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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우 Aug 16. 2021

논문 쓰기, 뭐 어쩌라는 거야?

학생에서 강사의 입장으로

  석사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어느 대학에서 논문 쓰기의 멘토 강사가 되었다. 국제개발협력에 관한 주제로 학부생들이 글쓰기를 한다는데 멘토가 되어달라는 것이었다. 맡은 임무는 주 2회, 온라인으로 만나서 논문 쓰기에 대해 조언해주고 학생들에게 이런저런 것을 알려주는 것. 전화를 받고 바로 하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참 재밌는 경험이 된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그렇게 8주에서 9주 동안 지도를 하고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강당에서 논문을 발표한다고 했다. 설레고 좋았다.


  그런데 막상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보니 기분이 달랐다. 꼰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강의를 하다 보니 당황스러운 점도 많이 생겼다. 질문을 설계하는 과정, 이론의 가설을 설정하는 것, 데이터 분석을 위해 우선 선행해야 하는 일. 이것저것 알려줄 것이 정말 많았다. 아래의 질문들이 끊임없이 생기면서 논문 쓰기에 대한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아, 설마 이런 것을 모르는 건가?"

"내가 학부생이었다면 무슨 강의를 필요로 했을까?"

"나는 그때 이것을 알았던가?"


  이런 고민을 사실 하지 않고 논문 쓰기 멘토링에 뛰어들었다. 나도 생각해보니 논문 대회를 나간다고 교수님들한테 고민 상담을 해도 제대로 코멘트를 한 번도 받아본 적도 없고, 지도를 해주신다고 하면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말만 듣고 왔었는데. 대체 내가 이 친구들에게 정말 무엇을 알려줄 수 있을까? 고민이 시작됐다. 나는 무슨 고민을 했을까? 그 고민이 책에는 해결 방안이 있을까? 책을 보라고만하면 해결이 될까?


  어느 논문을 주면서 모방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특히 요즘 학생들은 정확한 정보를 인터넷으로부터 수집하는데, 방법론 책들도 그렇고 완전히 어떻게 연구를 수행하면 되는가에 대해서 일러주는 책들은 사실 없다. 그리고 책들은 읽는데 시간도 필요하니까 학생들은 분명 읽지도 않을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논문 쓰기를 지도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찾기 위해 나의 과거부터 살펴봤다.


  나는 첫 논문 작성을 2010년에 처음 해봤다. 학부생으로 2010년 7월 초에 다른 학교 정외과 형의 제안을 받아 어느 논문 대회를 나갔다. 국가 안보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한미동맹의 강화 방안이 주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논문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으니 당시에 우선 책을 주문했다. 바로 정병기 박사의 "사회과학 논문 작성법"이었다 (정병기, 2008). 얼마 전에 거의 10년 만에 집에 있는 그 책을 발견해서 펼쳐봤다. 감회도 새롭고 거기에 적힌 내 질문들도 재밌었다. 책에는 아주 여러 가지가 적혀있다. 연구의 과정이 무슨 의미인지, 어떻게 주제를 정하는지, 어떤 방법론을 사용하면 좋은지.


  그중에 내가 책에 적어둔 질문이 재밌었다. "교수님이 이 주제는 재미가 없고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데 여기는 어떤 연구 질문이 의미가 없는 것인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어쩌라는 거야?" 스무 살의 이정우가 할 수 있는 질문 같았다. 그래, 그때 한미동맹의 강화 방안에 대해서 보고서는 적어봤으니 정말 강화 방안은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걸 기존 연구를 참고해서 없는 내용을 만들어서 쓰려니 힘들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교수님은 이 방안이 논문의 요건도 아니고 재미도 없다고 한다. 대체 난 어찌해야 할까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스무 살의 이정우가 했을 법한 고민이다.


  재미가 없고 의미가 없으면 그 이유라도 알려주면 좋은데, 이렇게 하지 말라고만 하고 이건 아니라고 말한다. 대체 논문이 뭔데? 논설문에서 말하는 이유와 근거를 잘 갖추고 기승전결만 잘 쓰면 되는 거 아닌가? 논문 쓰기를 가르칠 때는 이것만큼 불친절한 설명도 없는 것 같다. 이유와 근거만 갖춘다고 내 글은 아니고 기승전결만 갖춰쓴다고 내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인용구도 갖춰야 하고 다른 사람의 것을 베끼는 표절도 아니어야 한다.


  나에게는 당시 대학생으로서의 패기가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교수님들을 다 이길 수 있다는 만용이 있었다. 스물여섯 이전의 이정우는 그랬다. 다 싫고, 다 별로라고 생각하면 그냥 나 혼자 적어볼 거다. 그래도 괜찮은 논문이 나올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사실 논문 쓰기에는 방법은 있어도 그 방법을 사용하여 적는 것은 결국 저자의 몫이다. 저자가 그 방법을 최대한 사용을 하되 써가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토론을 통해 고쳐나가는 작업이 바로 논문 쓰기이다. 결국 자기 자신이 논문 쓰기의 경험을 통해 알아가는 수밖에는 없다. 그런 경험을 하면서 나는 너무나도 외롭고 고독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2011년의 어느 논문 공모전에서는 탈락을 하고, 2014년이 되어서야 어느 논문 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몇 번의 문을 두드린 결과로 값진 결과를 얻을 수 있었지만, 논문 쓰기는 여전히 어려웠다. 2015년에 일본에 가서 독립 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이론 설계가 무엇보다 너무나 어려웠다. 가설을 세운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몰랐다. 어찌 논문을 한 편 완성해서 첫 해외 학회를 학부생 때 체코로 다녀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너무나도 어려웠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어렵다. 석사학위논문을 완성하고 그랬지만, 여전히 나의 논문을 완성하는 것은 어렵다.


  연구 질문, 주제, 방법론을 설정하는 고민에 대해 나는 나름대로의 철학과 방법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다른 교수를 설득하는 작업과는 또 별개이다. 따라서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그런 고민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에 참여하여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고 나의 연구를 어떻게 완성할 수 있을까? 나는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아니지만, 연구를 하는 분들께 나의 경험을 알리고 말씀을 듣고 싶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도 논문 쓰려고 고생하는 학부생을 응원하기 위해 쓰고 있다.


  이 책은 주제 설정, 가설 설정, 기존 연구 검토, 방법론, 통계 방법론에 대한 생각, 내 논문의 의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나의 고민을 담고 있다. 자세한 방법에 대해서는 분명 나도 여러분들도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할 것이다. 석사학위를 하고 있는 시절의 논문이 아닌, 학부생이었을 때 논문 쓰기를 하면서 내가 개인적으로 마주한 고민에 대해서 풀어낸다. 이 글은 논문 쓰기를 하는 교수자에게는 학생들의 생각을 알 수 있게 할 것이고, 학생들은 누군가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마주한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게 할 것이다.


  여는 글을 마무리하면서, 나는 김기란 박사님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2016년에 학사학위논문을 작성하면서 하였던 고민에 실마리를 주셨기 때문이다. 사실 논문의 힘(김기란, 2016)을 읽고 개인적으로 나의 고민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새벽에 침대에서 책을 읽다가 눈물을 흘린 일도 다반사였다. 그만큼 오랜 고민에 좋은 가이드이자 벗이 되어준 책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 이 책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싶어 이렇게 적어본다.


<참고 문헌>

김기란, 2016, 논문의 힘: 공부의 시작과 끝, 논문 쓰기의 모든 것, 현문서가.

정병기, 2008, 사회과학 논문작성법, 서울대학교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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