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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Kim Oct 24. 2021

본격 직장 비교 (2) : 학교가 좋은 점

회사에서 학교 오니 이런 건 좋다

학교 일은 강의, 수업 준비, 업무, 기안 상신 등 불연속적 일이다. 회사는 모든 일이 종횡으로 얽히고설켜 있다. 그것도 모든 업무가 레이어 겹치듯 연속적이라 복잡하다. 무척 꼼꼼해야 하고 예민해야 하고 영리해야 한다. 다른 부서의 일도 꿰뚫듯 다 알고 있어야 한다.



학교는 업무분장이 명확해서 일 자체는 깔끔하고 단순하다. 가장 큰 이점은 전례가 반드시 있다. 생판 처음 보는 업무는 거의 없다. 작년 사례를 찾아보면 답이 다 있다.

회사는 곳곳에서 문제해결능력과 창의력을 요구한다. 

1안, 2안부터 1-1안, 2-3안까지 다양한 변수를 고려, 대비하고 있어야 하고 매사 사고와 문제의 연속이다.

각 부서별 협력과 공생이 굉장히 중요하다.

따라서 회사에서 My Way 했다가는 영원히 집에 가게 된다. 동종업계 인사팀들도 연결되어 있어 이직도 매우 힘들다. 한번 잘못 메이킹된 이미지는 치명적이다. 따라서 사회성과 융통성이 덕목이다.



그런데 학교는 내 갈 길 가겠다는 교사들이 꽤 있다. 그래도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업무에서 촘촘한 성향이 아니므로 까다롭지 않고 사고가  가능성이 적은 업무를 분장 받는 경우가 있다. 일을 잘 하는 사람일수록 가장 까다롭고 업무량이 많고 민감한 업무를 받는다.



회사는 실적을 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팀이 내는 실적, 내가 내는 실적이 곧 우리 팀의 성과급이고 나의 연봉이 된다. 회사에서의 위상이 되고 나의 승진이 된다. 동고동락했던 친한 동기가 먼저 승진을 하면 분위기는 아주 묘해진다. 가장 최악은 후배가 먼저 승진하는 것이다. 또는 상사가 본인보다 나이가 어릴 때는 여간 죄인이 아니다. 당연히 누구도 죄인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 위기의식을 격감하고 자신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실적 내는 것에 혈안이 된다면 그것도 밉상으로 낙인찍힐 일이다. 굉장히 세련된 인간관계 스킬이 필요하다. 따라서 아무리 친한 동료에게라도 마음을 내비치거나 속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항상 몸을 사리게 되고 조심하게 된다. 믿었던 동료에게 내 계획이나 자리를 빼앗기는 경우가 늘 있다. 뒤통수를 챙겨야 한다.



학교는 회사 같은 경쟁구도가 (거의) 없다. 

회사처럼 나이에 연연하게 되지도 않는다. 승진에 대해서도 자유롭다. 승진은 원하는 사람만 도전한다. 승진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무능한 교사가 아니다. 순전히 개인의 선택이다. 승진은 장학사로 들어가는 걸 말하는데 학교에 질린 교사들, 수업에서 매너리즘을 느낀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고 싶을 때 전향하는 길이기도 하다. 장학사 일도 만만치 않민원이 끊이질 않는데도 그만큼 학교 현장이 정글이라는 의미이다. 장학사가 꿈인 교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참다 참다 가는 길인 경우가 많다.



교장, 교감보다 나이가 많은 평교사들도 많고 그들이 부장교사가 아니라서 입지가 민망할 일도 전혀 없다. 도리어 오랜 기간 교직을 이어온 선배 교사로서 존경을 받는다. 부장교사도 직장에서의 상사 개념과 다르다. 작년에 부장교사였다가 올해는 평교사로 있기도 한다. 말 그대로 일정 직위에 배치되는 '보직'일뿐이다.



학교에서의 힘든 점을 가장 가깝고 내 일처럼 상의할 수 있는 대상은 동료 교사이다. 동료 교사들은 나의 경쟁상대가 아니라 협조를 구할 수 있는 서로 가장 큰 힘이 되는 관계이다. 거의 대부분의 교사들은 성품이 바르고 품위가 있어서 진심으로 서로에게 힘이 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교사도 더러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람은 어떤 사회든지 있다.)



방학이 없다면 교사들은 정신병에 걸릴 거라는 말들을 한다. (정말 그렇다.) 너무 극단적이지 않나 생각했었다.

교사 생활 6년 차에 느낀 바로는 격하게 공감한다. 그런데 교사들의 숨구멍을 트는 것은 방학이 아니었다. 방학 때도 여전히 학생, 학부모들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다. 교사의 마음을 최소한으로 돌보는 장치이자 교사라는 직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매년 모든 것이 갱신된다는 것이다. 

학생들도 바뀌고, 갑질 학부모들도 떠나간다. 업무도 바뀌고 동료들도 바뀐다. 교실도 바뀌고 교무실도 바뀐다. 사람과 업무, 환경 모든 것이 매년 새롭게 바뀌는 건 교사들을 버티게 하는 밭갈이다.



회사는 '종료'가 없다. 있어도 '종료'를 맞는 업무 하나가 있을 뿐이고 다른 업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러 가지의 업무가 한 바구니 안에 담긴 계란처럼 공존하고 있다. 관리해야 하는 업체들도 수십 군데다. 학교처럼 한 날 한 시에 모든 것이 딱 종료되는 시기가 없다. 계속 복합적으로 진행 중이다. 그게 때때로 매너리즘에 빠지게 한다.



늘 복잡하고 예민한 업무라 실수가 생기면 바로 재정 손실과 무능의 이미지로 이어지기 때문에 항상 긴장된 상태로 꼼꼼히 놓치지 말아야 한다. '종료'의 카타르시스는 부분적일 뿐, 어제는 오늘 같고 오늘은 내일 같을 일이다. 학교에 비해 업무 집중도가 높은 만큼 업무 긴장감 또한 훨씬 높다.



학교에 와서 가장 좋았던 점 하나는 전화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협력업체와 일을 할 때 이메일과 전화업무가 절반 이상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가 쏟아진다. 학교는 학부모 상담기간을 제외하고는 전화를 붙들고 있을 일은 적다.

(학부모 상담기간은 제외다. 이 기간 동안은 회사 때 전화로 하는 업무를 한꺼번에 몰아 2주 동안 쉬지 않고 하는 셈이다. 학부모 상담은 그만큼 굉장히 중하고 진을 빼는 일이다.)



학교는 회식문화와 매너가 깔끔하다. 

술을 권하거나 몇 차씩 끌고 다니는 학교 풍토가 거의 없다. 나이 많은 교사들도 후배 교사들에게 반말을 하지 않는다. 교장, 교감 선생님들도 저경력 젊은 교사들에게 존칭을 쓴다. 모든 구성원이 교과 전문가이고, 관리자는 인사 결정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학교 사회는 수평적 이완 조직이다. 따라서 교직원들은 최소한의 존중과 매너가 기본적으로 몸에 배어있다. 회사처럼 동료를 시기, 질투해 음해하려는 경우도 드물고, 힘 겨루기나 포섭, 간 보기 같은 민감한 분위기를 가질 필요도 없다.



회사 회식은 생각도 하기 싫다. 여성이 대부분이고 여성의 파워가 센 패션디자인 회사임에도 회식 자리에서 술이 오가는 느슨한 분위기가 되면 어김없이 점잖음 속에 숨겨두었던 평소의 사고가 드러난다. 얼굴, 몸매 등 외모 평가도 심심찮게 하고, 연인이 있을 경우에는 성적 농담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적인 소문들도 은근히 무성하다. 상사는 부하직원의 이름을 부르거나 하대를 한다. "야, 김 대리!", "박 과장아!", "네가 갈래?", "이렇게 해.", "저렇게 고쳐." 등 10년의 기업 생활 동안 존칭을 쓰는 상사는 거의 본 적이 없다.



학교는 나와 같이 교사와 무관한 직업을 가졌다가 뒤늦게 교사가 되어 학교로 들어온 것을 참신하게 생각해 반긴. 

기본적으로 임용시험을 통해 전문성이 검증 됐고, 수업에 있어서는 경력의 많고 적음이 크게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교는 다른 동료에 의해 내 업무 부담이 영향받을 일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회사는 전혀 다르다. 요즘 와서야 블라인드 채용이 일부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대개의 회사는 신입일 경우 1년이라도 입사가 늦어진 것에 대해 아주 민감하다. 기존 막내 직원과 동갑인 신입도 채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선배와 동갑일 경우 불편한 풍토가 조장될 가능성이 있는 수직적 조직이기 때문이다. 또, 회사의 경우 팀워크이기 때문에 저경력의 동료가 들어오면 그 사람의 숙련도와 센스에 따라 내 일이 과중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교사처럼 다른 직종에 있다가 나이 들어 이직한 저경력 직원을 받는 경우는 낙하산이 아니라면 아예 없다고 볼 수 있다.



교사들은 대부분 사범대 출신으로 대학 졸업 직후 교사가 되기 때문에 교육계 외 다른 경력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학생들의 진로를 상담하고 지도하는 입장에서 교사 이외의 경험은 긍정적일 수 있다. 학생들도 선생님의 색다른 이력에 대해 크게 흥미로워한다. 출산과 육아기간만큼 연차가 빠진 경력단절 여성이 재취업할 수 있는 동종업계의 회사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그것이 패션 업계라면 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것이 내가 교사를 선택한 이유였다.



교사는 경력에 구속되는 경우가 회사보다 적다. 회사는 경력이 1년만 많아도 대선배 상전인데 교사는 개개인이 교과 자체라 역량 발휘의 여지가 많다. 수평적 조직인 학교에서는 경력이 몇 년 차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경력 많은 선생님들이 젊은 교사들의 참신한 수업 관점을 배우려고 한다. 이건 아주 고무적인 분위기다. 각 경력대 별로 다양한 배움과 교훈을 나눌 수 있는 환경이다.

회사에서는 능력 있는 후배는 경계의 대상이거나 개인 비서가 되거나 둘 중 하나였다. 능력 있는 후배를 격려하고 이끌며 그로부터 배우려는 상사는 만난 적이 없다.


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인상적이었던 점 하나는 세 명만 모여도 양질의 폭넓은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인문학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교원학습공동체 같은 모임에서 나누는 토론이나 문화생활이 무척 흥미로웠다.

예술교과인 나, 국어, 역사, 과학, 사회, 음악 등 모두가 교과 전문가라 하나의 화제에도 나오는 대화가 교양 프로그램 수준이다. 역사부터 문화예술, 문학, 사회적 현상의 유래, 변용, 과학, 철학 바탕에 식견까지 더해져 살아있는 '알쓸신잡' 대화가 가능하다. 



회사는 식대나 샘플 구입 등 경비 처리, 영수증 처리, 법인카드 사용처가 투명하지 않았다. 비용을 부풀리거나 수기 영수증을 경리팀에 제출하는 것을 적지 않게 보았다. 법인카드로 업무와 무관한 소비를 하는 경우도 자주 보았다. 이럴 경우 양심적 내부고발자가 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학교는 모든 경비처리가 매우 투명하게 공개된다. 물품 구입을 할 때는 교사가 지출품의 상신 후 내부결재를 받아야 한다. 이후 행정실에서 그 물품을 구입해 주기 때문에 부서나 교과에서 필요한 물품의 세부 내역과 단가, 택배비까지 세세히 목록을 기록하고 십원 단위도 칼 같이 맞춰야 한다. 누가 무엇을 구입했는지, 어디에 예산을 썼는지 모두 조회가 가능하므로 비용 처리에 있어서 굉장히 청렴하다.



회사는 단독 일이 거의 없다.

내 디자인을 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트렌드 분석, 시장분석, 컨셉 정리, 타깃팅과 소구 조사, 포지셔닝, 머천다이징, 마케팅 등 모두 모여 회의를 거친다. 다각도로 접근해야 한다. 부서별로 의견을 좁히고, 팀별로 의견을 정리한다.

우리 브랜드에서 출시할 전체 디자인의 큰 판나온 다음에 서로 나눠서 디자인을 맡는다. 내 디자인도 디자인 베리에이션 회의 때 미리 다 정해진다. 그 기본 위에서 각자가 구체화, 정교화시키는 일을 하고, 잦은 회의로 중간과정을 점검하고 조율한다.



따라서 일일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여우 같은 선배가 착한 여주인공의 디자인을 훔치거나 베끼는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체제이다. 공모전 당선으로 채용되는 일도 (아예 없다) 극히 드물다.



학교는 부서 업무가 뉴얼화 되어있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내가 없더라도 어떻게든 굴러간다.

그러나 수업에 있어서 만큼은 열외다. 단독 일이 거의 없는 회사와 달리 수업은 교사에 의해 교육과정이 재구성된다. 수업은 전문성을 가지는 교사에 의해 독립성, 독자성을 가진다. 누구도 교사의 수업을 간섭할 수 없다. 업무는 형식이 갖춰져 있어도 수업에서만큼은 창의성과 혁신성을 발휘해야 한다. 



교육철학자 슈타이너의 '교육 예술' 사상처럼 교육은 학문이 아닌 예술이며, 교사는 학문을 전달하는 지식노동자가 아닌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가 발달되고 정보의 홍수 속에 놓인 오늘날의 학생들을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예술적 방법으로 수업을 형성해야 하고, 따라서 교사는 예술적 수업을 디자인하는 설계자, 수업 디자이너다.

요즘의 수업은 과거의 수업과는 차원이 매우 다르다.



* 이 모든 비교는 개인의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임을 밝힌다.


세계여행 갈 때 꼭 가게 될 미술관과 박물관,  선생님이 문화예술 가이드할게. 미리 보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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