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MZ세대가 웃는 법' 이란 피드를 보게 됐다. 그 피드에 내용인 즉 ^^ 는 웃는 게 아니라 비웃을 때 사용하는 것이고 웃을 때는 ^ 하나만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뭐라고? 난 지금까지 채팅할 때 웃음 표시를 ^^ 이렇게 사용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순간 영화 트루먼쇼에 나오는 트루먼처럼 정신이 아득해졌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오며 그동안 시부모님과 한 카톡 내용들을 쭉 다시 들여다봤다. 종종 어머님 아버님과 카톡을 할 때면 아버님은 꼭 대화 끝에(예를 들면, 그래 고맙다~^ 그래 수고해라~^) 이렇게 이모티콘을 쓰셨는데 난 그걸 보고 항상 아버님이 연세가 있으셔서 오타가 난 줄 알았다. 오타 때문에 웃는 표시를 두 개를 쓰려다 하나만 쓰신 줄 알았다. 그런데 결론은 나보다 아버님이 더 젊으셨네? 요즘 젊은 세대들은 ^^ 안 하고 ^ 하나만 쓴다고 하니 말이다.
곧바로 친한 친구들 단톡방에 '얘들아 너네 웃는 표시가 ^ 하나만 쓰는 거 알았어?' 하고 물었다. 한 친구는 당연하다며 그렇게 쓰는 거 알고 있었다고 했고, 나머지 두 명은 나와 똑같이 웃는 표시를 왜 그렇게 하나만 쓰냐며 어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요즘 신조어에 대해 얘기하게 됐다.
최근에서야 '넌씨눈'이라는 용어를 알게 됐는데 그 뜻은 '넌 *발 눈치도 없냐'는 뜻이며 '어쩔티비'는 '어쩌라고 노인네야 티비나봐' 에서 유래됐다고 했다. 꼰대들이 잔소리하는 것을 듣기 싫은 나머지 어른들은 그냥 티비나 보라는 뜻으로 어쩔티비라는 용어가 생겨난 것이다. 거기다 요즘 젊은이들은 카톡보다 인스타그램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카톡으로 챗을 걸면 답장을 잘 안 하는데 인스타그램 디엠으로 보내면 답장이 바로바로 온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콘텐츠를 만드는 내 친구는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젊은 사람들이 영화를 잘 안 봐서 영화가 곧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한 세대만 넘으면 영화도 마니아들만 즐겨 보는 작은 문화 정도로만 끝나고 어드벤처 물만 살아남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깊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나름 디지털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핸드폰 보는 시간을 줄이고 책이나 영화를 더 많이 보는 나였다. 실제로 핸드폰 작은 화면으로 영상을 시청할 경우 눈이 너무 피곤해서 큰 화면인 티비로 영상물을 즐겨보는 나인데 요즘 사람들은 뭐든지 다 핸드폰으로 한다니 나만 늙은이가 된 것 같았다. 핸드폰만 켜면 콘텐츠가 넘쳐나는 것도 원인이지만 젊은이들이 깊은 사유와 향유가 아닌 즉각적인 오락만을 원한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새로운 한 세대가 태어나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오래된 문화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변형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무조건 기성세대들을 꼰대라고 생각하며 배척하려고 하는 의미가 다분한 신조어들은 듣기만 해도 어렵고 다가가기가 힘들다. 앞으로 우리 어린 세대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은 더욱 살기 좋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하지만 선을 딱 그어버리고 그 선 위에서 홀로 외줄 타기를 하는 듯한 모습들을 종종 본다. 그렇게 각박해지고 지극히 개인적이 되어 간다. 난 젊은이들의 신조어를 함께 사용하며 그 세대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싶다. 같이 어우러져 현 문화를 즐기고 싶다. 젊은 사람들도 함께 그래 줬으면 좋겠다. 바투 선 채 기싸움하려 들지 말고 서로가 서로를 포옹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젊은 사람들도 결국은 늙게 되고 우리는 같이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니 말이다.
오래전 스카이 뮤직폰 광고 속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 같이 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