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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 Feb 07. 2023

어색한 나의 고향

나의 살던 고향은

글을 쓰면서부터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 은근스럽게 집착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

하고 있던 사업덕에 대본을 쓰느라 브런치에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 상당히 오랜만이다. 그리고 엄마의 건강 악화로 1월 한 달 대부분을 고향에서 보냈기에 컴퓨터에 앉아 멍하니 산책하는 것 또한 오랜만인 듯하다.

타지 생활을 하고 난 후로 이렇게까지 고향에 오래 머물러 본 적이 처음이었다. 뜬금없지만 알고 있는 단어를 알 수 없는 집착 때문에 다시 한번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 본다.


*고향:1.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2.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
        3.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




2022년의 마지막에 한번.

2023년 시작에 한번.

그렇게 엄마는 2번 응급실을 가셨다. 그때마다 급하게 내려간 나는 KTX 안에서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마냥 건강하고 강할 줄로만 알았던 존재가 이렇게 한순간에 약해질 수 있구나... 그리고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들이 죄스러운 마음으로 물들여갔다. 괜한 죄책감을 품고 도착한 응급실에는 힘 없이 누워서 수 없이 많은 주사를 꽂고 계신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당분간 건강을 회복하시기 전까지 옆에 있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엄마와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작은 원룸 안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밥을 먹지 않으려는 엄마에게 밥을 권하는 일.

그리고 온도의 차이. 춥다고 하시는 엄마는 항상 보일러를 강하게 틀어놓으셨고, 비교적 추위에 강한 나는 한겨울에도 뜨겁게 자는 걸 선호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새벽마다 들려오는 엄마의 한숨과 통증을 참아내시는 소리는 뜨거운 방바닥보다 더 견뎌내기 힘든 시간이었다. 병간호는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되었다. 


보통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할 때면 많아야 2끼를 챙겨 먹는 편이다. 입맛이 없다는 이유로 밥에 물만 말아 드시고, 그마저도 두 숟갈 정도만 드시고는 내려놓으셨다. 이럴 때 필요한 건 페이스메이커.

마라톤에서 주전선수가 페이스를 잘 유지하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옆에서 함께 뛰어주며 힘을 내주는 그런 역이 필요했다. 어쩔 수 없이 삼시 세 끼를 다 챙겨 먹게 되었고, 엄마 옆을 비울 수가 없기에 원룸에서 티비만 보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덕분에(?)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게 되었고, 피부는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날도 이런 몸도 있는 거지 뭐...'


다행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식사량과 야식까지 찾게 되시는 호전에 기쁜 마음으로 배달을 하염없이 시켜댔다. 영화의 스포를 담은 글처럼 결론부터 이야기해보자면, 아주 많이 괜찮아지셨다.

궁금해하지 않을 결말일지라도 대부분 사람들이 원하는 어느 정도의 해피엔딩 아닌가.

고향을 뒤로한 채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순간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향에서 서울로 가는 것인지. 울산에서 고향으로 가는 것인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마음속에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 과연 나에게 울산은 그런 곳일까.

맞는 것도 있고, 애매한 것도 있고...?


아직은 받아야 할 검사가 많기에 엄마와 함께 동행해야 하기에 당분간 고향을 왔다 갔다 자주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조금은 알 것 같다. 나에게 고향은 어떤 곳인지 말이다.


글을 쓰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이나 활자를 눌러내려 가는 획수도 줄어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천천히 다시 예전처럼 늘려가 보려 한다.

예전처럼 다시... 모두가 건강했던 것처럼! 돌아올 수 없는 건 시간이라지만 그 시간 안에서 우리는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이건 증명된 바도 있고 기록된 바도 있다. 그런 것에 조금 더 신뢰를 갖고 살아보련다.

그렇게 살아가시길 바라본다. 


'건강이 최고다.'라는 말을 한 번 더 되뇌게 되는군.
한 번 더 되뇌었으니 이젠 뇌에 좀 세겨졌으면 좋겠군.
뒤돌아서 문득 생각나지 말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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