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말 추운 겨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백팩을 어깨에 메고 독서실을 나와, 집 가는 버스정류장에 섰다.
시골인지라 조금만 시간이 늦어도 거리는 깜깜해진다. 오가는 차도 거의 없는 적막이 흐르는 겨울이었다.
차가운 공기 속, 버스정류장 유리창에 내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다.
취업시장에 내던져진 나의 모습인가...? 막막한 감정이 머릿속을 덮쳐온다.
츄리닝 소매에 튀어나온 실밥이 뭔가 나를 더 처량하게 만드는 것만 같다. �
나는 사범대생이었다.
주변 선배, 동기, 후배들은 모두 임용시험을 준비하기에 바빴다.
나 역시 중등 국어 교사의 꿈을 안고 입학했지만, 사기업 HR 직무 취업으로 중간에 경로를 틀었다.
임용시험 합격을 목표로 공부하는 분위기 속에서 일반 취업을 준비하는 내 결정에 약간의 불안감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 선택이 내게 후회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 확신을 증명하기 위해 나름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다.
교내·외 활동부터 시작해서 대기업 공모전도 참여해서 상도 타봤고 취업캠프도 열심히 참여했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열심히는 했지만, 효율성이 상당히 떨어졌던 것 같다.)
4학년 하반기부터는 매일매일 취업 사이트에 들어갔다.
조금만 괜찮아 보이는 회사다 싶으면 무지성으로 지원했다.
'수십 곳에 지원서를 냈는데, 적어도 한 군데는 서류 합격하지 않겠어?'
고3 수험생 시절, 여기저기 괜찮은 학교에 수시 지원한 이후, 적어도 이 중의 하나는 걸리지 않겠어? 와 비슷한 심리였던 것 같다.
무지성으로 여기저기 지원했기에 지원한 회사에 대한 기억조차 희미해질 즈음, 지원한 모 회사의 메일이 수신함에 와 있다. 한 번 크게 호흡을 가다듬은 뒤, 조심스럽게 클릭을 해 본다.
'귀하의 역량은 출중하오나, 아쉽게도.....'
물론 가뭄에 콩 나듯이 두세 곳은 서류 합격을 하기도 했고 어떤 곳은 최종 합격까지 했었다.
다만, 제대로 회사도 분석하지 않고 무지성으로 지원했었기에 가지는 않았다.
한 번은 학교에 모 대기업의 HR 담당자가 와서 특강을 한 적이 있었다.
맨 앞 줄에서 열심히 그분의 설명을 듣고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분은 전생에 어떤 복을 쌓았길래, 저 일을 하고 계실까...? 내 젊음과 바꿀 수 있다면, 저 사람에게 내 젊음을 주고 내가 저 일을 하고 싶다.'
그런 마음이 들 정도로 꼭 원하는 직무에 취업을 하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뽑아만 주면 진짜 누구보다 열심히 잘할 자신 있는데, 왜 내 잠재력을 몰라봐주지...'
지금 와서 보면 자기 객관화가 전혀 안 된 생각인 것 같기도 하지만, 그때는 그런 마음이었다.
결국, HR의 길을 바로 갈 수 없다면 돌아서 가자는 생각으로 모 제약회사의 영업 직무로 입사했지만...
HR로 가기 위한 경쟁력을 쌓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풀타임 대학원생으로 또다시 학교에 입학했다.
학비 부담을 덜기 위해 학과 조교를 하면서 대학원 생활을 했다.
우리 연구실에 할당된 프로젝트도 수행하고 학술지에 게재할 논문도 쓰고 학술대회에 가서 발표도 하고 여러 잡일도 하면서 바쁘게 학교 생활을 했다.
아침에 연구실에 나와서 기숙사 통금시간 부근에야 들어가 눈을 붙이고, 또다시 알람이 울리면 연구실에 나가는 생활의 반복..
(이 정도로 임용시험을 준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잡념이 짤막하게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
대학원 졸업 후에도 취업이 안 되면 어떡하지... 오늘따라 유독 밤하늘의 공기가 (또) 차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