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12-2화 헬멧과 명함

2화. 헬맷과 이상한 명함

by 해어화

바지를 벗으려고 하자, 주머니 속의 명함이 허벅지를 콕 찔렀다.

"이게 뭐지? 아... 그 아저씨 명함이네."

명함에는

[HOUR & DREAM/사랑하는 사람의 12 마법을 믿어라!]

라고 적혀있었다.

"뭐야, 게임회사인가?"

명함의 뒷면을 보니 12개의 황금 열쇠가 12모양으로 그려져 있었다.

"전화번호도 없구만. 뭔 전화를 하라는 거야."

나는 명함을 책상 위에 던져두고 샤워를 했다.

그리고 시체처럼 뻗어 잤다.


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12시였다. 낮 12시!

12란 숫자가 익숙하게 다가왔다.

'와, 낮 12시야? 열 시간을 넘게 자다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 오래잤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가 고팠다. 우선 TV리모컨을 누르고 엄마가 차려두신 아침을 거실 탁자로 옮겨 아침 겸 점심, 아점을 먹었다.

"카톡~카톡~"

메시지를 보니 엄마였다.

[일어났니? 밥 먹었어?]

[네]

[씻고 학원 잘 다녀와~ 자전거 타고 갈 거면 헬멧 꼭 쓰고, 아들 사랑해~♡]

[네]

나는 엄마의 하트를 보았지만 가장 짧은 답장을 보냈다. "네"


'천국이 따로 없네. 우리 집이 천국이지.'

배도 부르고 쇼파에 널부러져 TV를 보았다.

한참 동안 그렇게 TV를 보다 그릇들을 싱크대에 넣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대충 눈곱만 떼고 양치질이 아닌 가글로 입안을 헹구고 나왔다.

시계를 보니 3시였다.

'헉, 늦었다.'

나는 얼른 학원 가방을 메고 집 밖으로 나왔다.

현관 옆에 두었던 자전거를 보니 손잡이에 어제 어떤 아저씨에게 받은 빨간색의 헬멧이 걸려있었다.

'아, 그 헬멧!'

촌스러운 헬멧은 여전히 눈에 거슬렸다.

나는 얼른 현관문 앞에 헬멧을 내려두고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를 실었다.

오후 5시쯤,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현관문 앞에 헬멧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헬멧을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분리수거장까지 다시 내려가려니 귀찮았기 때문이다.

'내일 학원 갈 때 버리지 뭐.'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툭 던져두고 헬멧은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그때 책상 위에 던져두었던 명함이 보였다.

'그래, 명함도 같이 버리자.'

명함을 헬멧 속에 넣고 나는 거실로 나왔다.


[HOUR & DREAM/사랑하는 사람의 12 마법을 믿어라!]

명함 속 12의 숫자가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12의 숫자는 레이저로 조각한 것처럼 구멍이 뚫렸고 동시에 헬멧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점점 더 빨라지더니 토네이도처럼 책상 위로 떠올랐다 떨어졌다.


"탁"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에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어? 무슨 소리가 났는데... 잘못 들었나?"

그때 엄마가 퇴근해서 들어오셨다.

"다녀오셨어요?"

"응. 대성아, 배고프지 않아?"

"조금요."

"뭐 먹고 싶어?"

엄마는 손을 씻고 안방으로 들어가며 물으셨다.

짜장면이 먹고 싶었다.

"엄마도 피곤할 텐데 짜장면 시켜주세요."

"우리 대성이가 다 컸네. 엄마 생각을 해주고.

엄마는 짬뽕! 네가 주문 좀 해줘~"

"네."

엄마가 씻는 동안 나는 중국집에 전화해서 짜장면과 짬뽕을 주문했다.

엄마와 짜장면을 시켜먹으며 TV를 보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그날 저녁, 엄마는 피곤하셨는지 11시 전에 주무셨다.

'아싸. 오늘은 게임 실컷 할 수 있겠네.'

나는 방의 전등을 끄고 침대 머리맡의 등을 켰다.

나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손가락은 점점 빨라졌다.

한참을 하다 보니 새벽 4시였다.

'4시네. 이제 자자.'

게임을 종료하고 눈을 감았다. 휴대폰 게임을 오래 해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았다.

선풍기 소리만 들릴 뿐 새벽은 고요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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