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3일 (목) / 31일 차
2021년 5월 13일, 목요일 (31일차) 천진난만한 풍경
강정 숙소 → 카페 준 (뷰 맛집 ★★★★) → 천지연 폭포
→ 청초밭 → 구두미 연탄구이 → 강정 숙소
여유로운 오전이다.
간밤에 일기를 썼던 곳에 다시 왔다.
깜깜한 밤에는 주변의 가로등 불빛 밖에 안 보였는데
낮에 오니 천지연 폭포 인근 숲도 멋졌다.
아내와 이 뷰를 볼 수 있는 언덕에 올라갔다.
<카페 준>
서귀포 앞바다와 천지연 입구가
바라다보이는 멋진 뷰의 카페가 있었다.
둘째는 선선한 바람에 잠들었고,
커피 맛은 각성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모처럼 여유로운 엄빠의 시간이다.
아이들 아침을 먹이고
빨래 한 판을 돌리고 나오면 늘 11시다.
둘째는 늘 차에서 잠이 든다.
그 사이 첫째에게 간식을 쥐어주면 조용하다.
우리 한 달의 반복되는 아침 일과다.
둘째 덕에 모닝커피 타임이 모처럼 여유롭다.
그리고 혼자서도 잘 먹고 잘 노는 다섯 살 어린이.
기특하다.
제주에서 잘 버틸 수 있는 이유도
지음이가 잘 도와준 덕분이다.
제주의 일기예보는 믿기 어렵다.
변화무쌍한 날씨와 곳곳이 다른 국지성 날씨 때문에
기상 예측관들도 고생 많이 하겠다 싶다.
이번주는 내내 비가 오거나 흐리다는 예보였는데도
오늘은 구름 몇 점 없는 아주 화창한 날씨다.
이런 날 마라도에 갔어도 좋았을텐데...
서귀포의 5월은 그렇게 덥지도 않고,
바람도 선선하니 여행하기 최적의 날씨다.
6월부터는 비도 많이 오고 습해져
여름나기는 조금 힘들다고 한다.
시원하게 폭포수가 쏟아진다.
천지연 폭포는 약 20년 전 고등학교 시절,
제주도 수학여행 때 이후로 처음 와봤다.
폭포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었던
어렴풋한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늙어가는데 자연은 늘 그대로다.
아이들도 지금의 천지연 폭포를 추억하며
다시 방문했을 때 이런 느낌일까.
오랜 싱그러움을 간직한 원시림이며.
나무숲 사이로 비추는 햇살들이며.
엄마와 함께 찍은 이 사진 하나로
지금을 추억하길...
하루하루가 낯선 풍경이다.
태양은 숲에 둘러 싸였고,
섬은 구름 빔을 맞았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제주는 이런 선물같은 날씨를 안겨준다.
제주에 산다면 일주일에 한 번쯤은
정기적으로 오고 싶은 곳이 있다.
동물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교감할 수 있고,
먹이주기도 무한대로 가능하며
입장료까지 저렴한 청초밭이다.
개인농장인데 꽤 넓은 부지를 안고 있다.
이 곳에서 자란 가축들은 정말 건강할 것만 같고,
아이들이 이렇게 가깝게 자연을
느낄 수 있다면 아이들의 인성도
푸근하게 자랄 것만 같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
자매가 사이좋게 동물에게 먹이 주고 뛰놀고.
상상하기만 해도 좋은 이 천진난만한 풍경을 계속 보고 있다.
서울 근교에도 이런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돌아가면 주말농장을 물색해 봐야겠다.
마지막 목요일. 선물 같은 날씨.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
삼박자가 오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제주살이 끝마중의 아쉬움을 달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