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어화 Oct 16. 2021

집콕 소년- 1화. 큐브방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로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집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어른들은 직장을 다녀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바깥활동을 하지만 학생들은 집돌이, 집순이가 되어간다.

나처럼 부모님이 맞벌이인 경우에는 수업도 원격으로 하고 점심도 알아서 차려먹거나 시켜먹어야 한다.

그리고 집 밖을 나가기보다는 집 안에서 온라인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게임과 유튜브, 웹툰, 오픈 채팅, 노래 듣기 등 온라인 세상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그렇게 나는 [집소년]으로 살고 있다.


나의 머릿속은 큐브처럼 뒤섞여있다.

처음엔 여섯 면이 같은 색으로 잘 맞추어져 있었지만 차츰 뒤죽박죽 되어 원상태로 만들기 힘든  큐브.

원인이 나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았더라면... 난 어땠을까?

휴대폰이라는 직사각형의 액정 속에 갇혀 있다. 나만 그걸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알고 있었더라도 나는 그곳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지만!


중학생이 되니 1년 동안 시험을 네 번이나 친다.

1학기를 시작하고 잠시, 중간고사가 시작되고 중간고사가 끝나면 정말 잠시 여유롭다가 기말고사 범위가 뜬다. 그리고 방학이 지나면 다시 2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반복된다.

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아니다.

사실 최선을 다해 공부를 한 적이 없고 책상에 앉으면 나도 모르게 산만해지고 휴대폰을 보게 된다.

하루종일 생각은 온통 휴대폰에 집중되어 있다.

난 이런 나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심각하다고 전혀 느끼지 못했다.

중3. 이제 곧 나는 고등학생이 된다.



방문을 열었다.

문 앞이 하얀 벽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내 머릿속도 하얘졌다.

'이건 뭐야?'

뒤를 돌아보니 분명 내방이었다. 그럼 문 뒤는 현관이 보이고 화장실이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창문을 열어보았다. 역시나 앞쪽 아파트 건물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하얀 벽으로 막혀 있었다.

"엄마! 엄마!"

큰 목소리로 불러보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건 뭐지?' 하는 생각과 동시에 '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휴대폰에서 알림 소리가 들렸다.


"띵~"

아주 맑으면도 짧은소리.

나는 휴대폰을 확인했다.


[큐브 방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문자에는 환영합니다라고 적혀 있었지만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왠지 모를 공포감이 밀려왔다.

내 방이 하얀 벽으로 둘러싸여져 있다는 것이, 아니 내가 이 방에 갇혔다는 사실이 공포였다.


"~"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이곳에 영원히 갇혀있거나 이곳에서 빠져나가거나.]

나는 내가 왜 이런 문자를 받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건 꿈일 거야. 악몽이야. 꿈에서 깨어나야 해."

나는 볼을 꼬집고 벽을 두드리기도 해 보고 가족들을 불러보았지만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꿈은 아닌 듯했다. 혼란스럽고 무서웠다.

나는 정말로 내 방에 갇힌 것이다.


"~"

[선택하십시오.

이곳에서 빠져나가겠습니까?  Y/N ]

나는 떨리는 손으로 Y를 눌렀다.

'그럼 나가야지. 여기에 영원히 갇혀있으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