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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어화 Apr 26. 2022

WITH 사춘기-6화

늦잠

사춘기는 ""과의 전쟁이리라~

방학이면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처럼 잠에 빠져있다.


기상 목표 시간은 아침 8시!

평소 등교 시간보다 1시간이나 늦은 시간이다.

하지만 8시 일어나기는 실패!

9시에 다시 도전했다.

"아들~, 딸~ 9시야, 일어나야지! 잠도 깰 겸 일어나면 바로 머리 감아봐~"

이미 약속된 아침 활동이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네..."

그러고는 말과 움직임이 없다. 침대에서 눈만 잠시 떴다가 다시 침대와 한 몸이 되어있.

"어젯밤에 몇 시에 잤어? 늦게 잤어?"

"아뇨... 1시 전에 잤어요..."

"그럼 일어나도 되겠네. 일어나~"

"..."

아들을 뒤로하고 딸에게 기대감을 가져보며 딸의 방으로 이동한다.

딸의 방을 노크하며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9시야, 일어나~"

"더 잘 거야!"

딸은 오빠보다 더 단호하게 일어나기를 거부한다.

 그렇게 9시 일어나기도 실패!


10시에 다시 도전한다.

"아들, 딸~ 10시야 일어나."

"..."

아무런 반응이 다.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주말에는 평균 12시... 어쩔 땐 오후 1~2시에 일어날 때도 있다.

그런 날은 120% 또 늦게 잠을 잔다.

저녁 아니 밤이 되어도 잠이 올리가 없다.

그럼 일요일의 밤과 낮도 바뀌게 된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등교하는 월요일에 나타난다.

어떻게 피곤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렇게 늘 두 아이들은 월요병에 걸려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등교를 하는 날은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 짜증과 피곤에 쩌든 얼굴은 오로시 엄마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늦잠의 후유증은 아이들을 휴대폰에 더 의지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늦은 밤, 잠은 오지 않고 그럼 아이들이 무엇을 할까?

공부? 어림도 없는 단어이다.

그냥 나의 바람일 뿐!

우리 집 사춘기 소년과 소녀는 휴대폰을 본다.

그렇다고 부모가 밤을 새워가며 감시를 할 수도 없다. 믿어주는 수밖에. 스스로 조절하도록!

"휴대폰에 집중하는 만큼 휴대폰 끝나면 공부도 집중해서 해야 해~~~"

늘 강조하며 아이들을 믿어주며 외치는 아우성이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시의 단 한 구절이 가슴속에서 더 큰 아우성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그러면서도 생활 속 작은 습관들조차 지켜지지 않는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과 불안감도 더불어 짙어진다.

'늦잠으로 인해 낮 시간에는 가수면 상태의 뇌로 생활하고 늦은 밤이 되면 활성화된 상태의 뇌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가능할까?'

사실 엄마인 나의 입장에선 돌아버릴 만큼의 스트레스이다.


늦잠의 또 다른 후유증은 가사일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1~2시쯤 되어야 첫끼를 먹고 6~7시쯤 두 번째 끼니를 해결하며 11시쯤 되면 세 번째 끼니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엄마, 배고파~"

순간 가슴이 덜컥한다. 또 올 것이 왔구나 싶다.

나는... 반쯤 눈이 감겨서 뭐 먹을래?라고 의사를 묻고 먹을 것을 준비한다.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간식이나 라면 등으로 대충 때우기 때문이다.

'짜식들~이 늦은 저녁에?!' 짜증도 나고

'이런 식습관은? 아니지~!!!' 싶지만...

그래도 아이들 건강은 챙겨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에서이다.

그러면서 남편의 눈치를 살피며 식사를 차린다. 불만에 가득한 남편의 표정을 보며

'그래요. 내가 잘못 키우고 있어요.'라고 속마음으로만 응대를 하고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며 식탁에 같이 앉는다. 남편과 큰 소리를 내거나 감정을 상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또 그나마 먹고 있을 때나 얼굴을 볼 수 있고 이것저것 물어보면 답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거 먹고 양치질 잘하고 너무 늦지 않게 자.

너무 늦게까지 자서 잠이 안 오겠지만 그래도 자야 해. 내일 월요일이야."

나의 마지막 말은 늘 엄마로서의 최선의 말이고 아이들은 다시 각자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설거지를 하고 방으로 들어와 눈을 감는다.

직장맘인 나는 피곤해서 눈꺼풀이 내려앉고 주중의 누적된 피로와 주말 동안의 가사일로 지칠 대로 지쳐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늦잠 문제는 포기하고 내가 먼저 잠에 빠진다.

그래야 내일 아침, 아이들을 깨울 체력이라도 비축되기 때문이다.


'겨울잠을 자는 곰돌이들도 아니고

낮엔 일어나고 밤엔 숙면을 취하는 일상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바람은 미련으로 남지만 나의 무거운 눈꺼풀에 간절한 바람도 허무하게 함께 묻혀버린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사춘기 아이들의 늦잠에 KO패를 당하고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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