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5일 (목) / 3일차
2021년 4월 15일, 목요일 (3일차) 과거의 영광 & 현재의 번영
강정 아파트 → 에이보우트 모닝커피 & 다정이네 김밥 (★★★★)
→ 중문 더 클리프 → 허니문하우스 → 서귀포 중앙도서관 → 농협 초밥
→ 당근마켓(뽀로로 소방서&타요카트 구입) → 강정 아파트
예음이가 이른 시각 눈을 떴다. 7시 반이면 어김없이 엄마 아빠를 걷어차는데
그 귀여운 채임에 힘이 상당히 실렸다. 귀여움이 상당해 안 일어나곤 못 배기겠다.
오늘도 느즈막히 아이들 아침을 먹이고 채비해 나가니 11시다.
앞으로 11시를 기점으로 우리의 한달 살이 여행이 시작될 듯 하다.
이곳에서 만큼은 서두르지 말고, 살이는 살이 나름으로 즐겨야지.
오늘은 중문으로 향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시원한 바다 풍경과 한라산 정상의
늠름함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가는 길목에 있던 아프리카 박물관은 입장료도 비싸고
벌레를 무서워하는 지음이에게 굳이 무리해서 데려갈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작년 이맘쯤 다운이네와 함께 왔던 중문색달 해수욕장이 멋지게 내려다보이는
더 클리프 카페로 향했다. 작년 여행때는 여유가 없어 풍경만 접수하고 왔는데
오늘은 너른 잔디밭에서 비누방울도 불고 여유 있게 주변을 산책했다.
이곳은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이 북적이는 인스타 핫플레이스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날이었다.
아빠는 연을 날리고,
아이들은 연을 뒤쫓는다.
엄마는 비누방울을 불고,
아이들은 방울을 터뜨린다.
새침떼기 막내는 생전부지의 풍경에
어쩔 줄 모르고,
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얼굴엔
걱정꽃 웃음꽃이 핀다.
세상 모든 게 낯설고 설레는 나이.
아이들을 보는 아빠 엄마는
네 어린 시절이 부럽기만 하다.
중문으로 가는 길목에 씨에스 호텔이라는 멋진 호텔이 있다.
우리의 신혼여행지였던 모리셔스 앙사나 리조트와 사뭇 비슷한 느낌이었다.
멋드러진 제주 전통 한옥에서 평생 한번쯤은 묵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문에 위치한 씨에스 호텔은 최신식으로 현재의 번영이 담긴 곳이라면,
서귀포시 인근에 위치한 허니문하우스는 과거의 영광이 스며있는 곳이었다.
한때 많은 신혼부부의 추억이 담겨있는 무궁화 5성급 고급 호텔이
그 흔적을 그대로 남긴 채 카페로 변신해 있었다.
씨에스 호텔과 허니문 하우스.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번영이 숨쉬는 곳.
두 곳은 다르면서도 좀 닮은 부분이 있었다.
세상 모든 시인들의 마음에 절로 아름다운 시구 하나 정도는 만들고 싶어지는 곳.
제주살이 사흘 만에 제주의 그림 같은 풍경에 그만 빠져들고 말았다.
제주 올레길 6코스는
서귀포 남쪽 바다를 파노라마 배경으로
한라산을 병풍 삼아
천지연 폭포와 쇠소깍, 허니문하우스와
소라의 성, 이중섭 화백이 반한 작가의 길이
펼쳐지는 제주에서 걷기에 가장 아름다운 길이 아닐까 싶다.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아내와 아이들과 꼭 한 번 걸어봐야겠다.
서귀포 시가지와 중문 사이. 말많은 강정에 둥지를 틀었다.
위치가 워낙 핫플이라, 잠깐 커피 마시러 내달리는 길. 곳곳이 절경이다.
산해진미가 뛰어난 풍경 맛집일세~
뜻하지 않게 매일매일이 목적지 없는 여행이 됐다.
물론 나이가 들고 식솔이 생기니 피로가 갑절이긴 하지만.
아이고, 삭신이야~~~ :)
제주에 와서 이렇게 밝게 웃는 모습은 처음이다.
아직은 때 묻지 않은 순박한 아이들은 행복한 표정을 숨길 수 없다.
엄마는 그 표정 하나하나 담느라 바쁘다.
이 작품에 어울릴만한 멋진 시구를 찾지 못했다.
<표정의 무제>라 지으련다.
오늘 하루 꽤 많이 걸었다. 오랜만에 보행이 과했는지 삭신이 쑤시지만
제주에 금세 적응한 아이들의 웃는 모습이 그려져 절로 행복해졌다.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하고 제주에 온 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아이들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시간들은 또 돌아오지 않는다.
언제 이렇게 손 붙잡고 이 좋은 곳을 걸어볼까.
저녁 무렵, 당근마켓에서 아이들에게 줄 멋진 선물을 거래했다.
뽀로로 소방서와 타요 카트 세트를 3만원에 구입한 것.
장난감은 책처럼 대여하기가 어려워 혹여나 아이들이 집에 있을 시간들을 생각해
한달간 갖고 놀 장난감으로는 충분했다.
지음이는 장난감 가게에 가도 뭘 사달라고 조르지 않는다. 게다가 아이들은
어떤 장난감이라도 오래 갖고 노는 성격은 아니라 금방 싫증내기에
중고라도 상태만 괜찮으면 한달은 무난하겠다 싶었다.
집밖을 나서면 펼쳐지는 흔한 바다 풍경과
전국 어디에서나 융통성이 넘치는 책이음카드와 당근마켓 거래는
이 곳 제주에서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한다.
책은 책이음카드로. 장난감은 당근마켓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