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발 좀 조용히 살고 싶다
가족과 이웃의 경계, 그 사이
일요일 아침만이라도 늘어지게 자고 싶었다. 또 그 목소리 때문에 깼다. 나는 베개로 뒤통수를 감싸 안고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도대체 목소리는 왜 저렇게 큰 거야?', '아니 왜 시도 때도 없이 오냐고!', '잠 좀 자자고!'
앞집 아줌마는 목소리가 정말 컸다. 키가 작고 뚱뚱한 몸에 넙덕한 얼굴, 항상 옆 가르마의 단발머리는 밖으로 삐쳐 나있었다. 손은 복어마냥 퉁퉁했고, 미간 사이에는 큰 사마귀가 나있어서 자꾸 눈길이 쏠렸다. 걸을 때도 뒤뚱거리며 걸었는데 뛰는 건지 걷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지은아! 앞집 아지매한테 밥 잡수러 오시라 해라."
"아니 왜 또 밥을 같이 먹어? 음식 했으면 갖다 드리면 되지!"
늘 이런 식이었다. 엄마 표현으로 내가 '땍땍거리고' 있으면, 어김없이 아줌마의 호탕한 웃음소리는 우리 집 대문이 '딸깍, 쿵' 열고 닫히는 소리와 함께 개선장군 행차 팡파르처럼 요란하게 등장했다. 아줌마는 항상 탤런트 전원주처럼 '헤헤헤헤' 웃으면서 말을 시작하는 버릇이 있었다. 당시 12살이었던 나는 아줌마를 온 마음을 다해 미워했다. 그걸 잘 아는 아줌마는 내 볼을 꼬집으며, "으이그, 이 쪼매난 가시나 이거 성질내는 것 좀 봐라!" 하면서 특유의 웃음으로 '으하하하' 하고 웃었다.
엄마는 심부름을 꼭 밤 10시에 드라마가 시작할 때 시켰다. 엄마의 집안일이 끝나는 시간이었다. 최진실과 최수종이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으며 다투고 있는 장면을 볼 때는 심장이 쿵쾅 뛰어서, 그 시간이면 엄마가 내 이름을 부를까 봐 늘 마음을 졸였다. 엄마가 심부름을 시키면 조금만 뻔뻔해지면 됐다. 그러면 엄마가 짜증 내는 걸 나보다 더 못 견디는 동생이 자진해서 다녀왔다.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는 것도, 물을 돈 주고 사 먹는 것도 모두 신세계 같던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