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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제 전용석 Jun 17. 2024

[장자12]제물론(9) 꿈에 술을 마시며

꿈인가 생시인가?


[장자12] 제물론(9) 꿈에 술을 마시며 / 꿈인가 생시인가?


꿈에 술을 마시며


27. 꿈에 술을 마시며 즐거워했던 사람이 아침에는 섭섭해서 운다. 꿈에 울며 슬퍼한 사람은 아침이 되면 즐거운 마음으로 사냥하러 나간다. 우리가 꿈을 꿀 때는 그것이 꿈인 줄 모르지. 심지어 꿈속에서 해몽도 하니까. 깨어나서야 비로소 그것이 꿈이었음을 알게 되지. 드디어 크게 깨어나면 우리의 삶이라는 것도 한바탕의 큰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들은 자기들이 항상 깨어 있는 줄 알고, 주제넘게도 그러함을 분명히 아는 체하지. 임금은 뭐고 마소 치는 사람은 뭔가? 정말 꼭 막혀도 한참일세. 공자도 자네도 다 꿈을 꾸고 있으며 내가 공자나 자네가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역시 꿈일세. 이런 말이 괴상하기 그지없는 것으로 들릴 테지만 만세(萬世) 후에라도 이 뜻을 아는 큰 성인을 만난다면, 그 긴 시간도 아침저녁 하루 해에 불과한 것처럼 짧게 여겨질 것일세.


- 오강남 교수의 장자 번역본에서 발췌



뇌는 상상하는 일과 실제 경험하는 일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것이 이미지 트레이닝의 원리다. 앞으로 해야 할 상황에 대해서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상하기를 반복하면 실제로 그 일을 반복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결과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런 훈련법이 각종 스포츠 훈련이나 심리적 해결법 등에 아주 많이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이미지 트레이닝이나 심상화 기법이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어떤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방구석에 쳐박혀서 원하는 큰 돈이 자신에게 떨어지기를 상상한답시고 명상하듯이 앉아있곤 하는데 제발 그런 일은 자제했으면 좋겠다. 돈을 벌고 싶으면 돈이 많이 흐르는 장소에 가서 구르는 것이 상책이다. 애초에 현실감각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러고 있지도 않았겠지만.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결국 자면서 꾸는 꿈도 그런 상상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잠을 자지 않고 깨어있는 의식에서 하는 상상과의 차이라면 현실적으로 합당하도록 통제하는 의식이 작용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다. 꿈에서의 경험이 현실적인 경험과 큰 차이가 날까? 현실에서는 일관적이고 연속적인 체험이 이어지지만 꿈은 그렇지 않기에 생생한 현실 체험과는 다르게 느껴진다. 단 꿈에서 깨어나서야 그렇게 느끼지만 꿈 속에서는 말도 안되는 꿈 속의 일들도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전혀 논리적인 문제점을 느끼지 못한다.


자각몽 이라는 것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자각몽을 꿔보지 않은 사람은 그런 꿈에서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꿈 속의 세상을 조절하고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꿈 속의 환경도 나름 단단한 환경적 조건을 가지고 있기에 내 생각대로 휙휙 바뀌도록 할 수 없다. 물론 현실적인 차원보다는 훨씬 유동적인 면은 있다. 예를 들면 2층 높이 정도에서 뛰어내린다든가 하면 꿈이라는 것을 아는 자각몽 상태이기에 ‘이것은 꿈이니까 할 수 있을거야’ 하고 시도할 수 있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이라든가 갑자기 하늘을 날아오른다든가 하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물론 꿈 속 세상에서의 바탕 조건이 ‘날아다닐 수 있음’ 같은 조건이 깔려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특정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으면 안되던 일도 가능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꿈 속에서 완전히 진실해진다. 현실에서 가리고 감추던 마음도 쉽게 드러난다. 무의식에 있는 그대로가 오픈되어 있다. 반면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함을 일상 속에서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보아서 알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자신의 깊은 속마음을 스스로도 잘 모르기도 한다. 그러니 이 어찌 완전히 깨어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잠자는 상태와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결국 장자의 말처럼 우리가 잠을 잘 때는 꿈을 꾸지만 그 꿈 속에서는 깨어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또한 깨어있으되 완전히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하니 이 어찌 비몽사몽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사실 우리가 깨어있다고 여기는 상태도 결국은 꿈과 마찬가지로 뇌가 하는 경험이다. 뇌는 세상을 직접 볼 수 없다. 눈, 귀, 피부 등 오감이 전하는 정보를 통해 세상에 대한 정보를 재조합 해서 그것을 ‘바뀌지 않는 현실’ 이라고 여긴다. 잠자면서 경험하는 꿈의 세계는 단지 오감이 아닌 뇌 스스로 상상하고 조합해내는 세상의 모습을 그려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 장자는 ‘공자도 자네도 다 꿈을 꾸고 있으며 내가 공자나 자네가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역시 꿈일세. ‘ 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크게 깨어나면 우리의 삶이라는 것도 한바탕의 큰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네’


어떻게 크게 깨어날 것인가?

일상적인 활동으로는 그저 꿈같은 일상을 계속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일상적인 활동이란 무엇인가? 살아가던 대로, 그저 열심히 앞만 보며 달리는 것이다. 뇌를 열심히 굴려가면서. 뇌는 잠잘 때조차 많은 시간을 쉬지 않는다. 꿈을 꾸기 때문이다. 단지 수면주기 상에서 꿈을 꾸는 REM 수면 외의 깊은 수면 상태에서만 잠시 쉬게 될 뿐이다.


잠잘 때조차 대부분의 시간을 일하는 뇌를 어떻게 쉬게 할 것인가?

의도적으로 뇌를 쉬게 하는 비일상적인 활동은 무엇일까?


일상적인 의식의 상태로 뇌는 보고자 하는 것만을 본다. 온갖 망상의 스크린으로 가려진 세상을 보는 것이다. 잠잘 때의 뇌는 더욱 그렇게 된다. 오감으로부터의 정보는 입력이 차단되고 상상의 세계에서 보고자 하는 것을 본다. 물론 이 보고자 함이란 의식이 아닌 무의식적 차원의 투영이다.


반면 명상을 하면 할수록 ‘보고자 하는 것’을 내려놓게 된다. 보고자 하는 것이란 다름 아닌 탐하는 마음이고 욕망이다. 그래서 원하는 것을 끌어온다는 ‘심상화’ 나 ‘이미지 트레이닝’ 은 바른 명상이라고 하기 힘들다. 더더욱 탐심을 강화시키기 때문이다. 탐심이 강해질수록 뜻대로 안되는 일들이 많아진다. 그럴수록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이런 에너지가 밖으로 향하면 화나 짜증이 되고 안으로 향하면 우울이 된다. 그리고 이 모든 바탕에 어리석음이 깔려있다. 그래서 이 세가지 핵심적인 부정적인 마음을 모아서 ‘마음의 독’ 이라 하며 불가에서는 탐진치 라고 부른다.


보고자 하는 것만을 보는 마음이 내려놓아질수록 점점 더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있는 그대로 보는 마음은 결국 바른 명상의 극치인 ‘삼매’와 다르지 않다. 선정이나 삼매를 테크닉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붓다께서도 탐진치가 사라진 청정한 마음이 선행된다면 삼매가 저절로 뒤따른다고 누누이 강조하셨기 때문이다. 탐진치가 있다 없다의 디지털적인 상태가 아니다. 탐진치가 어느 정도 사라지면 그만큼 투명해진 마음으로 삼매의 빛이 비추게 되는 것이다.


깨어있는 마음의 힘이 커지면 일상 속에서 자기 마음의 더 많은 것들을 알아차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면서 꾸는 꿈 속에서도 더더욱 깨어있음으로 직관할 수 있게 된다. 역설적으로 이런 알아차림이 강해질수록 뇌의 과부화되는 작업은 더더욱 적어지게 된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에서


세상 많은 일들이 그렇듯이 명상을 통한 정신적 영적 진보는 끝 없이 오르는 계단과 같지 않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어느날 알은 깨지고 세계는 기존에 보던 것과는 달리 보인다.

그래서 장자는 강조한다.


‘크게 깨어나면 우리의 삶이라는 것도 한바탕의 큰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네’


크게 깨어나면 삶이 기존과 다르게 보일 거라고.

삶은 한바탕 큰 꿈과 같을 거라고.


P.S.

일단은 ‘크게 깨어나자’ 는 생각도 내려놓자. 그것도 욕심이고 집착이다.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한 ‘한 걸음’ 마음과 정성을 다하면 그뿐.

그렇게 오늘도 한 걸음 내딛으면 충분하리라.


- 明濟 전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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