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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8시간전

라임 빛 가득한 리타스 고메의 쿠킹 클래스

고아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부터 눈에 불을 켜고 며칠 동안 맛집 검색만 했다. 열심히 찾다 보니 고아 음식들은 내가 알고 있던 인도 음식들과 다르다는 사실들을 알게 되었는데 이게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유는 역사에 있었는데, 거의 500년간 포르투갈의 긴 지배로 인해 그 식문화가 섞여 고아만의 독특한 음식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 고아에서만큼은 인도 내에서 접하기 힘든 돼지고기나 소고기 요리들이 많고 바다 옆에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싱싱한 해산물 요리도 다양했다.


인도 음식을 좋아해서 한 번쯤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는데 이참에 고아 음식을 배우면 좋겠다 싶어 구글에 고아의 쿠킹 클래스를 검색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예약했는데 그곳이 바로 리타스 고메(Rita’s Gourmet)이다. 가장 후기가 많고 깔끔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고아에서 나고 자라신 리타 선생님이 있어서였다.


굳이 여행 가서 웬 쿠킹 클래스?라고 할 수도 있다.


작년에 방콕에 갔을 때 블루 엘리펀트 레스토랑에서 직접 운영하는 로컬 마켓 투어와 쿠킹 클래스를 참여한 적이 있다. 해외에서 해보는 쿠킹 클래스로는 첫 경험이었다. 마켓 투어를 하면서 몰랐던 이국적인 식재료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 흥미로웠고, 레스토랑의 셰프님이 가르쳐 주는 대로 뚝딱뚝딱 따라 하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요리를 마치고 직접 만든 음식으로 식사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맛을 보곤 남편과 나 둘 다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이게 우리가 처음 한 음식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말 그럴싸한 태국 음식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임팩트 있던 한 번의 경험이 ‘앞으로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 나라로 간다면 직접 배워봐도 좋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개인적으로 장르 불문하고 다양한 요리를 시도해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그럴 수도 있다. 확실히 먹기만 하는 것보다 만들기까지 하면 몸에 더 깊게 각인되는 것 같다. 게다가 그 나라의 식문화에 대해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도 있고 일단 배워 두면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 이보다 유용한 경험이 또 있을까 싶다.


우리가 탄 택시는 굽이굽이 좁은 비포장도로를 달려 우리를 레몬색과 라임색으로 감싸진 예쁜 가정집 앞에 내려 주었다. 이곳이 우리의 목적지가 맞는지 의문이 들어 담장 주위를 둘러보니 대문 옆 파란 문양이 있는 타일에 작게 리타스 고메 라고 적혀 있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선생님의 남편분께서 “웰컴, 웰컴!” 하시며 우리를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들어오라고 안내해 주신 곳은 집 옆에 조그맣게 지은 쿠킹 스튜디오 공간이었다. 긴 테이블이 여러 개 놓여있고 그 위로 준비된 조리기구와 요리 재료들이 보였다. 가정집 안에 있는 스튜디오라 그런가 뭔가 더 편하고 아기자기하고 느낌이었다.


우리는 빈 테이블이 있는 곳에 앉았다. 안에 다른 사람들이 한 명도 없길래 의아해서 여쭤보니 ”오늘 수업은 너희가 다야. 프라이빗 수업이니 편하게 즐겨“라고 대답해 주셨다. 고아의 많은 곳들이 그러하듯 여기 또한 몬순(우기) 동안은 운영을 하지 않았고 이번 달부터 다시 운영을 재개했는데 우리가 그 첫 손님으로 왔다며 반가워하셨다.


손님 대접을 위해 마살라 짜이를 만들어 주시겠다고 헀다. 처음부터 만드는 과정은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했었는데 잘 됐다 싶어 함께 일어났다. 물을 끓이고 일곱 가지의 향신료를 절구에 살짝 빻아 인도산 홍차와 함께 끓는 물에 넣었다. 차가 진한 브라운 컬러로 우러나니 우유와 원당을 넣고 다시 한번 끓인 뒤 거름망에 부어 찻잎과 향신료들을 걸러주었다. 이런 풀 과정을 보니 짜이가 만드는 과정이나 들어가는 재료가 아메리카노나 카푸치노 같은 커피보다 훨씬 복잡하고 많은데 짜이가 말도 안되게 훨씬 저렴한 음료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갓 만든 따끈한 짜이를 들고 아까 앉았던 테이블로 돌아가니 오늘의 수업을 진행해 주실 리타 선생님께서 어느새 직접 만드신 푸짐한 마살라 도사 네 개와 고아 전통 디저트들로 한 상을 차려주셨다. “아침 안 먹었지?”라고 물어보는 따뜻한 선생님의 미소. 사실 우리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 약간 남아 라운지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고 온 터였지만 일찍 오느라 아침을 못 먹었을 우리를 위해 정성스럽게 차려주셨는데 차마 “아니요”라고 말할 수 없었다. 대신 우리는 “네, 안 먹었어요. 음식들 너무 맛있어 보여요! 차려주셔서 감사해요.”라고 감사함을 전하고 앉았다.


디저트들을 하나하나 맛보는데 코코넛 향이 은은하게 나는 달달한 디저트들이 어찌나 취향 저격인지 아침부터 쌓인 스트레스가 온몸에서 스르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멘탈 회복에 좋은 스윗한 디톡스. 역시 인생에는 단 맛이 필요하다.



차려주신 음식들 모두 정말 맛있었지만 이 중 베빈카와 로즈 쿠키라는 디저트 두 가지는 지금도 그리울 정도로 최고였다.베빈카라는 디저트는 가끔 식당에서 파는 곳이 있어 먹어 봤는데 시럽에 절인 것 같은 팬케이크를 켜켜이 쌓은 것 같은 맛이다. 부드러운 식감과 은은한 코코넛 향이 매력적인데 따뜻하게 데워 서브해 주는 독특한 케이크다. 먹어보기만 했지 어떻게 만드는지는 전혀 몰랐는데 선생님이 설명해 준 레시피를 듣고는 이 투박한 모양새의 디저트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지 깜짝 놀랐다. 선생님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인내가 많이 필요한 디저트라고 했다. ‘너 의외로 고급 디저트였구나!’


남편과 나는 차려진 상을 보고 서로 눈치를 보며 “아 이거 너무 많은데 어떻게 다 먹지?” 했지만 삼십 분 뒤 모든 접시는 누가 새 접시들을 갖다 놓은 것 마냥 싹 비워졌다. 그러고는 남편 왈 “너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 하지마ㅋㅋ”. 우리가 네가 다 먹었네 내가 다 먹었네 투닥거리고 있으니 리타 선생님은 “자, 그럼 이제 움직여볼까?” 하고 본격적인 쿠킹 클래스의 시작을 알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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