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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선 Dec 22. 2021

팬데믹 캠핑

코로나 시대의 캠핑 밴쿠버

2019년 겨울, 중국 우한시에서 처음 발견, 보고되었던 ‘코로나 19’는 말 그대로 지구 전체 생명체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 놓았다. 처음에는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지역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유럽에서 걷잡을 수 없는 확산세를 보이더니, 결국 전 세계 곳곳을 침투해서 ‘팬데믹 (세계적인 역병)’으로 성장했고, 초기에 유행했던 ‘뉴노멀’이라는 단어의 저주처럼,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는 팬데믹 이전의 사회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신종플루 (H1N1)과 더불어 사스와 메르스를 이미 겪어왔던 세계였지만, 이 미지의 전염력을 가진 코로나 19에 대한 대응은 각 나라 정부마다 천양지차였고 그만큼 시행착오도 많았다. 캐나다의 경우, 특히 대규모 제조업이 없는 BC주에서는 2020년 3월까지는 공권력을 동원하기보다 개인 방역수칙 교육을 중심으로 한 미온적인 대처 만을 진행했었다. 그리고 서구 의학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호흡기 전염병 대응의 전례를 따라, 마스크 착용 의무보다는 거리 두기와 외부활동 제한에 더욱 초점을 둔 정책을 한동안 지속했었다.


출퇴근이나 식자재 쇼핑 등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활동 외에는 외부활동을 자제하도록 독려했었고, 그나마도 자발적으로 재택근무나 온라인 주문/배송을 전환하였기 때문에, 텅 빈 거리는 한동안 지속되었다. 하지만 시민들의 자율적인 개인 방역수칙 준수에 의지하는 캐나다 BC의 방역 정책은 곧 한계에 봉착해서, 2020년 3월 BC주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정부가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야외활동은 무기한 중지시켰는데, 주립공원 캠핑도 여기에 포함되었다.  


이렇게 주립공원 캠핑장이 폐쇄되면서 2020년 상반기 캠핑 예약은 전부 자동 취소되었기 때문에, 아쉽지만 정부 정책에 조응해서 그야말로 쥐 죽은 듯이 지내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몇 개월 후에, 캠핑 등 야외 레크리에이션 활동의 경우 코로나 전염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보다는 정신건강에 주는 도움이 더 크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오게 되면서, BC 주 주민들에 한해서 2020년 6월 1일부터 주립공원 캠핑장이, 6월 21일부터 토피노 그린포인트 캠핑장이 재개장하게 되었다.


코로나 시대 캠핑의 특징이라 한다면, 공공시설 (샤워실 등)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었고, 예약이 수십 배 더 힘들어진 것과 함께, 캠퍼들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젊어졌다는 걸 들 수 있겠다. 일단, 여름휴가 기간 동안 해외로 뛰쳐나가던 북미의 청춘들이, 코로나 때문에 하늘길이 막히게 되자 대신 집 주변 캠핑장으로 향하게 된 것이 크겠다. 게다가,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학교에 못 가게 된 아이들과 숨 막히는 신경전을 벌이게 되어, 일단은 애들 데리고 밖으로 나와야겠다고 작심하게 된 젊은 부부들의 생각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다 보니, 북미의 RV들은 없어서 못 팔거나 최소 3개월은 기다려야 수령을 할 수 있는 귀한 몸이 되었다. 당연히 가격도 천정부지로 솟았는데, 제조업체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자재 가격이 뛰어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포트코브’나 ‘앨리스 호수’의 전기 사이트들의 경우, 워낙 예약 잡기가 쉽지 않아서 보통 경쟁률이 떨어지는 주중 (화요일이나 수요일)부터 시작해서 일주일에서 2주를 쭉 예약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예전엔 80% 이상이 은퇴한 노인들인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이들의 경우 주중에 출근을 할 필요가 없으니 예약에 좀 더 여유로웠으리라.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이런 인기 사이트 캠퍼들 연령대가 대폭 낮아졌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포트코브’ 등 이동통신 데이터가 터지는 지역은, 재택근무가 가능하므로, 젊은 가족들이 캠핑을 와서는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른들은 RV 안에서 일을 하는 광경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 그리고.. 캠핑장에 들어온  RV들도 예전과는 달리 반짝반짝한 신형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그런저런 이유로, 2020년 한 해 동안에는 별달리 새로운 캠핑장을 발굴해 낼 수는 없었다. 그저 밴쿠버 주변에 있는 ‘골든이어즈’, ‘롤리 호수’, ‘해리슨 온천 마을’, ‘포트코브’ 등을 돌아가면서 이용했었다. 9월이 되어 휴가를 길게 가졌을 때는, 아주 당연스럽다는 듯이 또다시 토피노로 향했다. 5월에도 6월에도 토피노 캠핑 예약을 해두었지만 자동 취소가 되기도 했고, 또 여름 동안에는 지역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토피노라는 도시의 의료시스템이 과부하에 시달렸던 터라, 우리 쪽에서 예약 변경을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성수기가 지나면서 관광객이 줄어들자 자연스럽게 토피노 병원 역시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고, 우리가 그곳에서 캠핑을 하는 동안에는 다시 평온한 바다 마을로 돌아와 있었다. 캠핑 내내 날씨가 안좋아서 섭섭하긴 했지만, 그 나름의 정경을 즐기기는 충분했다. 코로나 대응의 일환으로 공용 샤워실을 폐쇄하고 있어서, 별도의 샤워 부스용 텐트를 장만해서 가져가야 하기도 했다.

왼쪽에서 부터 각각 '앨리스 호수', '골든이어즈', '포트코브' 캠핑장


2020 토피노


2020~2021년 겨울 동안 또다시 코로나 2차 유행이 시작되면서, 국립공원과 주립공원 캠핑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는 도무지 예상할 수 없었다. 보통 1월이 되면 국립공원 캠핑장 예약을 시작했었는데, 2021년에는 4월이 되어서야 예약을 시작하겠다는 공지 외에는 그야말로 감감무소식. 국립공원 관리공단 홈페이지를 매일매일 방문하면서 초조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감염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의료진들의 피로는 한계에 도달했고,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의 뉴스를 보면서, 이렇게 놀러 갈 궁리만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참 철딱서니 없다는 생각에 자괴감도 들었지만, 당장 나로서는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최대한 평범한 삶을 사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기도 했다.  


4월이 되면서, 국립공원 캠핑장을 다시 개장하겠다는 계획이 나왔고, 2021년 4월 6일부터 여러 캠핑장을 하루하루 순차적으로 예약을 받는다는 공지가 떴다. 말하자면, 벤프는 4월 8일, 토피노는 4월 7일 이런 식으로 나눠서 캠핑장 예약을 받았다. 하지만, 주 경계를 넘어 다른 주로 여행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주 정부 방역지침에 따르자니, 벤프나 자스퍼와 같은 앨버타 주로 캠핑 여행을 가는 건 꺼려졌다. 마침 작년 (2020년)에 새로 개장한 ‘레벨스톡 (Revelstoke)’ 국립공원 캠핑장에 대한 좋은 리뷰들이 많아서, 이번 여름에는 록키의 분위기를 BC주에서 그나마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레벨스톡’으로 가보기로 했다. 단단히 준비하고 나서, 4월 6일 첫날에 예약을 하기 위해 사이트 오픈 정시 (8시)에 접속을 했는데… 짜잔.. 내 앞으로 2만 몇천 명이 먼저 대기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미리 예정해 둔 날짜나 사이트로 갈 수 있다는 보장은 전혀 없는 터여서, 일단 내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 가서 날짜와 사이트를 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6월과 9월 모두 극. 최. 성수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사이트 메뚜기를 하지 않고 계속 한 사이트에 머물 수 있도록 예약할 수 있었다. 이후 9월에 토피노 그린포인트 캠핑장에 갔을 때, 체크인을 도와주던 국립공원 직원이 깜짝 놀라면서, 도대체 예약할 때 몇 번째로 대기를 했길래 이렇게 7박 8일을 온전하게 한 사이트로 머물도록 예약할 수 있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뭐.. 무엇보다.. 출근하고도 이런 짓거리를 할 수 있도록 비교적 시간이 여유로운 직장에 다니게 된 덕이 크긴 했지만…


겨울 동안 도무지 잦아들 것처럼 보이지 않던 2 유행은 각종 변종들이 추가적으로 극성을 부리면서 더 악화되었고, 4 중순이 되자 BC 보건당국은 3 유행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보건청 관할 지역 밖으로의 여행을 제한했다. 비록 ‘레벨스톡 BC주에 있는 도시이긴 했지만,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보건청 관할이 아니었기 때문에  가게  가능성이 높아졌다. 델타 변이로 상황은 점점 심각해져 가고 그에 맞춰 보건당국 정책도 시시각각 바뀌어 가느라 뭔가 계획을 잡는 것이 힘들어져 갔지만, 적어도 휴가 계획 잡기가 어렵다는  따위로 불평을 하거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더운 여름 집에 갇혀 휴가를 보내기는 싫었던지, 예약비를 날리는  감수하고 휴가 일정에 맞춰 ‘롤리 호수캠핑장과 ‘앨리스 호수캠핑장에 각각 중복예약을 해두었다. 여행 제한이  확장되는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었다.


곧이어, 고위험자 군과 노령인구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5월 하순경 BC주 재개방 4단계 계획 (BC Restart Plan https://www2.gov.bc.ca/gov/content/covid-19/translation/ko/restart)이 발표되었다. 당시에도 아직 일일 확진자 수는 무시 못 할 수치였지만, 7일간 평균값의 변동 성향과 수학적 예측모델을 바탕으로 하는 조건별 제한 해제 계획이었다. 예를 들어, ‘성인의 1차 백신 접종률이 65% 이상이고, 일일 확진자 수나 중증환자 수가 줄어들게 되면 2단계 (다른 주로 여행 제한 해제 포함)로 진입할 수 있다’는 식의 계획이었다. 발표를 들을 때만 해도 과연 이런 일들이 가능할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지만, 백신 접종이 크게 역할을 하면서 전반적인 상황이 놀랍도록 진정되는 걸 보고, 감염병 전문가와 수학 전문가들의 능력에 크게 감탄하게 되었다. 그리고, 6월 말 여름휴가를 갈 즈음에는 모든 국내 여행 제한은 해제되어서 별 부담 없이 레벨스톡으로 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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