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12-1화 인연의 시작

1화. 나는 김대성 그리고 인연의 시작

by 해어화

나는 5학년 1반 김대성이다.

대성이라는 이름은 큰대! 성공할 성! 한자를 쓰며 뜻을 풀이하면 크게 성공하라는 뜻이다.

부모님은 나의 이름을 멋지게 지어주셨지만

작년, 내가 4학년 때 이혼하셨다.

나에게 부모님의 이혼은 충격이었지만 두 분은 내가 상처 받지 않도록 이혼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주셨고 그 설명을 반쯤 알아들었던 것 같다. 아니, 그땐 부모님의 이혼을 이해했다기 보다는 그냥 받아들였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부모님이 한집에서 함께 살지 않는다는 것과 엄마도 일을 하신다는 것이 속상했지만, 주말마다 아빠를 만났고 우리 부모님은 내가 상처 받지 않도록 본인들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셨다.

엄마 집과 아빠 집! '나는 집이 두 개다'라며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다시 한 집에서 행복하게 생활하게 되었다.

신비하면서도 놀라운 그 일을 겪게 된 이후로.



드디어 방학을 한다.

학교에 오면 친구들을 만나고 같이 놀 수 있어서 좋지만 학교생활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점은 방학이 있다는 것이다.

늦잠도 실컷 잘 수 있고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TV와 유튜브도 실컷 보고 엄마, 아빠와 계곡이나 바다로 물놀이도 가기 때문이다.

물론 따로따로라 두 번 놀러 간다는 점도 나쁘지는 않다.

방학이라도 학교 대신 학원은 다니겠지만...

난 어차피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아이라.


'방학식날인데 오늘은 방학 기념으로 실컷 놀자!'

난 영화 주인공처럼 폼을 잡으며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했다.

"엄마, 오늘 방학식이라 일찍 마쳤는데 친구들이랑 자전거 타도 되죠?"

"그래. 안전하게 헬멧 쓰고. 조심해서 타. 찻길에서는 타면 안 돼. 너무 늦지 말고."

직장을 다니시는 엄마는 5학년인 내가 아직 1학년인 줄 아는지 잔소리가 많으시다.

"아싸~ 오늘은 내 세상이다."

통화를 듣고 있던 나의 단짝 친구인 현수는 집으로 뛰어가며 외쳤다.

"좋아. 공원 놀이터 앞에서 12시에 만나."

나는 집으로 가 자전거를 타고 놀이터로 달렸다.

자전거용 헬멧은 쓰지 않았다.

날씨도 더운데 헬멧을 쓰면 더워서 짜증이 난다.

저학년처럼 헬멧을 쓰는 것도 쪽 팔리고.


바람을 가르며 현수와 나는 자전거를 탔다.

"우리 자전거 타고 바닷가까지 가볼까?"

"바닷가까지? 30~40분은 가야 하는데 멀지 않아?"

"괜찮아. 오늘은 학원도 쉬는 날이고 시간 많아."

"넌 헬멧도 안 썼잖아. 위험할 수 있어."

"난 그런 거 안 써도 괜찮거든. 잘 타니까!"

"널 너무 믿는 거 아냐? 에이 모르겠다. 네 말대로 별일 있겠냐? 바닷가까지 가보자."

그렇게 우리는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탔다.

다행히 낮인 데다 유명 해수욕장이 아니어서 지나가는 차가 많지는 않았다.



바닷가 앞에 거의 도착했을 때 편의점 옆 골목에서 차가 나왔다.

"대성아. 차조심!"

현수의 외침에 나는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익~~~

자동차도 나를 보았는지 브레이크를 밟았고 다행히 부딪히진 않았다.

급브레이크로 인해 나는 자전거와 함께 옆으로 넘어졌다.

"아이씨, 다 와서..."

"얘, 안 다쳤니?"

자동차에서 운전하던 아저씨가 급히 나오더니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네. 안 다쳤어요."

"조심해야지. 헬멧도 안 쓰고. 사고 나면 어쩌려고 그래. 진짜 괜찮아?"

"네. 괜찮아요."

아저씨는 나를 이리저리 살피고는 자전거를 세워주셨다. 그리고 자동차 뒤로 가더니 트렁크를 열어 무언가를 찾았다.

"역시 여기에 두길 잘했네."

아저씨는 학생용 헬멧을 주시며 그걸 쓰라고 했고 나는 집에 헬멧이 있다고 거절했다.

솔직히 남이 쓰던 것이고 촌스러운 빨간색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받기 싫었다.

"너, 이거 안 쓰면 아저씨가 너희 부모님에게 전화할 거야. 어이~ 친구야. 얘네 집 전화번호 알지?"

"네..."

옆에서 지켜보던 현수는

'너희 어머니 아시면 우리 둘 다 죽음인 거 알지?' 라는 눈빛을 보내며 대답했다.

"네. 쓸게요. 됐죠?"

나는 아저씨가 보는 앞에서 헬멧을 썼다.

그제야 아저씨는 안심이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혹시나 몸에 이상이 있음 전화하라며 명함을 주고 차에 올라타셨다.

"둘 다 정말 조심해서 타. 헬멧 꼭 쓰고!

목숨은 하나야. 내 말 명심해.

그렇지 않으면 또 사고 날 거야.

그땐 후회해도 소용없어."

아저씨는 걱정해 주는 것 같기도 하고 겁을 주는 것 같기도 한 말을 하고는 차의 창문을 올렸다.

우리는 '네~네~'라고 대답하며 자전거에 올라탔다.

나는 명함을 보지도 않고 그냥 주머니 속에 넣었다.



바닷가에 도착하여 탁 트인 바다를 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와, 바다다. 스트레스가 확 날아가네."

"뭔 스트레스? 너도 스트레스가 있냐?"

"농담하냐? 스트레스 없는 사람이 있냐? 나도 스트레스 받는 거 많아."

"예를 들면?"

"일어나라, 씻어라, 밥 먹어라, 양치는 했냐? 머리 좀 감아라, 양말은 세탁바구니에 넣어라. 정리 좀 해라 등등..."

"에이~ 그건 네가 게을러서 듣는 말이고."

"내가 봐도 난 게으르지. 그건 인정! 난 딱 놀고먹는 스타~일인데..."

"너희 집에선 공부해라, 숙제해라, 휴대폰 그만해라! 그런 소린 안 하냐?"

"안 하긴 당근 하지. 그런 건 다했다고 하면 되고 휴대폰은 안 하고 있다가 부모님이 자면 몰래하면 되거든."

"대단한 대성이 나셨네. 매번 잔머리 굴린다고 스트레스 받는구만!"

"그러는 넌 안 그러냐?"

"난 너 정도는 아니다. 너에 비하면 부지런하지. 그리고 거짓말은 안 해. 난!"

"잘났다. 정현수!"

"그런데 아까 그 아저씨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다정하고 친절한 것 같은데 뭔가 느낌이 싸~하니 좀 그랬어."

"내가 사고 날 뻔했는데 네가 더 놀랬나 보네. 겁보!"

"겁보는 심하다. 자동차를 보고 알려준 게 나거든. 생명의 은인에게."

"미안. 겁보는 취소. 아까 고마웠어."

우리는 바닷가 앞 분식집에서 어묵을 사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전거에서 넘어져서인지 자전거를 많이 타서인지 하여튼 온 몸이 뻐근했다.

그래도 괜찮다. 방학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