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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Jul 29. 2021

낯선 모든 것의 포비아

2021년 4월 14일 (수) / 2일차

2021년 4월 14수요일 (2일차)  낯선 모든 것의 포비아 


  서귀포 켄싱턴리조트 → 안거리밖거리 (★★★★→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  

  → 새연교 새섬 → 이마트 초밥 (★★→ 강정 아파트      


 눈부신 햇살에 창밖 저 멀리 한라산 정상이 선명하게 펼쳐진다

 제주도에 촬영차 몇 번 오긴 했지만 이렇게 선명하게 정상까지 보인 건 드물었다.

 아이들은 간밤에 집에 가겠다고 울던 기억은 어디로 갔는지 

 햇반과 소시지를 맛나게 먹고 나가서 놀 생각에 들떴다.       

 이제부터 제주 삼시세끼를 걱정할 때인가어른들은 간단히 빵과 커피로 

 아침을 때운다지만 끼니량이 많지 않은 아이들은 꼬박 세끼를 챙겨야 한다

 실컷 운동하고 나면 배가 고프니 밥을 찾지 않을까 기대도 해본다.       

 짧은 휴가라면 하루 일정이 아까워 돌아다니기에 바쁘겠지만 오늘은 

 우리가 머물 숙소도 정리해야 되고느긋하게 인근을 돌아보기로 했다

 아이들도 낯선 곳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하고

 당장 내일의 걱정도 없고여유가 생기니 마음은 편안하다



 아침을 먹고 리조트에 있는 산책로를 걸었다이 좋은 풍경에 지음이는 벌레가 무서워

 꼭 안겨 떨어질 줄 모른다낯선 곳에서 밤도 무서워벌레도 무서워배 타는 것도 

 무서워세상 무서운 것 투성이인 지음이에게 나는 어떤 바람막이 될 수 있을까

 반면아직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예음이는 천방지축 나이다

 다른 듯 닮은 자매떼 쓰는 건 어딜 내놔도 일등이다

 

 리조트를 걷다 보니 관상용 붕어를 키우는 곳이 있다아이들에게는 물고기 밥 주는

 게 최고의 낙일 듯싶어 물고기 밥을 샀다그렇게 30분간 쭈그려 앉아 

 물고기 밥을 주는 지음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다른 듯 닮은 자매 ;; 세상 무서울 게 없는 3살과 조금씩 알아가는 5살


 어릴 적 아버지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늘 무뚝뚝했다가족들과 여행을 가도 친절하지 않아다

 오히려 무관심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다

 옛날 아버지들은 왜 그랬을까조금의 관심과 배려는 더 나은 추억을 만들었을텐데.

 오히려그때 아빠가 더 외로웠는지 모르겠다

 아버지의 부모가 대했던 모습이 오히려 자녀들을 대하는 태도로 이어졌을지도

 가족의 홀대는 홀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바쁘고 여유가 없었던 시절이기에.     

 지음이의 벌레 포비아는 꽤 심각하다작은 날파리까지 무서워한다

 차에 작은 날파리가 들어오면 기겁을 하고 울어 젖힌다울음이 참 가볍다

 아내와 나는 애써 달래보지만 소용이 없었다벌레가 기겁해 나갈때까지.

 나는 언니가 돼서또 작은 벌레 따위가 뭐가 무섭냐고 쉽게 얘기했다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는 다섯 살 아이에게 세상은 낯설고 두려웠을텐데...

 우리가 살아온 40년의 삶이 어찌 5년배기에 비길 수 있으랴


안거리밖거리 ;; 아이의 울음에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세상을 모르는 아이의 눈에는 벌레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대상이 될 수 있다

 적어도 그렇다면아이의 두려움마저 감싸줄 수 있는 부모가 되야 하는데

 나도 아내도 부모가 처음이라 아직은 부족하고모자라기만 하다


서귀포 기적의 도서관 : 책이음 카드의 기적


 서귀포에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예쁘고 아담한 도서관이 있다

 책이음 카드는 전국 어디서나 책을 무료로 빌릴 수 있는 기적의 카드다

 제주에서 만큼은 어린이집을 못 보내니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혀야겠다는 일념으로

 도서관 투어를 할 예정이다두 장으로 열 권의 책을 빌렸다

 한 달이면 최소한 300권은 읽힐 수 있겠지... 부모 욕심이다     

 도서관을 나와 날이 너무 좋아 가까운 바다로 향했다

 기분 좋게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니 나폴리 항구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항구에 멋들어지게 정박된 배빛나는 바다 물결이 오후 햇살에 눈부시게 빛났다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 이곳은 새섬과 연결되어 있는 새연교다

 풍경 욕심이 과한 나는 이 순간들을 영원히 박제해두고 싶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잊지 못할 풍경의 하나로 말이다


박제된 풍경 (2021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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