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결방정선생 Oct 23. 2023

심플하게 살아가기

[초등교사 일상]




샘플로 받아둔 화장품은 쓰기를 미루다 미루어 결국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선호하지 않는 것을 무료로 끼워주시기에 딱히 거절할 이유를 못 찾은 결과로 멀쩡한 물품을 낭비하는 무개념이 되곤 했다. 그래서 이제는 수년간 사용한 화장품의 샘플이 아니라면 그 무엇도 단호히 거절할 수 있게 되었다. 



1+1 상품은 나와 가족에게 무난하게 사용되어 왔고 그래서 주관적으로 꽤나 칭찬하고 인정한 것 외에는 잘 구매하지 않는다. 늘 검소하게 살아오신 아빠를 닮아버리고 만 딸은 집안에 사치스러운 물건을 둔다거나 불필요하게 적재함으로써 쉼의 공간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다. 행여 괜한 물건들이 차오를라 치면 부지런히 사용하되 더 이상 그것들의 개수를 늘리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것만 남기려고 노력한다. 



옷장의 수납이 매년 수월해짐을 느낀다. 2년 정도 유예기간을 두었다가 입지 않는 옷은 과감하게 나눔 하거나 분리수거함으로 배출한다. 나날이 옷의 개수는 줄어들고 계절마다 부족하거나 꼭 필요한 옷가지는 환경을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신중하게 소재를 골라 구매한다. 이제 옷장에 남은 옷들은 비슷한 색이거나 유사한 모양을 하고 있다. 나의 취향을 확실하게 알 수 있어서 만족스러움이 생긴다.  중요하지 않은 것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니 하고자 하는 일에 더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정리하고 비워내고 좋아하는 물건들만 간소하게 남기는 홀가분함과 개운함을 직접 행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이 중독성 강한 행동이 삶을 얼마나 단순하게 만드는지, 단조로움에서 오는 풍요로움이 어떤 충만감을 가져다주는지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은 절대 멈출 수 없게 된다. 



나는 제법 고집스러운 미니멀리스트다. 십수 년 전부터 꾸준히 수련하여 나름 고수의 향기를 풍기는 미니멀리즘이라 자부하고 싶다. 앞으로도 내가 가진 것을 최소화시키는 삶의 패턴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삶의 정수를 담아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더욱 넉넉해질 테니까. 결국은 본질적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한눈에 알아채고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그러면 되는 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