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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센티 Jul 05. 2022

한 뼘 동화 4

달의 아들

학원 끝나고 오는 길에 밤하늘에 뜬 달이 유독 커 보였다.

그런데 그 달이 내게 말했다.

"너 아직도 몰랐구나? 네가 달의 왕자라는 걸! 때가 되면 널 데리러 갈 거야."

그때 알았다. 내가 달의 왕자라는 것을.

그렇게 생각하자 모든 의문이 풀렸다. 그날 밤 나는 책상에 앉아 그동안 품었던 의문들을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나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이건 시련이다. 나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하는 수 없이 학생의 신분으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지구의 문화도 배우기 딱 좋다. 왕자로서 지식이 부족하면 안 되니까.


엄마는 왜 동생과 나를 차별하는가?

내가 달의 아들이고 엄마의 친아들이 아니라서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나에게 잘못을 탓한다. 심지어 많이 먹는다는 구박도 한다.

내가 그렇게 사달라던 최신폰도 아까워서 안 사준다.


지아는 왜 날 좋아하지 않는가?

달과 지구의 외모 기준은 다르다. 달에서 잘생긴 얼굴은 지구에서 통하지 않는다. 나는 왕자이기 때문에 내가 달에 돌아가면 분명히 인기가 많을 것이다.


승찬이는 나의 단짝이지만 특이하다.

분명히 달에서 나를 보좌하러 보낸 비밀 친구일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승찬이가 별나다고 하지만 난 그 녀석이 정말 재미있다. 후에 달에 돌아가게 되더라도 그 녀석은 영원히 나를 보좌할 것이다.


여기까지 쓰니 내가 달의 왕자라는 게 확신이 들었다.

그럼 나는 언제 달에 돌아가지? 만약 달의 사람들이 나를 찾으러 오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찌 됐든 시험 전에 데리러 왔으면 좋겠다.


그때였다. 누군가 내 등을 찰싹 소리 나게 때렸다. 놀라 눈을 뜨니 엄마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방에서 조용히 뭐 하나 했더니... 시험이 코앞인데 딴짓이나 하고 말이야. 달 어쩌고 저쩌고 가 눈에 들어와?"

글을 쓰다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남의걸 왜 봐!"

내가 화를 내자 엄마가 한숨을 쉬며 방을 나갔다.

"아휴, 사춘기가 무섭다. 무서워."


흥! 어쨌든 나는 달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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