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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Jul 29. 2021

긴 여정의 시작

2021년 4월 13일 (화) / 1일차

2021413, 화요일 (1일차)  긴 여정의 시작


  군산 완도(실버클라우드호) 제주항

     칠돈가(저녁)_ 흑돼지 한 상(★★★★) 서귀포 켄싱턴리조트     


 Nothing Better

 흑돼지 한 점을 들고 한라산 한 잔을 걸치며 온 가족 무사히

 제주 입성을 자축하는 식당에서 든 생각이다.

 긴 여정의 시작. 설렘과 두려움 반반. 게다가 아직 보호가 많이 필요한

 두 아이와 함께. 우리, 잘 해낼 수 있을까?      

 흔쾌히 긴 여정에 동참해준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한 달 남짓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가는 그 날까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기로 기원해본다.


Nothing better


 드디어 떠나는 첫 날. 고향집에서 두둑하게 

 네 가족 모두 배를 채우고 출발했다.  

 서울에서 완도까지 고향집 군산이 

 딱 절반 거리여서 23일간 머물다 떠났다.

 두동강 난 작은 반도라지만 

 그래도 북단에서 남단까지 차편으로 반나절이다.

 

 아이들이 그 시간을 견뎌 이동하고

 또 배를 타기에는 체력이 많이 소요되기에

 군산 집을 중간 기착지로 정한 건 좋은 선택이었다

 부모님과 아이들을 위해서도.

 

 그렇게 완도에 도착해 생전 처음

 배편에 내 차를 실었다.       

 완도에서 제주도에 들어가는 실버클라우드호.

 내겐 타이타닉에 버금가는 크기다.

 무려 4층 높이의 차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넓이만 축구장 2개 사이즈 정도다.

 

 게다가 코로나시국에 아이들을 데려가는

 1등실 퀄리티는 아주 훌륭했다.

 아늑한 방 사이즈에 2층침대, TV, 

 냉장고까지 퍼펙트한 옵션이다.

 게다가 배 안에는 안마의자, 오락실

 키즈카페, 애견놀이터까지 없는 게 없다.


⚓ 실버클라우드호        - 요금 (K3차량 118,110원 / 1등실(2인) 94,600원 / 3등실 28,500원 / 24개월미만 무료)


 출발 1시간 반 전부터 차량 선적이 가능하며, 객실에는 30분 전에 탑승한다.

 , 출항 시간이 오후 3시라 늦은 편. 2시간 40분 걸려 제주에 도착하면

 기다리는 시간까지 6시는 넘어야 차를 타고 나올 수 있다.

 내리면 러시아워 시간대인 것도 고려해  

 미리미리 제주항 근처에 저녁식사가 가능한 곳을 찾는 게 좋다.      

 우리는 저녁시간대인 점을 고려.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후보군을 찾다가

 제주공항 인근의 칠돈가(흑돼지 전문체인점)에서 흑돼지 삼겹살을 구웠다.

 점심도 대충 빵으로 해결한 터라 아이들도 배가 고팠는지 주는대로 잘 먹었고,

 배부르게 한 상을 먹고 또 밤의 한라산을 너머 서귀포로 내리 달렸다.

 첫날부터 나씽 베러. 어디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으랴.



 우리가 한 달간 지낼 숙소는 지인에게 빌린 

 임시숙소로 정했다.  오랫동안 비워놓았던 곳이라

 청소를 못한 탓에 첫날 숙소는 인근 콘도로 예약했고,

 아내는 아이가 잘 때 집에 들러 짐 정리와 청소를 하고

 오기로 했다. 하루종일 쉬지 않고 이동했던 터라

 피곤할 법도 한데 아내는 밤늦게 집 좀 정리하겠다고 갔다.


 어쨌든 제주 도착 첫 날. 9시 넘은 시간에 

 숙소에 도착했고 차에서 잠이 든

 두 아이들을 데리고 눕혔다

 겨우 잠이 들고 숨 좀 돌리려던 찰나 

 첫째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울음보가 터져 버렸다

 설 잠이 들었는지 울기 시작하더니 

 집에 가겠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고

 둘째도 덩달아 큰 소리로 울어 젖힌다.

 

 엄마를 찾는데 엄마는 없고

 아이들을 달랠 수단을 찾아 갖가지 수단으로 달래봤지만

 무려 1시간 가까이를 울어 젖히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다


 결국 피곤에 절은 나도

 아이들에게 무섭게 소리를 질렀다

 물론 소용없는 걸 알고 뒤늦게 후회했다.

 아이들도 이곳이 낯설고 무서울텐데...

 아빠랍시고 제대로 달래주지도 못하는 

 내 모습을 원망하기도 하며.

 엄마가 올 때까지 겨우 버텨냈다.   

   

 제주의 첫날밤은. 그렇게 힘겹게 버텼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시간들에 

 얼른 적응해야 될텐데..


 이러다 며칠 못 버티고 

 집에 돌아가야 될 상황이 되면 어떨까하는 우려와 함께.

 우리는 한 달을 굳이 버텨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돌아가는 배편을 끊지 않았다


 그 의지가 후회로 남지 않기를 빌어본다.



  여명은 생의 신비다. 밤이 걸어오고 다시 태양이 밝아오면

     오늘 하루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짐을 진 발걸음은 무겁고 느리지만

     이 삶의 무게에 사랑이 있고 희망이 있다면

     기꺼이 그것을 감내할 힘이 생겨나느니


  나는 하루 하루 살아왔다

     감동하고 감사하고 감내하며

 

     - 하루 (박노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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