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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순오 Jul 07. 2024

비룡담과 하얀성 동화 속으로

충북 제천여행(1) : 솔밭공원 & 비룡담저수지 & 하얀성둘레길

비가 온다는 소식에 가볍게 가보고 싶은 곳을 걸어보면 좋겠다 싶어 집을 나섰다. 충북 제천은 금수산과 월악산을 올라본 적은 있지만 제천 구석구석을 돌아보지는 못했다. 비룡담저수지를 보며 하얀성둘레길 걷고, 제천의림지 역사박물관, 의림지를 둘러보는 코스이다. 점심은 제천시장에서 먹고 수제맥주펍으로 가서 맥주도 맛보고, 월악산 송계계곡에서 물놀이도 할 예정이다.


가장 먼저 솔밭공원으로 간다. 키 큰 멋들어진 소나무 군락지다. 솔밭공원 지나 오른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무장애나눔길 데크가 잘 조성되어 있다. 비룡담저수지와 하얀성포토존으로 가는 길인데, 장애우들이나 어르신들이 휠체어를 타고도 뒤에서 밀어주는 이가 있으면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어머니를 모시고 온 한 가족이 있다. 어머니 포함해서 모두 4명이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일부러 나온 것 같다. 하얀 모시옷을 위아래로 차려 입은 작은 체구 어머니의 양손은 조금 젊은 남녀가 붙잡고 걷는다. 살짝 팔을 들어주는 듯 힘이 안 들게 부축을 해서 걷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손자 손녀가 아닐까 싶다.

"참 효성스러운 가족이구나!"


비룡담 저수지와 하얀성 둘레길은 그 어우러짐이 절묘하다. 장마철이라 며칠째 비가 내려서 산 위로는 신비로운 운무가 걸쳐있고 비룡담으로 동화 같은 하얀성과 산 운무와 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진 모습이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어느 외국여행에서 본 것보다도 더 아름답다. 풍경이 예쁜 만큼 여기저기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이드님이 함께 온 여행객들의 사진도 많이 찍어주신다.


다시 솔밭공원으로 내려오니 비룡담에서 흘러내려온 물로 족욕을 할 수 있도록 물길을 만들어놓았다. 시간을 보니 한 30여 분 여유가 있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발을 담근다. 매주 여행을 오신다는 남자 세 분이 지나가다가 자청해서 내 사진을 찍어주신단다.

"고맙습니다."

"아유, 혼자 다니지 말고 친구랑 같이 다녀요."

"아뇨. 저는 혼자가 좋아요."

대꾸를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생각대로 말을 하는 것이다. 나 보고는 '오늘 온 분 중 가장 멋쟁이'라고 그러면서 사진을 몇 장씩 찍어주고 가신다. 혼자 와서 그냥 하는 말이려니 하면서도 기분은 좋다.


충혼탑과 충혼각을 지나 솔밭공원 끝부분에 이른다. 제천 족구장 앞마당에 우리가 타야 할 버스가 서 있다. 그런데 실은 여기가 솔밭공원 초입이라 볼 수도 있겠다. 솔밭공원 조성에 대한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제천의용소방대원과 마을 사람들이 도시락을 싸 오면서, 나중에는 직접 솥을 걸고 밥을 지어먹으면서 이곳 솔밭공원을 만들었단다. 모두 다 헌신적으로 노동의 대가 없이 일군 값진 시민들의 힐링 공간이다.


그림 같은 곳 걷노라니 이 세상이 아닌 듯, 꿈을 꾸는 듯, 행복감이 밀려온다. 온다는 비는 안 오고 날씨도 제법 시원해서 여행하기가 참 좋다.

의림지 치유숲길 안내도
비룡담저수지와 하얀성둘레길
솔밭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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