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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Jul 28. 2021

논문을 처음 쓰는 당신에게

대학원생에게 전하는 위로의 에세이

  대학원생이 되고 나니까 무서운 것이 많다. 첫 번째는 교수님이 학부 때와는 달리 쌀쌀맞고 무서운 것이며, 두 번째는 나의 능력에 대한 불신이다. 대학원생이 되고 연구실로 출근하다 보면 내가 직장인인가, 대학원생인가 점점 헷갈린다.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논문도 척척 잘 쓰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다 보면 나의 자신감을 바닥을 친다. 과연 나는 대학원에 다닐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나는 앞으로 박사과정을 할만한 문제 제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일까? 나는 왜 이렇게 글을 쓰지 못할까? 나는 왜 이렇게 능력이 없을까? 교수님과의 관계가 어떤 이유에서 잘 풀리지 않을까, 나에게는 왜 운이 없을까.


  이 글은 "논문을 처음 쓰는 당신에게"이다. 대학원생이 아닌 입장에서 제목을 읽으면, 단순히 논문 쓰는 방법을 알려주겠거니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질문이 첫 번째 문단에 쌓여있다. 대체 교수와의 관계가 논문 쓰는 것하고 무슨 상관이야? 박사과정을 할만한 문제 제기가 없으면 당신은 공부할 자격이 없는 것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할 거면서 무슨 공부를 한다고 대학원엘 들어갔어? 네가 선택해서 대학원에 간 것일 것 아니야? 그렇게 인간관계도 잘 다스리지 못하면서! 그런 생각으로 사회에 나가서 직장 생활이라도 할 수 있을 줄 알아? 무슨 그런 복잡한 생각을 계속하면서 공부를 한다고 그래!


  아주 많은 질문들로 대학원생의 입장에 훈수를 해줘서 고맙다. (물론 필자가 임의로 만든 질문들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대학원생들이 받을 수 있는 훈계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학원생은 실제로 교수와의 관계로 인해 졸업 논문을 쓰다가 중단되는 일을 겪기도 하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여러 가지 사고로 인해 대학원을 중도에 포기한다. 물론, 내가 나의 전공에서 제일 유명한 학자처럼 천재였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나의 실력만으로 모두를 꺾을 수 없다면, 나는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을 생각하며 공부를 해야 한다.


  우리가 처음 대학원을 들어갈 때를 생각하자. 나에게 과연 그런 소문에만 있는 나쁜 교수가 붙을까? 나도 아주 훌륭한 학자들처럼 논문 아주 멋들어지게 쓸 수 있어! 나는 그렇게 석사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무조건 교수가 될 거야! 이런 생각을 가지고 대학원에 들어온다. 대학원생들이 노예라고? 그래? 정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들어온다. 첫 조교 업무부터 시작해서 교수님들과의 대화가 계속되다 보면 대학원에 입학한 것을 어느 순간 후회하는 순간이 누군가에는 생긴다. 내가 왜 이런 순간을 맞이해야 할까? 그런데, 그렇게 정글 같은 대학원을 어떻게 헤쳐 나오다 보니, 이제는 나에게 넘어야 할 산이 하나 더 남았다. 바로, 학위논문.


  이 글은 필자가 논문을 처음 썼던 때를 생각하고, 그 과정을 돌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필자는 석사 졸업을 아주 여러 가지 사정으로 3년 반 만에 겨우 할 수 있었으며, 졸업 논문 쓰는 기회를 한 번 놓쳤다. 지도교수에게 이메일로 아주 간곡히 부탁하는 글도 써보았다. 그때, 석사 지도교수는 외국으로 연구년을 나가 있었으니까. 급하게 졸업할 필요 없으니까 다음 학기에 쓰자는 말. 그 말을 메일로 접하고 나는 눈물이 흘렀다. 글쎄, 석사과정에 이렇게 붙잡혀있으면 내가 이렇게 불안한데, 나는 지금이라도 데이터를 분석하고 논문을 쓸 준비가 되었는데. 이 과정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정말 아주 많은 생각을 했다. 이때, 내 나이 아홉수였다.


  지금은 그렇게 졸업을 하고 뒤를 돌아보고 있다. 곧 박사과정에 입학도 한다. 이 글은 논문을 쓰는 기술, 혹은 글쓰기에 대한 나의 생각도 담고 있지만, 동시에 논문을 쓰면서 겪을 수 있는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서술한다.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잘 보듬어주고 위로하면서 외로운 논문 쓰기를 해야 한다. 이 글은 그러한 여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대학원에 선배들은 많지만, 선배 그 누구에게도 나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선배에게 훈계를 듣고 싶지도 않고, 누구에게도 뒤쳐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필자는 대학원에서 느꼈던 뒤쳐진 이야기, 내가 생각하는 실패한 연구의 사례들, 그리고 논문을 홀로 학술지에 투고하는 여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대학원생이 가장 겪기 쉬운 현상 중에 하나는 바로 "임포스터 신드롬(Imposter Syndrome)"이다. 이는 자신의 성공이 있음에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Cope-Watson and Betts, 2010). 나의 조그마한 성공이 있어도 인정하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의 성취는 크게 보인다.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그 신드롬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필자는 석사과정에 재학할 당시에 느꼈던 감정들을 성취와 함께 적어보고자 한다. 과연 내가 정말 작은 사람일까? 왜냐하면, 아직도 필자는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에 대한 위로가 다른 대학원생에게도 위로이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쓴다.


  동료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바로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언제 나의 분야에서 대가가 될까? 내가 정말 공부를 할 수 있을까? 다른 애들은 논문 요약도 너무 잘하고 말도 잘하고, 특히 교수님들 앞에서 떨지 않아. 이런 비교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의 성과는 하나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석사를 졸업하고 느끼는 것은, 결국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공부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할 수 있지만 그것이 나를 깎아서는 안된다. 나는 내가 만족하는 공부를 하면 된다. 당신은 당신의 삶을 잘 살고 있다.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나를 위로할 주위의 동료들이다. 여러분에게는 그런 동료가 있는가? 이제부터 필자가 여러분의 동료가 되겠다. 논문을 처음 쓰는 당신에게.


<참고 문헌>

Cope-Watson, Georgann and Andrea Smith Betts, 2010, "Confronting otherness: An e- conversation between doctoral students living with the Imposter Syndrome", Canadian Journal for New Scholars in Education, 3(1), https://dev.journalhosting.ucalgary.ca/index.php/cjnse/article/view/30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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