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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정 Jan 26. 2023

출산 후 엄마의 첫 휴가

 -출산 158일에 썼던 일기 방출-



아기 158일. 아기는 남편이 전담하고

나는 출산 후 첫 휴가를 받았다.

생각해 보면, 내 뱃속에 잉태된 이후로

아기와 나, 우리 둘은 단 하룻밤도 떨어져 있던 적이 없던 것이다.


하여, 조금은 걱정스럽고 마음이 짠하기도 했지만,

육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엄마의 행복, 엄마의 재충전인 것을.


육아란 것이 떨어져서 보면,

늘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 듯하고,

아기가 잘 때 쉬면 될 것 같고,

그럴 때 누워있으면 되고 그런 것 같지만...

물리적으로는 아기가 그 정도로 쉴 틈을 주지 않을뿐더러,

짬 내서 기대 누워있다고 해도 정신적 소모가 대단하다.


회사생활에서 퇴근을 해도

프로젝트가 끝나지 않아 계속 내 폰과 카톡이 울리고

언제 승인이 떨어질지 모르고,

언제 다시 수정하라는 오더가 떨어질지 모를 때

크나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해야 하나..?

이마저도 괜찮은 비유는 아닌 것 같다.

그냥 나는 지쳐있었다.


임신 전까지 그렇게 바쁘게 일을 하며 늘 피곤했지만

전혀 다른 부류의 피로감이다.

나 자신에 대한 사유를 단 한 가지도 할 수 없는 기간.

그것이 지속되면 사람은 메말라간다.


그렇게 큰맘 먹고, 육아에서 벗어나는 나만의 휴가.

본가에서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해본다.


그래 봐야 혼자 드라이브하기,

버리고 싶은 물건들 정리해서 버리기,

욕조 목욕하기, 음식 배달시켜서 음미하며 먹기. 이 정도였는데

내가 저절로 유해짐을 느꼈다.


남편에 대한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아이 아빠로서 해내는 역할도 얼마나 힘든 것인가 하며

세상 관대한 마음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짐한다. 더 아껴줘야지... (나도 좀 무섭다)

이렇듯 부부관계를 위해서도 주양육자의 휴가는 매우 중요하다.


휴가의 효과는 생각보다 더 컸다.

모성애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헷갈렸던 나는

처음으로 이 아이 없인 안 되겠단 생각을 했고,

역설적으로 내 안의 모성애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이 정도로 혼자 걸어본 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임신 때는 몸에 무리가 가서 많이 걷지 못했으니,

강제로 내 몸을 내 몸같이 쓰지 못한 것이 1년이 넘어버렸다.


어릴 적 예쁜 옷을 입고 화려하게 누비던 길에

소박한 맨얼굴로 혼자 걷고 있지만,

느릿한 시선으로 가족을 생각하며 나에게 집중하는

내 모습도 나쁘지 않았다.

스스로 초라해지지 않고, 건강한 엄마가 되어가는 듯했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더 많이 사랑해 줘야지. (얼마나 갈지는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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