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五色令人目盲 오색령인목맹 - 명상과 불교수행으로 풀어쓴 노자도덕경
12장 五色令人目盲 오색령인목맹 - 다섯 가지 색깔이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다섯 가지 색깔이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다섯 가지 소리가 사람의 귀를 먹게 하며, 다섯 가지 맛이 사람의 입맛을 상하게 한다.
말달리기와 사냥하는 일이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만들고,
얻기 어려운 재화가 사람의 행동을 방해하게 한다.
그래서 성인은 배부름을 위하지 눈(의 즐거움)을 위하지 않으므로 저것(눈)을 버리고 이것(배부름)을 취한다."
바로 앞의 8장의 내용에서 오행에 대해 언급하였다. 오행과 마찬가지로 고대 동양에서는 모든 사물의 대표적인 성질을 다섯 가지로 분류하는 습관이 있었던 듯하다. 다섯 가지 색깔이란 세상에 보이는 모든 사물을 뜻한다. 마찬가지로 다섯 가지 소리, 다섯 가지 맛도 세상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와 맛을 뜻한다. 그저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맛보는 것 등 모든 감각 대상이라 생각할 수 있다.
보통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혀로 맛본다 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보고 듣고 맛보려면 눈, 귀, 혀 등의 감각기관이 있어야 함과 동시에 그에 해당하는 식識, 즉 의식이 함께해야만 가능하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기절을 했다. 감긴 눈꺼풀을 까뒤집고 눈을 뜨게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식이 모두 꺼져버렸기 때문이다. 사물을 보려면 눈과 눈의 의식인 안식眼識이 함께해야 한다. 듣는 것도 귀와 이식耳識이 함께해야 하며, 모든 감각기관과 의식이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모든 식識들을 총괄하는 것이 의식이다 - 불가에서는 안이비설신(눈귀코혀몸)을 비롯해 의意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이 색성향미촉(물질,소리,냄새,맛,촉각)의 다섯 현상과 법法(마음의 대상)을 만나서 각각의 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이 일어난다고 본다.
명상을 하다 보면 그런 경우가 있다. 눈은 뜨고 있지만 눈앞이 하나의 스크린으로 보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귀도 그럴 수 있다. 냄새나 맛도 그럴 수 있다. 모든 것을 인식하는 의식 역시도. 눈, 귀, 코, 혀 등 모든 감각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의식도 깨어있지만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 상태다. 깊은 명상에 들어서 그렇다.
붓다의 핵심 가르침인 팔정도에서 보통 마음챙김이라 번역되는, 7번째 요소인 정념正念은 붓다의 생존 당시 언어인 빨리어 원어로는 사띠sati라 부른다. 사띠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마음의 왕인 의식이 안정되고 편안할 수 있도록 감각의 통로인 오감의 문을 잘 단속하는 것이다.
여기 관리가 잘 되지 않는 성이 하나 있다. 성의 가운데 방에는 성의 주인인 왕이 산다. 성에는 다섯 개의 문이 있는데 각각 눈, 귀, 코, 혀, 몸(신체감각)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문에는 문지기들이 지키고 있는데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온갖 잡상인, 폭력배, 간신배 등이 마음대로 들락날락 거린다. 왕은 정신이 빠지고 혼란스러워 미칠 것 같아 나라를 안정되게 다스리기 어렵다. 이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마음이다.
각각의 문에 문지기들을 잘 세우고 지키게 한다. 아무나 함부로 드나들 수 없게 하고 꼭 필요하고 유익한 것들을 들이도록 철저히 지키고 단속한다. 그렇다고 보지도 듣지도 먹지도 않도록 다 막아버릴 수는 없다. 눈으로 보되 주의 깊게 본다. 듣는 것, 맛보는 것, 몸의 움직임 하나하나 주의 깊게 단속하는 것이다. 그제서야 왕의 마음은 안정되고 정신은 명료해질 것이다. 이것이 마음챙김의 핵심이다.
노자의 오색五色, 오성五聲, 오미五味를 비롯해 말 달리는 일과 사냥하는 일은 마음과 감각기관들을 단속하지 않고, 마음챙김 하지 않고, 반대로 집착하고 행동하는 모든 일들을 뜻한다. "얻기 어려운 재화가 사람의 행동을 방해하게 한다"는 것은 욕심(탐진치 중의 탐貪)을 뜻한다.
"그래서 성인은 배부름을 위하지 눈(의 즐거움)을 위하지 않으므로 [위복불위목爲腹不爲目] 저것(눈)을 버리고 이것(배부름)을 취한다."
여기서 배부름을 뜻하는 복腹 자는 마음으로, 즉 마음의 배부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복腹
1. 배(오장육부(五臟六腑)의 하나)
2. 마음, 속마음
3. 가운데, 중심(中心) 부분(部分)
즉 외부 사물로부터의 감각적 쾌락을 버리고 마음을 잘 챙겨야 한다는 의미다. 노자 도덕경 12장은 붓다의 핵심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겠다. 깊이 새겨야 할 내용이다.
- 明濟 전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