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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잊은 Joseph Bar

by JANE

우리는 한참을 걷다 본래의 목적지였던 Joseph Bar에 도착했다. 영어로 조세프라고 읽어야 할지 포르투갈어로 호세프라고 읽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낡고 좁은 바는 고아에서 가장 상징적인 바이다. 외벽에 칠해져 있는 파랗고 하얀 페인트들은 빛이 바래 얼룩덜룩하지만 오히려 빈티지한 느낌이 들고 하얀 간판에 적힌 붉은 글씨는 힙해 보였다. 그래서 그런가. 이곳의 입구 앞에는 고아에 갔다는 평생 남을 상징적인 사진 한 장을 남기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선 것도 아니고 안 선 것도 아닌 상태에서 눈치게임을 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남편도 지켜보다 신호를 준다. “지금이야!” 신호에 반응한 나는 쪼로록 입구 쪽으로 가서 재빠르게 인증샷을 건졌다.


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듯이 우리도 이 유명하다는 바를 사진만 찍고 갈 수는 없지! 남편과 나는 식사 전 간단히 술 한잔하기로 했다. 메뉴를 한 번 쭉 훑어보고 무조건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걸 시키자 해서 고아의 전통주 페니라는 술이 들어간 칵테일 한 잔과, 고아 로컬 크래프트 비어인 ‘피플스 라거’를 한 병 시켰다.


술을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둑어둑한 연두색 페인트로 칠해진 실내, 아주 오랜 시간을 지나온 것 같은 시계들, 신문들, 잡동사니들이 가득 차 이 바의 ‘오래됨’을 증명하고 있다. 이 오래됨을 낡음이 아니라 힙함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핫한 인도 여성 둘은 유일한 테라스 좌석에 앉아 남자들의 관심을 만끽하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도도하게 앉아 있어도 그녀들의 아름다움은 감춰지지 않는지 번호를 묻는 남자들이 줄줄이 비엔나처럼 계속 나타났다. 남편은 흥미롭다는 듯이 힐끔거리며 나에게 물었다. “부러워?ㅋ” 당연히 부러웠다. 내가 살면서 단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시선을 끄는 아름다움은 어떤 여자라도 부러워할 것이다.


이 바 안에서 눈에 띄는 사람은 핫한 두 인도 여성들 말고도 또 있었다. 젊은 사람들 사이로 붉은 계열의 화려한 프린트 셔츠에 와인색 페도라를 매치한 노신사 한 분이 뿔테안경을 낀 채 뭔가를 열중해서 읽고 있었다.. 커플들, 친구 무리들 사이에 혼자였던 그분이 조금 외로워 보였지만 이 시간을 여유 있게 즐기고 있는 모습이 근사해 보이기도 했다. 순간 남편을 만나기 전까진 거의 혼자 해외여행을 하고 다녔던 나의 이십 대의 모습과 그분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외로움보다는 이십 대의 패기와 호기심이 더 강렬했던 그 당시의 나는 돈도 없고 근사하지도 않았지만 낯섦과 자유를 만끽하며 여기저기 겁도 없이 쏘다녔다.


남편에게 물었다. “오빠는 나 없이 저 할아버지처럼 혼자 여행하며 다닐 수 있어?” 돌아오는 답변은 “굳이? 재미없을 것 같은데…가야 한다면 아마 태국 골프관광 뭐 이런거 아닐까?”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낭만파는 아니다. ㅇ0ㅇ이런 헐; 표정으로 보고 있자니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뭘 바래, 내 인생은 재미가 없다니까! 그래서 너 만났잖아!” 완전 에프엠 모범생 효자로만 성실하게 살아온 공돌이 남편은 지멋대로 살고 싶은 와이프를 만나 불행인지 복인지 모를 예측할 수 없는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아마 흰머리가 검은 머리보다 많아지는 날이 되더라도 우리는 지금처럼 어디론가 계속 떠돌며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폰타너스 구역은 하루 반나절만에 이렇게나 추억에 빠지게 만들고 미래를 그리게 했다. 시간을 잊게 만드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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