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엔딩 씬은 평범한 게 좋다!
2021년 5월 20일 (목) / 38일 차
2021년 5월 20일, 목요일 (38일 차) 아디오스! 제주!
강정 숙소 → 제주항 → 실버클라우드호 → 완도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제주항까지는 숙소에서 차로 1시간 남짓.
새벽부터 비가 내리니 배 시간에 맞춰 가려면
예정시간보다 일찍 출발해야 한다.
비 오는 날 아이를 데리고 배를 타는 건 정말 비추!!!
배 안에 차를 대고, 객실까지 이동하려면
비 가림막 하나 없는 4층 높이의 임시 계단을 내려와
다시 탑승구로 승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아내는 비행 편으로 어린 둘째와 올라가기로 해서
지음이와 둘이 배에 올랐고
우리는 1등실이 아닌 3등실 객실을 예매했다.
코로나19로 객실에 머물면 위험할 듯해서
제주에 오던 날 머물던 키즈룸에서
머물기로 했다.
다행히 키즈룸에는
아무도 머물지 않았고,
편히 완도까지 올 수 있었다.
아디오스! 제주!! 제주를 떠나는
첫째의 뒷모습이 애잔하다.
흐린 날씨가 우리 마음을 대변하듯
촉촉하게 대지를 적신다.
전날까지 후회 없이
제주의 방방곡곡을 누볐기에
아쉬움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떠나는 이는 늘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아쉬움이란 이런 걸까.
2021년 봄은 그 어느 해보다 따뜻했다.
아이들과 우리의 추억의 온도는
체감온도를 훨씬 웃돌았다.
제주에 도착한 첫 날 먹었던 흑돼지와
한라산 소주 맛이 아련하게 맴돈다.
제주에 있었던 지난 희로애락이
모두 달콤하게 기억 속에 저장된다.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그리움의 맛이다.
인생의 모든 막들의 엔딩 씬은
화려하지 않은 게 좋다.
소박하지만, 그 안에 인생사가
멋들어지게 들어간 작품을 좋아한다.
우리의 제주살이 서른 여덟날이 그랬다.
사치스럽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은.
모든 것들에 모든 관계들에 만족한다.
덕분에 행복했다.
Thanks to. 승애, 지음, 예음, 그리고 나!
우리 :) 서귀포 환상곡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