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준비하는 모든 예비 신부, 신랑들을 위한 조언
혼자만의 시간 더 많이 자주 가져본다.
큰일이다! 코드 블루!*
*심페소생술(CPR) 환자가 생길 경우 나오는 병원내 안내 방송
블루가 오고 만 것이다 ㅡ 그 이름도 생경한, 그래서 무시무시한 메리지 블루(Marriage Blue).*
메리지 블루란, 일본 소설가 유이카와 게이(唯川惠)의 베스트셀러 소설 제목에서 유래된 단어로 곧 결혼을 앞둔 남녀가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느끼는 우울감을 뜻한다. 이는 병적으로 심각한 우울증이 아닌 조금 심한 우울감이나 불안감 정도라 할 수 있다. 보통은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
몇가지 지식백과와 기사 자료의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다. 결혼을 앞둔 언니들, 지인들이 ‘나 메리지 블루인가봐’ 볼 멘 소리를 할 때, 귀여운 투정인 줄 알고 웃어 넘겼던 내가 미숙했다. 대단한 확신 아래 결혼을 결심한 것은 아니지만, 30년 이상의 인생 짬바와 제법 신중한 1년여간의 고민과 찬반 분석 끝에 결정한 일이다.
30년 이상의 인생 짬바와 제법 신중한 1년여간의
고민과 찬반 분석 끝에 결정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리지 블루는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 곁에 와 있었다.
나의 매리지 블루에 대해 인식하게 된 과정은 다음과 같다.
결혼을 5개월 쯤 남겨둔 시점부터 남자친구, 그러니까 앞으로 신랑이 될 사람에게 걸핏하면 화가 났다. 보통 같으면 귀엽단 표현으로 퉁쳤을 그의 사소한 말 버릇, 행동 하나하나에 딴지를 걸게 됐다. 처음엔 오래 만나다보니 권태기가 온 거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엔 내가 결혼 준비며 일이 바빠 마음에 여유가 없는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나의 감정을 그에게 전가시키지 않기 위해 그와 부러 만나지 않고 지나간 주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회피도 한계가 있었다. 결혼을 당장 5개월 앞두고 신랑 신부는 무척이나 바빠진다.
웨딩 촬영하기, 웨딩 촬영 셀렉하러 다녀오기, 원본 수령하러 다녀오기, 청첩장 샘플 같이 보고 의견 나누기, 청첩장 발주 넣기, 모바일 청첩장 정보 정리하기, 모바일 청첩장 세부 디자인 잡기, 부동산 임장 다니기, 여기에 설령 사랑이 희미해질까 억지로라도 데이트 일정 만들기…
이런 저런 이유로 예랑과 예신은 거의 매 주말 만나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무작정 내 감정을 덮어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면 이런 함께하는 시간을 모두 부정하고 싶을 만큼 블루였느냐, 물으면 그건 아니었다. 함께 너무나도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다가도 그와 만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면 매번 부정적인 생각이 치고 올라오는 것이었다.
이 사람이 맞을까?
진짜 내가 이 사람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하는
동화같은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 때면 집으로 돌아와서도 잠을 쉬이 이룰 수 없었다. 두 세시간의 끈질긴 고민 끝에 결론은 늘 ‘그래도 이 사람이다’하는 결론에 다다랐으므로 이 목적지 없는 부정적 감정을 어찌 해소할지 고민했다.
<네이버에 '메리지 블루'를 검색한 내용>
온라인에 메리지 블루를 검색하면 챗GPT를 돌려 작성한 듯한 의미없는 포스팅만 잔뜩 검색됐다.
또는 관련 상담을 진행하는 심리 센터가 나왔다. 심리 상담 센터에 갈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불안을 없애기 위해 검색만 속절없이 해야했다. 나와 같은 감정을 겪은 신부들의 글도 수차례 마주했다.
감정을 묵혀두고 한달 여간 고민한 끝에 결론은 상대방에게 털어놓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나의 감정을 혼자 가지고 있다, 괜히 표면적인 우울과 화만 바라보고 있는 짝꿍까지 지쳐버릴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 매리지 블루인가봐.
혹여 이 말이 상처가 될까 조심스레 건넸으나, 신랑은 담담하게 답했다.
나도 그래.
전혀 몰랐다. 그 역시 나와 동일하게 삶의 큰 부분이 바뀔 사람이며, 언제고 후회할 수 있는 결정의 장본인임을 나는 참으로도 나-중심적으로 사고하고 있었다.
맞아, 너도 결혼이 처음이지.
그 대답을 듣고 나니 이상하게도 많은 부분이 해소된 듯 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어떤 결정이든 올바른 결론으로 만들어가자고 말해주는 그의 확신과 결단을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나와 그는 자꾸만 대화를 통해 아주 자그마한 감정도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행인 걸까, 몇몇에게만 오는 줄 알았던 아주 연한 정도의 메리지 블루는 대부분의 예비 부부들이 스치듯 겪는 문제였다. 모두들 너무나 많은 것들을 결정했으니, 잠시 그 감정을 눌러두고 식장에 들어섰고 신혼여행에 가서야 그런 감정이 일부 해소됐다고 한다. 또 함께 살아가며 생기는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은 어쨌거나 둘이 감내하며 이겨내야 하는 일이라는 결론을 인정하며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다.
자, 이제 내가 실제 도움을 받았던 몇가지 행동 강령을 전수한다. 모든 예비 신혼 부부들 명심하소서.
결혼한 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하며, 상호에게 현실적인 기대를 정립한다.
대부분의 매리지 블루는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다. 그러므로 구체적으로 미래를 그릴수록 좋다.
대신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 & 절대 하지 않기를 바라는 바]를 명확하게 정리하고 이야기한다.
이 부분은 ONFO형 MBTI를 가진 사람에게 적합한 방식이다.
상대와 함께 휴양지로 떠나 함께 쉬는 모습, 오지로 떠나 힘든 여행을 떠난 모습, 상대를 닮은 아이를 낳아 마주한 모습, 금요일 퇴근 후 맛있는 음식을 함께 해먹는 모습 등을 그려본다.
이 외에도 내가 꿈꾸는 가족의 형태의 모습에 상대방을 대입해본다.
그 그림 속 나와 상대방이 온 마음을 다해 웃고 있다면 - 결혼은 지금으로서 최선의 결론임을 명심한다.
결혼을 하면 더 이상 철저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어렵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챙긴다.
결혼을 준비하며 연달아 중요한 결정을 해야하고, 정신없이 지나가는 일상에 압도되어 찾아온 부정적인 감정도 분명 있다. 꼭 혼자만의 시간을 억지로라도 일정에 잡아 챙겨본다.
위 방법으로도 쉬이 해소되지 않는 감정이라면
설령 지금 당장 상대와 끝이 난다 해도
후회가 없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는 요즘 코드 블루를 버드 블루(파랑새)로 바꾸려 부러 결혼 장려 영상과 책을 찾는다. 특히 도움이 된 것은, 결혼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는 콘텐츠보다는 알베르 카뮈가 이탈리아에 머무르며 쓴 글 <결혼, 여름>이었다.
결혼에 대한 구체적 조언 한자락 하지 않는 이 책에는 그저 삶과 사랑의 아름다움이 수려하게 담겨 있다. 아름다운 풍광을 묘사하고 그것이 얼마나 유한한 것이며 그럼으로 열심히 만끽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나아가는 아주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글들. 책을 펼쳐들때면 우리가 신혼여행으로 가기로 한 이탈리아의 어느 해변이 절로 그려진다. 나는 뜨겁게 달궈진 모래알 위에 자그마한 수영복을 입고 앉아 있다. 그가 말한 캐롭 나무의 냄새와 바닷바람이 날 스쳐가는 상상을 한다. 신기하게도 자연스러운 그 상상 속 프레임 안엔 늘 나의 신랑이 해맑게 웃고 있다. 그가 사랑하는 병 맥주를 들고 감탄을 하고 있다.
여전히 나는 매리지 블루를 지나고 있다.
이 여정은 내가 버진로드를 힘차게 걷고 나서야, 또는 신혼여행의 단꿈에서 벗어나고 나서야 끝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랑 코드 블루, 임시 소생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