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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Kim Oct 24. 2021

[#학생] 그럼 학원 샘보다 더 잘 가르치던가요

온갖 경우들 중 빙산의 일각

교사는 감정노동자다.

담임과 비담임은 완전히 다른 직종이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온갖 유형의 사람들이 랜덤으로 모인다.

회사처럼 동종 일을 하는 유사한 계층이 모이는 집단이 아니다.

학교는 모든 인간 유형을 예고없이 만나게 된다. 

사안이 예고 없이 교통사고처럼 찾아온다.



하그리브스교사의 유형에 대해 다음과 같이 3가지로 정의한다.


1. 맹수 조련형: 학생들은 거칠고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로 교사는 필요한 지식을 가르치고 기본 태도, 습관, 예의를 훈육한다. 길이 잘 든 모범생으로 훈련시키는 것을 교사의 역할로 보며, 교사가 전달하는 지식과 훈계를 신속히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2. 연예인: 학생들이 학습에 흥미를 느끼도록 학습자료와 방법에 있어 시청각 기법 등을 활용, 제작해 흥미를 유도한다. 학생들이 즐겁게 학습하도록 하는 것을 교사의 역할로 본다. 학생들을 격의 없는 친구처럼 대하면서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3. 낭만가: 학생들은 배움에 대한 욕구가 있어 누구나 학습하기를 좋아하므로 학생들의 호기심과 욕구를 존중하고 자극해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학습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을 교사의 역할로 본다. 수업내용에 있어 교사가 독단적으로 선정하지 않고 학생들과 협의를 거치며 학생들의 학습능력과 의지를 신뢰한다.      


 

나는 연예인형과 낭만가형을 합한 유형에 가깝다. 맹수 조련형처럼 예의와 습관을 중시하지만 단호하게 지도하지 않는 (못 하는) 유형이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말하는 것을 존중하려고 의식한다. 때로는 자기 주장이 강한 의견과 건방짐이 농후한 무례 사이에서 훈육을 고민한다. 나이와 권위에 따라 순종해야 하는 것을 예의라고 생각하지는 지만 무례를 넘는 선에서는 화가 난다.



교사 유형 중 가장 중요한 스타일내가 가장 약한 맹수 조련형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3월 한 달 간은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말을 아끼며 수업의 분위기를 낯설게 유도한다. 기본적으로 교사가 맹수 조련형의 모습이 부족하면 학생들은 학교와 교칙을 만만하게 생각하며 점점 제멋대로 행동한다. 인간의 당연한 심리다.



3~4월에 아이들은 그림 같이 행동한다.

예의 있고 규칙을 준수하고 착하게 보이려고 애쓴다. 교사들을 관찰하고 간 보며 무서워서 몸을 바르게 세워야 하는 시간, 만만해서 자도 되는 시간을 구분 짓는다. 그야말로 동물적 습성이 나온다.



2학기가 되면 아이들은 본색을 드러낸다.

특히 고3 아이들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8월 31일 고교 생기부가 완전히 마감되고 학생들 생기부가 대입전형으로 넘어간 이후, 학생들은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그동안 예의 바르고 착했던 아이들 중 본색을 드러내며 돌변하는 아이들이 여럿 나온다. 그동안의 바른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같은 아이가 맞나 싶을 만큼 무례한 말과 행동, 교칙위반을 대놓고 편하게 한다. 이런 모습을 경험할 때마다 무척 힘이 빠진다. 물론 3월의 선하고 바른 모습을 학년이 끝날 때까지 유지하는 아이들도 있다. 진정 보석 같은 아이들이다. 이런 훌륭한 아이들도 매년 꼭 있다.



고등학생들은 하루의 절반을 학원에서 보낸다.

학원은 학교 교육을 수준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학교는 학생 개별적으로 일일이 맞춤 수업을 할 수 없는 환경이므로 학생들은 개별 커스터마이징이 되는 학원을 더 신뢰 있는 기관으로 인식한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익숙해진 학교에 대한 불신과 입시 불안 속에서 일종의 종교 같이 학원에 의지한다. 아이들은 학원 선생님들의 말에 굉장히 큰 영향을 받고 학교를 점점 쉽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좋은 학원 선생님들도 많이 계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이들이 붙들고 기대는 대상은 불안을 키우는 사람이다. 그들과 함께 해야만 대입에서 성공할 거라는 믿음은 점점 확고해진다.



1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는 효율적으로 똑똑하게 공부하는 방법, 메타인지를 관리하는 기술, 학습 스케줄을 잡고 실천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심층 상담해 준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눈이 초롱초롱하다.

5월쯤 되면 아이들은 본래의 성향을 드러낸다. 지각, 도망이 속출하고 무례, 교칙위반, 폭행, 왕따, 거짓말, 교권침해 등 다양한 사건이 줄줄이 터진다. 담임교사는 이런 사건을 뒤치다꺼리하는 서류들을 마련하고 챙기는 것만으로도 감정 소모가 무척 다.



학교는 행사가 많다. 진로진학 컨설팅, 각종 교과 대회들, 동아리 활동들, 무슨 무슨 설명회, 동료 튜터링, 교육청에서 내려온 각종 사업들, 각종 상담 프로그램 등 매일 같이 행사들이 쏟아진다. 매번 담임 반의 신청 학생들의 신청서류와 사후서류 등을 챙겨주어야 하고 생활기록부에 빠지지 않고 기록해야 한다. 어쩌다 하나라도 놓치면 학생, 학부모들의 원성으로 무척 피곤한 일이 생긴다. 끝도 없이 각종 신청과 피드백이 넘쳐난다. 매일 아침 조례 들어가기 전, 쏟아지는 학생들 관리 업무 메시지는 여간 신경 쓰이고 성가신 게 아니다.




2학기 중간고사가 끝나면 아이들은 본성이 드러난다. 해마다 같은 현상이 반복된다. "저 그냥 정시로 가려고요. 내신은 포기했어요." 라며 꼭 뒤따르는 말을 한다. "그 샘이 시험문제를 이상하게 내서 망했어요. 학원에서는 그런 것 안 나온다고 했는데." 아이들은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이 안 나오는 걸 교사 탓을 한다. 그러면서 적중한 것도 아닌 학원 선생님에게 더욱 의지한다.



공부는 결국 내가 고통스럽게 해야 내 것이 된다. 학원에서 밤 10시에 끝난 아이들은 집에 가면 핸드폰을 보다가 잠든다. 학교 수업시간에는 학원 숙제를 한다. 학교 공부든 학원 공부든 결국 내 시간을 들여 복습을 거쳐야 내 공부가 된다. 아이들은 불안한 마음에 학원을 가고 늦은 시간에 돌아오니 복습을 못 하고 학교 수업시간에는 숨어서 학원 숙제를 한다. 그런 시간 안배와 기초공사가 내 공부로 탄탄하게 될 리 없다.



학원에서는 학생 하나가 빠져나가면 서너 명은 그냥 훅 빠져나간다고 한다.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다니게 하는 것은 수입으로 직결되는 문제일 것이다. 아이들은 학원 선생님이 주는 관심과 불안, 희망의 트라이앵글 속에서 살아간다. 학교는 서브다.



아이들은 국영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 수업시간에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다.

학교 수학 시간에 학원 수학 공부를 한다.

"그럼 선생님이 학원보다 더 잘 가르치던가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국어 시험문제가 거지 같았어요."라는 말도 예사로 한다. 예체능 교과일 경우에는 "저 미술 관심 없어요. 빵점 맞을게요. 관심 꺼주세요.", 음악 수행평가에서는 "저 노래 못 해요. 안 부를 거예요.", "다음 주가 시험인데 좀 봐주세요!"라며 당당하게 다른 교과 문제지를 푼다. 집어넣으라고 하면 "에이 씨발. 존나 짜증 나게 하네."라는 말도 심심찮게 한다. 지적하면 "내가 언제 그랬어요? 와! 개 어이없네."라는 말이 돌아온다. 말만 돌아오면 다행이다. 발로 책상을 차며 욕설도 예사로 한다.



화가 치밀어도 다수의 학생들에게 수업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잘못된 언행에 대해 묵인을 할 수도, 그 자리에서 화를 낼 수도 없다. 굉장히 고도의 처세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청소년들은 과도한 자의식이 탑재된 시기이므로 친구들 속에서의 입지와 자존심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친구들 앞에서 선생님에게 혼나는 상황에서 기를 굽히지 않는다. 본모습보다 더 세고 거친 모습을 과장되게 연출한다. 그 자리에서 차분히 예의를 가르쳤을 때 잘못을 학생이 시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혼을 냈다가는 학부모 민원이 들어온다. 자신의 아이가 친구들 앞에서 선생님에게 혼나 인권이 무시돼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이다.



요즘에는 학생이 직접 교장실로 민원 전화를 하기도 한다. 엎드려 자는 학생을 깨우면 "왜 때려요? 야! 빨리 동영상 찍어! 신고해! 신고해!" 이런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학교의 수준이나 분위기에 따라 특정학교에서만 있는 일도 아니고, 교사와의 래포관계가 형성이 되지 않아서도 아니다. 미성숙한 아이들은 언제 어떻게 어디로 튈지 모른다.



담임 반 아이들과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흔히 생긴다. 아이들은 미숙하고 사고가 유연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걸로 삐친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친구들에게 교사에 대한 험담과 소문을 유포한다. 그럼 순식간에 학급 아이들과 미묘한 신경전이 생긴다. 이게 정말 미치는 일이다. 반에 담임에게 적대적인 기가 세고 거친 아이가 하나라도 있으면 그 해는 피 말라죽는다고 봐야 한다. 매일매일 스트레스로 말라 간다.



학교 밖 사회인이었을 땐 이런 대목에서의 고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래 봐야 아직 애들인데 싶지만 이게 얼마나 사람을 미치고 피폐하게 하는지 겪어보지 않고서는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사들은 거의 매해 이런 일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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