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사상가 장 폴 사르트르는 우리네 인생이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말했다. 인간이라면 태어난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매 순간마다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되고, 스스로가 의식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잠깐..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려보자. 정말 우리가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을 하면서 살아왔던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의지가 있고 그 의지로 행동하고 결정하여 삶을 이끌어간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에 대해 의문을 품을 심리학자 및 과학자들이 있었고(벤자민 리벳, 존-데일란 하인즈 교수 연구팀, 이자크 프라이드 등) 이들은 실제로 실험을 통해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을(있어도 거의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인간은 개인의 의식이나 자유의지를 통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뇌반응(무의식)이 일어난 뒤에 의식과 의지를 가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심장은 우리가 의지를 가지고 뛰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에서 저절로 뛰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그렇다면 뇌반응(무의식)은 왜 일어났고 어디서 야기된 것일까? 우리가 무의식을 지배한다면 결국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대해선 '그럴 수 있지 않냐'는 식의 추측만 있을 뿐,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거진 확실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우리는 정해진 운대와 운명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고 그게 우리 입장에서 선택처럼 느껴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다시 장 폴 사르트르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면, C는 선택(Choice)이 아니라 운(Chance) 또는 우연의 일치(Coincidence)로 보는 것이 옳으며,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을 때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이 절로 이해가 된다. 사주팔자대로, 대운의 흐름에 따라 우리는 의지를 가졌고 행동했을 뿐인 것이다. 물론 세상에 100%라는 것은 없다. 사주팔자가 다 맞는 것도 아니고, 꼭 대운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의 노력과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는 운과 우연에 달려있다고 확신한다.
노력은 하되, 뭘 바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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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우리가 어떤 무의식의 영향을 받아 의지를 가지고 행동했다고 해도, 스스로 어떤 고통스러운 노력을 한다는 것은 분명히 대단한 일이다. 고통스러운 것을알면서도 스스로 그만둘 수도 있는 고통스러운 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력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결과의 대부분은 노력의 양이나 질보다는 운의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한다.
내가 피눈물을 흘릴 정도로 겨우 노력해서 이룬 것을 누군가는 한 달 만에 이뤄내고, 내가 몇 년을 정직하게 일해서 모은 돈을 누군가는 부정한 짓을 저질러 한순간에 그 몇 배를 모은다. "노력한다고 사람이 반드시 성공한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은 모두 예외 없이 노력했다는 걸 명심해!" [더 파이팅]을 아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명대사다. 이 대사는 '노력한 사람만이 성공을 할 수 있으므로, 노력해라'와 '네가 아무리 노력해 봤자 될 놈이라면 되고, 안될 놈이라면 안된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전자의 메시지에 긍정적인 힘과 자극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후자의 메시지가 부정적으로 보일지언정 오히려 더욱 현실적이고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단순히 내 노력이 부족했다며 자신을 탓하고 더욱 몰아세운다면 그것은 되려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반면에 분명 노력했지만 내 운이 그 정도인 것이고, 할 수 있으면 한번 더 노력해 보는 것이고 못하겠으면 하지 말자는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오히려 더욱 건강하고 다양한 길이 열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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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면 "네가 제대로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타박을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고통스러움에도 충분히 노력했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남의 말에 기죽을 필요가 없다(그 사람이 나를 항상 지켜본 것도 아니고, 내가 어떤 마음으로 노력했는지 관심이나 가지고 그런 말을 말했을까?). 애초에 노력이란 것 역시 사람마다 운에 따라 그 정도와 수준이 다르다. 운(재능)이 있는 놈들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눈에 바로바로 보이기 때문에 노력이 재밌어서라도 더욱 노력하게 되고 그래서 빠르게 발전한다. 그러나 운(재능)이 없는 놈들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보이지 않고 너무 미비한 성장만 있기에 노력하는 것이 더욱 어렵고 힘들어 발전이 더디게 된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노력했으면 된 거지(그렇다 운이 없더라도 노력은 반드시 해야 한다), 거기서 뭘 바라서는 안 된다(수인사대천명). 노력하는 것도 운이 따라야 쉽고, 노력해도 결과는 운에 달려 있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크게 실망할 필요 없다. 감정적으론 잠깐 실망하더라도, 냉정히 말하자면 실망하고 본인 탓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생이라는 것에도 크게 기대를 걸 필요가 하등 없다. 사람 인생은 운칠기삼을 넘어, 운구기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크게 실망할 일도 없어지고, 오히려 더 재밌게 느껴지는 게 사람 인생이다.
기성세대가 그렇게도 떠들어대는 계획이나 목표나 꿈도, 결국 운이라는 범 앞에서는 한낯 개새끼에 불과하다. 라이프코드의 대표 조남호가 목표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사는 것에 집중하라고 말한 이유도, 법륜스님이 꿈은 없을수록 좋다고 말하는 이유도, 모두 일맥상통한다. 욕심 없이 기대 없이 그래서 딱히 괴로울 일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고 아무거나 되는 것을 열심히 한다면.. 그것만으로 박수받을 만한 삶이라고 나는 감히 자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