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12-4화 일월의 꿈

by 해어화
일월의 꿈

1월. 검은 소나무와 하얀 두루미, 붉은 해가 그려진 문이 보였다.

하얀 두루미는 내 손바닥의 열쇠를 주둥이로 물었고 그러자 문이 열렸다.

나는 얼음 그 자체였다.

"정신 차려! 12개의 문을 순서대로 열고 닫으며 지나가야 해.

외할머니께서 그 문을 쉽게 찾으라고 그림 마법을 각각의 문에 걸어두셨어."

"여기가 첫 번째 꿈속이야?

솔직히 내가 머리가 나빠서인지 머리를 다쳐서인지 모르겠지만 이해가 안 돼."

"뭐가?"

"열쇠의 의미를 어떻게 찾는지. 두 번째 열쇠는 또 어떻게 얻어야 하는지."

"난 더 말할 게 없어. 난 감시자이지 도우미가 아니거든."

감시사는 냉정하게 말하고는 앞장서서 걸어갔다



눈앞에 병원이 보였다.

병원에 들어가 보니 산부인과인지 배가 부른 아줌마들이 많았다.

그때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엄마?'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무작정 뒤따라갔다.

"양수는 이미 터졌고 문이 5cm 정도 열렸어요."

"제법 진행되었네요. 얼른 분만실로 옮기세요."

간호사와 의사가 주고받는 대화를 듣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의 팔을 덥석 잡았다.

"학생, 나 좀 도와줘."

아빠였다. 젊은 모습의 아빠!


"여보, 조금만 더 힘내."

"배가 너무 아파요. 서있지도 못하겠어요."

엄마는 불룩한 배를 움켜잡고 있었고 허리를 펴지 못하고 있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에서는 엄청난 통증을 참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얼떨결에 나는 엄마의 팔을 내 어깨 위로 넘기고 아빠와 부축을 해서 분만실 앞으로 갔다.

"학생, 고마워. 첫아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네."

"아, 네."

나는 젊은 아빠를 신기하듯 쳐다보며 대답했다.

아빠는 무척이나 긴장되고 떨리는지 가만히 앉아있지를 못했다.

한참 뒤 작은 흐느낌 같은 소리가 들렸다.

"아버님, 3.4kg의 건강한 아들이에요. 산모님도 괜찮으세요."

간호사의 기쁜 소식과 함께 아빠는 병원이 떠나갈 듯 외쳤다.

"와~~~ 감사합니다. 아들! 내 아들이 태어났다!"

'아빠가 저렇게 좋아하셨구나!'

아빠의 모습을 보며 갑자기 나까지 울컥해졌다.


"맞아. 1월의 그림은 "소식"을 의미해. 그럼 열쇠의 의미는 내가 태어난 소식인가?"

말이 떨어지자마자 머리 정수리 쪽이 따뜻해졌다. 머리 밑을 만져보니 구멍 하나가 닫혀있었다.

"찾았다. 찾았어. 열쇠의 의미를!"

그리고 내 눈앞에 새로운 열쇠가 나타났다.



"두 번째 문으로 안 갈 거야?"

갑자기 나타난 감시자가 말했다.

"어디 있었어?"

"네가 잘 보이는 곳."

"넌 뭘 감시하는 거야?"

"너! 네가 너의 삶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게 감시하는 거야. 안 그럼 이승의 삶이 틀어지거든."

"그렇구나. 그럼 너도 날 보호해주는 거네."

"보호는! 감시야. 난 너의 감시자라고!"

감시자는 쌀쌀맞게 말했지만 난 알 수 있었다.

나를 걱정해주고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시간이 많이 지났어. 얼른 두 번째 꿈으로 가."

"응. 알았어."

병원에서 나오자 눈앞이 희미해졌다.

어지러웠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또다시 캄캄한 블랙홀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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