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요일 밤만 되면 잠이 안 올까?

by 토비


일요일 저녁이 되면, 청소를 한 번 싹 해주고

현관 한켠에 모아둔 재활용품들도 분리수거를 해준다. 그리고 개운하게 샤워를 마친다.


월요일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도 경건하게 한다. (왠지 모르게 한숨이 나오는 건 기분 탓일까...)


알람은 5분 간격으로 8개 정도를 맞춰 놓는다.

이 중 4번째 알람 정도에만 일어난다 하더라도 약간의 여유를 두고 아침을 준비할 수 있다.

* 7~8번째 알람은 최후의 보루다!



불을 다 끄고 누워서 뇌의 활동도 멈춰 놓은 채, 유튜브 속 쇼츠들을 생각 없이 넘긴다.


시계를 보니 아직 목표한 수면 시작시간보다 30분 정도 여유가 있다.

콘텐츠들 두어 개만 좀 더 볼까나...


정신을 차려보니 수면 목표시간을 넘겨 버렸다. 이제는 진짜 자야겠다고 다짐한다.

역사 다큐 유튜브를 작게 틀어놓고 눈을 감는다. 오늘은 아시리아의 흥망성쇠에 대한 내용이다.

하지만 잠잘 때 틀어놓은 유튜브 콘텐츠들은 늘 1도 기억나진 않는다.



뒤척거리다가 눈을 뜬다. 잠깐 잠들었었나? 아닌가?

눈이 말똥 말똥거린다.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1시가 넘었다.


"아 진짜 자야 하는데... 왜 잠이 안 오지..."






보통 이런 현상을 미국에서는 선데이 나이트 블루스(Sunday Night Blues)라고 한단다.


20세기 중반에 미국에서 등장한 이 용어는

근로자들이 주말을 끝내고 월요일부터 시작될 업무들을 떠올리며, 일요일 저녁에 느끼는 우울감이라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직장인의 심리는 다 같다는 생각...)


이런 증상을 심리학적으로는 예기 불안(anticipatory anxiety)이라고 하는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면서 불안을 느끼는 상태를 의미한다.


뭔가 불확실하거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예기 불안이 커진다고들 하는데,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생각들이 있을 수 있다.


혹시 내일 회의, 보고에서 무슨 말을 시키면 어떡하지.. 잘 안 되면 어떡하지...

저번에 받은 메일에 기한 내 회신을 못했는데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지난번에 상사한테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는데 이게 내 회사생활에 불이익을 주진 않을까?

이번 주 일들 엄청 많을 것 같은데....


이런 걱정거리들의 공통점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미리 걱정하고

자의적으로 시뮬레이션해보면서 마음이 불안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우리가 걱정한 일들 중, 85~91%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으며,

혹시 일어난 나머지 9~15%의 일들도 우리의 상상처럼 그리 큰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Leahy, 2005).



돌이켜 보면 나 역시 그랬던 것 같다.

걱정했던 것들이 생각보다 스무스하게 넘어간 것들도 많았고, 별 일 아닌 경우로 끝난 적도 많았다.




+ 아울러, 직장인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예를 들어 출근하는 과정에서 혹은 근무시간 중 발생하는 무기력감, 압박감, 두근거림 등의 스트레스 증상은

과거 인류가 생존을 위해 맹수와 싸우거나 혹은 도망칠 때 나오는 스트레스 메커니즘과 유사하다고 한다.



단지, 현대사회로 오면서 생존을 위해 싸우거나 피해야 할 대상이 바뀐 것뿐이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아침마다 커피를 수혈하고 또 화장실에 숨어서 인스타도 잠깐 쓱 보고,

내가 플렉스 한 택배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 위치도 좀 파악해 보고,

주식이나 코인 현황도 좀 보고(?)

마음 맞는 동료들과 함께 공감하면서 이야기도 하고 사랑하는 가족 혹은 친구들에게 하소연도 하고 하면서

그 스트레스에 맞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완화시킨다.


(만약 이런 일상생활로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라고 한다면 과감하게 다른 직장을 찾자.

세상은 넓고 회사는 많다. 인사 담당자치고 무조건 회사에서 버티라는 말은 하지 않는 편인 것 같다.)




결론적으로...

'혹시'라는 생각과 함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어나지도 않을 혹은 별 것 아닌 생각들로

우리의 소중한 수면시간을 앗아가지 말자.

우리는 과거 원시시대 인류의 생존을 위한 스트레스 메커니즘과 유사한

신성하고 위대한 활동들을 매일 해내고 있는 대단한 근로자다.


누구보다도 바쁘고 치열한 삶을 보내고 계신 많은 직장인 분들, 편안한 밤 보내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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