더냐고 물으니

무어라고 표현해야 좋을는지 모르겠다면서 찾아가서 보고 느껴보라 한다. 신비와 경이로움?

내가 좀 더 일찍 찾았더라면 주저하지 않고 W트레킹을 시도해 보련만----- 그래도 먼발치에 서서 내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운이 좋은 게다. 여기 와서 트레킹을 하고자 한다면 등산장비 일체를 렌트해 주는 샵들이 많아 현지 조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 창고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짐을 맡겨놓고 며칠간씩 트레킹을 떠났다.


바위산 봉우리 3개가 우뚝 솟아 있는데 봉우리마다 바위를 3등분이라도 해놓은 듯 색깔이 다르다. 변성암, 관입암, 퇴적함의 집합체라고 한다. 거기에다 높이가 3,000미터나 돼 종일 내 구름이 바위에 걸쳐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조이게 한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은 호수가이며 고원지대의 여름꽃이 활짝 피어있다.


차가 한참을 내려가니 또 다른 호수가 있고 호수 한가운데에는 조그마한 섬이 떠있다. 섬 안에 건물은 보아하니 귀하신(돈 많은) 손님들을 위한 고급 호텔이 아닌가 싶다. 호수, 섬, 바위산을 배경으로 내가 카메라에 담았던 이 장면이 National Geographic에 세계 5대 비경 중에 하나로 소개됐다고 한다. 호수 건너편 저 멀리에 하얀 빌딩이 보이는데 그곳은 하루에 만불씩 (U$10,000) 하는 고급 호텔 이라나?  안내원이 천불을 만불이라고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잘못 들은 건지.  분명코 만불 정도의 값어치가 있을 만큼 경치가 빼어난 곳임에는 틀림없다.


8시간 관광코스인데 지금껏 6시간 동안 공원 초입에 있었던 화장실을 제외하곤 도무지 쉼터가 없다. 자연보호 차원인지는 모르겠으나 불편하고 이해가 안 된다. 마침내 식당이 하나 나타났다. 나는 우리 차에 동승한 한국 유학생에게 점심을 사주고 싶어 뷔페 코너로 데리고 가서 "음식을 듬뿍 퍼다가 많이 들라"고 권했다. 학생 신분 인지라 모든 게 넉넉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밥 사주는 착한 아저씨"가 되고 싶었다. 그래요 머리를 식혔다가 미국으로 돌아가면 빡세게 공부하여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밀로돈 동굴 (Milodon Cave)이었다. 일만 년 전에 생존했고, 길이가 3-4미터 크기의 Mylontidae라는 동물의 두개골이 이 동굴 안에서 발견됐다 하여 붙여준 이름이다. 동굴의 크기나 깊이가 지금껏 내가 다녀왔던 "캘리포니아주 킹스캐년에 있는 크리스탈 케이브, 뉴 멕시코주에 있는 칼스베드 케이브, 버지니아주 루레이 케이브 에 비교하면 볼품은 없었다. 동굴 안에는 야생동물 퓨마 발자국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들의 은신처로 보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