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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어화 Oct 16. 2021

집콕 소년-2화. 6명의 사람들

Y를 누르자 방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하좌우로 정신없이 움직여서 나는 방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어야했다. 그렇게 한참을 움직이다 멈췄다.

어지러웠지만 나는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현관처럼 생긴 통로가 보였다. 통로는 다소 어두웠지만 주변을 살필 정도의 은은한 조명등이 바닥에 설치되어 있었다. 마치 저녁 비행장의 활주로 같았다.

한참을 쳐다보며 나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휴대폰에서 다시 알림 소리가 들렸다.


"띵~"

[휴대폰을 들고 나가세요.]


나는 알림의 지시대로 휴대폰을 들고 방에서 나와 첫걸음을 옮겼다.

'여긴 어디야? 여기로 가면 어디지?'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웠고 나 혼자라는 두려움에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통로를 따라 걸어갔다.

저 끝에서 밝은 빛이 보였다. 나의 걸음은 빨라졌다. 


빛의 끝에는 하얀 방이 있었다.

놀라운 건 내 또래, 아니 어린아이도 있었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어른도 있었다.  

나를 포함하여 총 여섯 명이었고 모두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방안을 두리번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저... 여기가 어디예요?"

내 또래처럼 보이는 남자아이에게 물었다.

"나도 몰라"

그 아이가 반말을 하자 나도 반말로 물었다.

"넌 어떻게 여기 왔어?"

"그냥 내 방에서 휴대폰 하고 있다가 방문을 열었는데 흰 벽이 가로막고 있었어.

그리고 알림 문자가 와서 Y를 눌렀어."

옆에서 듣고 있던 형과 누나급의 사람들이 놀라며 우리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나도 그래"

"나도"

옆에서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어떤 아저씨가 말을 끊었다.

"조용히 해. 시끄러워!"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그래요? 저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모두 같은 방법으로 여기왔구만."

대학생으로 보이는 누나가 똑부러지게 말했다.

"그래서. 여기서 나가는 방법 알아?"

"모르니까 서로 힘을 모아야죠."

험상궂은 아저씨는 할 말이 없다는 듯 옆으로 드러누웠다.

"누나는 이름이..."

나는 대학생 누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름이고 대학생이야. 의과대학을 다니고 있어. 넌?"

"힘찬이고 중3이에요."

"지후고 너보다 한 학년 높은 고1이야."

옆에 있던 또래 친구가 아닌 형이 입을 열었다.

그 뒤 도미노처럼 한 명씩 자기소개를 했다.

"민지이고 나이는 20대, 스튜어디스예요."

"찬우고 나이는 11살, 4학년이에요."

모두의 소개가 끝나자 드러누워 있던 아저씨가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여기서는 내가 제일 어른이네. 그냥 훈이 아저씨라 불러. 나이는 30대니까. 은행 관련 전산팀에서 일했지."

"이게 대체 무슨 조합이지? 나이도 다 다르고 하던 일도 다 각각인데..."

민지 누나는 모두의 이름을 듣고는 다들 둥글게 앉으라고 손짓을 하며 바닥에 앉았다.

나는 지후 형 옆에 앉았다. 그러자 찬우 동생이 내 옆에 와서 앉았고 아름이 누나는 민지 누나 옆에 앉았다.


"띵~"

동시에 모두의 휴대폰에서 알림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일제히 휴대폰을 확인했다.

[이 방의 한 면을 자신으로 채우십시오. 

 이 방의 여섯 면이 채워지면 통로가 나옵니다.

당신은 어느 면을 채우시겠습니까?]


문자를 읽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그 순간,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우주인처럼 붕~떠올랐다.

"힘찬이 너, 방금 뭘 했니?"

아름이 누나가 째려보며 말했다.

"그냥 바닥을 가리켰어요."

그러자 아름이 누나는 앞쪽 벽을 가리켰고 어느새 아름이 누나는 그 벽면 앞에 떠 있었다.

찬우는 재미있겠다는 표정으로 천정을 가리켰고 천정에 위치해 있었다.

지후형과 민지 누나, 훈이 아저씨도 남은 옆 벽을 가리켰고 우리는 정육면체의 방 각 면에 위치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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