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은 언제나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하나님께 묻는다. 사울이 죽었지만 자신을 죽이려고 찾아다니던 사울의 군대가 있는 유다 지파의 성읍들은 아직 안전한 곳이 아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다윗에게 유다지파 지역인 헤브론으로 올라가서 살라고 말씀하신다. 다윗은 즉각 순종한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유다 지파의 장로들이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자기들의 왕으로 삼는다. 드디어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다윗이 유다 지파의 왕으로 등극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왕위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울의 군사령관 아브넬이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을 데리고 요단 동편 마하나임으로 건너간다. 그곳에서 40세인 이스보셋을 왕으로 세워서 그 지역을 다스리게 한다. 이스보셋이 통치하는 2년 동안 왕이 두 사람이 된 것이다. 다윗은 헤브론에서만 7년 6개월 동안 왕이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울의 군대장관 아브넬과 다윗의 군대장관 요압과 아우들 아비새, 아사헬은 계속해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서로가 세워진 왕에 대해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동족의 싸움은 여타 다른 싸움들보다 더욱 격렬하고 피비린내가 난다. 발이 빠른 아사헬은 아브넬만을 쫒다가 결국 그의 창에 찔려 즉사한다. 요압이 이끄는 다윗의 군대는 아사헬과 19명의 사상자를 내지만, 아브넬의 군대 베냐민 지파를 360명이나 쳐 죽였다.
일이 이쯤 되자, 아브넬이 안 되겠는지 휴전을 요청한다.
"이러다 모두가 다 죽겠으니 지금은 여기까지만 싸우자."
요압은 아우 아사헬이 아브넬의 손에 죽었으므로 복수심에 불탔지만 다음 기회로 넘기고 휴전 제의를 받아들인다.
마치 우리나라 남북의 상황과 닮아있는 듯한 이스라엘 유다 지파와 베냐민 지파의 싸움이다. 우리의 싸움도 전혀 끝날 것 같지 않고 또 외세까지 개입해 있으므로 종국에는 모두가 다 죽는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어서 그만 휴전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오늘날까지 남북통일에 이르지 못하고 분단상태로 남게 된 것이다. 지금은 70년을 훌쩍 넘긴 시점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다윗이헤브론에서 순조롭게 유다 지파의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사울과 세 아들, 그리고 사울의 군대에 대한 예우를 잘 해준 데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사울의 생각에는 다윗이 차기 왕이 될 거라서 뒤쫓아서 죽여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겠지만, 하나님께서 세우신 왕이 그렇게 힘없이 죽을 리가 없다. 도리어 사울 왕을 피해 도망 다니면서 온갖 고비를 넘기는 동안 든든하고 용맹스러운 자기 세력을 키우게 된다. 환난 당한 자, 빚진 자, 억울한 자들이 그에게 모여들면 잘 훈련시켜서 자신의 군대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유다 지파와 베냐민 지파 동족상잔의 싸움에서도 보면 벌써 다윗의 군대가 사울의 군대를 앞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양쪽에서 12명씩 먼저 뽑아서 대결시킨 용맹한 군인들이 모두 다 죽게 되자 피를 본 양 군대가 살기가 넘쳐 죽기 살기로 싸웠으니 그 끝은 안 봐도 뻔한 것이다.
"너 죽고 나 죽자!"
그러면 어느 지파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왕은 군대도 있고 백성도 있어야 왕인 것이지 혼자서는 왕이 될 수 없다.
그렇게 오늘의 유다 지파와 베냐민 지파의 동족상잔의 비극은 휴전에 들어갔다. 그러나 헤브론에서 왕이 된 지 7년 6개월 후 다윗은 하나님의 때에 통일 이스라엘 왕이 되어 예루살렘에서33년을 다스리게 된다.
우리나라의 휴전은 언제 끝이 날 것인가? 오직 하나님 만이 아신다. 그날과 그 시는 아무도 모른다.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그러나 우리나라를 이렇게 구별해 두신 데는 분명 까닭이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중에 북한이 러시아군에 지원군을 보내고, 남한도 우크라이나에 파병할지를 고민 중인 모양이다. 뉴스에서는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지만,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남의 싸움에 끼어드는 것은 서로 더 많은 적대감을 키우는 게 아닐까 심히 염려가 된다. 다른 사람들 싸움에 형제가 나뉘어 편을 드는 꼴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모두 다 죽어도 그들은 얘기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